Ellie Jung 엘리 정 (정지영) - 26세

슈퍼집 아들이었던 이민 1.5세 아버지가 이웃집 참한 아가씨, 미국인 레이첼을 꼬여 결혼
약사인 아버지와 지리 교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둘째 딸로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으로 가서 대학까지 마친 글쓰기를 꿈꾸는 작가 지망생.
24살에 미국으로 돌아와 대학원을 다니며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 알바를 하고 있다.
심부름센터 직원은 정말 생각지도 않은 일이었지만
생각보다 좋은 보수에 여러 가지 경험이 글 쓸 때 도움이 될 것 같아 열심히 노력 중.

그런데 정말 놀랍고도 가슴 떨리는 사건이 발생!
내가 스파이?

Aron Noten 애론 노튼 (가명: Nick Chace 닉 체이스) - 31세

은색 섞인 금발 머리, 회색에 가까운 파란색 눈동자를 가진 전형적인 북유럽계 백인으로
놀랍도록 잘생긴 얼굴까지는 아니지만 누구나 인정하는 미남.
지질학을 연구하는 아버지와 고고학을 연구하는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남
날카로운 외모답게 날카로운 통찰력을 자랑하며 5년 전 CIA에 들어와 승승장구 중이지만
폭주하는 스트레스로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로
마피아와 손을 잡고 마약을 밀수입하려는 짝퉁 무역상을 쫓고 있다.

그런데 정말 짜증나면서도 설레는 사건이 발생!
쟤가 파트너?



-본문 중에서-


호텔로 돌아오자마자 엘리가 약을 사러 간 사이 애론은 먼저 객실에 올라왔다. 문을 닫고 나갈 때 챙겨 갔던 PDA를 꺼내서 객실에다 두고 간 태블릿 대신 핸드폰으로 연결하여 프로그램을 돌렸다. 그리고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다가 재킷을 벗고 소파에 푹 주저앉았다. 아픈 사람을 보내기가 안쓰러웠지만 일단 객실 상태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혹시나 지켜보고 있을 눈을 피하려면 혼자 있을 때가 낫다.
잠시 후 울린 메시지 소리에 아무렇지 않게 핸드폰을 든 애론은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욕실을 제외한 곳곳에 카메라 4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아직 없는 욕실에도 설치되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덕분에 행동반경이 대폭 줄어들어 버렸다. 둘이서 대화를 하고 있는데 들리지 않는다면 이상하게 생각될 테니 이젠 도청 방지기를 계속 돌리기도 어려워졌다. 애론은 눈을 감고 이마를 긁으면서 생각에 잠겼다가 벌떡 일어났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터벅거리며 객실로 향하던 엘리는 복도 벽에 기대어 서 있는 애론을 보았다. 지레 놀라 주위를 살피는데 막 고개를 들던 애론이 자신을 발견하고 웃으며 손을 뻗었다. 엘리는 의아해 하면서도 재빨리 그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끌어안다시피 하고서 문 쪽으로 돌려세우는 척 작은 종이쪽지를 주머니에 넣어 준다. 그리고는 문을 열어 객실 안으로 손짓을 했다.
“약은 먹은 거야?”
“먹고 올라왔어요.”
“그래? 괜찮은 것 같아?”
“지금은요.”
애론은 얼떨떨한 눈으로 사방을 둘러보는 엘리가 불안해서 우선 쪽지부터 읽게 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그럼 먼저 씻어.”
“그럴게요.”
“씻겨 줄까?”
“네?”
깜짝 놀라 턱을 떨어뜨리니 애론이 피식 웃었다.
“아니, 아프다니 힘이 없을까 봐 그러지. 안 내키면 아쉽지만 할 수 없고.”
어깨를 으쓱이며 말하는 그를 뚫어지게 보던 엘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갈아입을 옷만 가지고 나올게요.”
충격적인 대답을 남기고 엘리는 방으로 가 버렸다. 그러니 이번에는 애론이 멍하게 서서 입을 벌렸다. 뭐지? 진짜 같이 들어가자는 건가? 열이 올라와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수습하느라 손으로 연신 쓸어내렸지만 쉽게 진정이 되지 않았다. 마른침을 꼴깍 삼킨 애론은 닫힌 문을 힐끔거리며 차가운 물을 꺼내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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