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리나 랜지는 오색 찬란한 스테인드 글라스 작품들에 에워싸여 서 있었다. 사람들은 떼지어 몰려다니며 날카로운 유리 조각으로 만든 자신의 작품에 대해 한마디씩 중얼거렸지만 엔젤리나는 그 사람들을 거의 의식하지 못하는 듯했다.

녹색과 푸른색이 어우러져 어스레한 빛을 발하는 숲, 바다, 하늘 그리고 멀리 기울어져 있는 산등성이의 풍경을 묘사한 작품이 있는가 하면 황금빛 햇빛을 받아 형형색색으로 빛을 발하는 티파니 유리 작품도 있었는데, 그것은 구름 한 점 없는 콜롬비아의 여름을 연상케 했다.

몇몇 작품은 인상파 작품처럼 색깔과 움직임이 격렬하게 소용돌이치는 것 같았고, 또 몇몇은 연인들의 유혹적인 속삭임처럼 관능적이었다.

전시회 작품들은 크기와 모양이 다양했다.

대부분은 나무 액자에 넣어 바다가 보이는 창문 옆에 걸려 있었지만, 몇 작품은 높은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작품의 농후한 색상이 햇빛과 전등 불빛에 반사되어, 실내를 온갖 색조로 물들이고 있었다.

여름 하늘의 구름들은 모였다 흩어지며, 태양을 가렸다가 다시 드러내곤 했다. 선명한 밴쿠버의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사이로, 전시회장 안에 모인 사람들은 입가에 웃음을 매단 채 웅성거리고 있었다. 스테인드 글라스 작품들도 뽐내듯 다채롭게 번쩍였다.

홍수같이 밀려오는 햇빛을 향해 얼굴을 돌리자 엔젤의 얼굴 위로 찬란한 빛이 쏟아졌다. 가늘고 곱슬곱슬한 머리카락은 스테인드 글라스처럼 순수하고 아름다운 황금빛으로 반짝였다. 엔젤은 잠시 그대로 서서, 마음속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를 거둬 버리고 밝은 햇빛을 가득 채웠다.

"엔젤리나?"

엔젤은 고뇌에 찬 눈빛으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화랑 주인인 빌 노스룹이 자신의 시선을 기다리며 조용히 옆에 서 있었다. 한때 빌은 엔젤리나에게 친구 이상의 관계를 원했지만 이제는 엔젤에게 받을 수 있는 것―우정과 작품―으로 만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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