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죽을 만큼 아파봤어요.
그런데 또 사랑을 하라고 하면, 나더러 살지 말라는 건가요?
- 서윤

사랑에 아파본 적 있다고 사랑을 하지 않을 거라면
내 앞에 나타나지 말았어야지.
- 주혁

흰색 블라우스에 노란 스커트를 입은 실루엣.
조금도 미동 없이 아래쪽을 내려다보고 있는 그녀는 틀림없는 서윤이었다.
순간 주혁의 입가에 미소가 퍼졌다.
‘내가 온 걸 알았나? 어떻게…… 알았지?’
그러면서 자신의 넥타이를 바라보며 한참을 말없이 있었다.
잠시 후 문자가 도착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휴대전화를 열었다.
그리고 서윤에게 왔다고 생각한 주혁의 생각이 정확한 듯 발신인 이름에 그녀의 이름이 나타났다.
- 고맙습니다. -
무엇이 고맙다는 건지 서윤의 문자는 달랑 ‘고맙습니다.’ 다섯 글자뿐이었다.
하지만 그 문자를 바라보는 주혁의 입가엔 미소가 서렸다.
개인적으로 부딪치지 말자던 서윤이 먼저 주혁에게 문자를 했다.
그것은 무엇이 고맙든, 왜 고맙든……
절대 열릴 것 같지 않던 서윤의 마음이 조금은 열리고 있다는 증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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