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홀로 사유하지, 멋대로


사랑은 홀로 사유하지, 멋대로
사랑의 불길을 느껴보지 못한 이를
태양에 빗대어
‘나만치 뜨겁다’고－
하지만, 본색은 변치 않는 법.

EMILY DICKINSON 1864




동네 어귀에 이르자, 밋밋한 낡은 타이어와 치장 벽토를 바른 담, 벽돌마다 씨앗을 품은 금잔화가 부르튼 판자벽에 길을 내주었다. 행크 로드리게즈의 약속대로, 고사 직전의 넓은잎양버드나무는 온데간데없었다. 그곳엔 열매도 없이, 청색과 금색 종이연을 어깨에 걸치고 무너져 내릴 듯 흐드러지게 꽃이 만개한 억센 양자두나무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멋지다.
히디와 톰 스완슨 부부에게 팔았던 6천 평 필지에는 통통하게 살이 오른 얼룩 조랑말 두 마리가 풀을 뜯고 있었다. 워낙 깔끔하게 손질한 뜨락의 젖은 잔디는 기계 지난 흔적이 선명했고, 다시 그곳에 작은 발굽들이 반달 모양의 이빨 자국을 새기고 있었다. 거기에 다시 쌍둥이 얼룩말이 입질을 하여 길을 내고 있었다.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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