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5 메인 워부룩

제이미 몽고메리는 그 넓은 집 안을 걸어 들어가는 동안 주변에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그 집에서 자랐으니 이미 집 안 구석구석을 훤히 알고 있던 터이다.

그 집의 안락함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 집안의 재산을 헤아리는 따위의 멍청한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미술 전문가들이나 회벽에 걸린 그림의 서명이나 청동상에 새겨진 이름에서 작품의 가치를 따질 것이며, 오로지 전문 감정인들이나 오랫동안 개와 아이들 발길로 해지고 더러워진 카펫의 진정한 값어치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가구들은 고가품이어서가 아니라, 그 집에서 살아온 집주인들의 필요에 의해 선택되어 이백여 년을 전해 내려오는 동안 세월이 덧입혀 준 기품을 은연중에 내비치고 있었다. 하지만 골동품 애호가라면 한쪽 벽에 기대어 있는 보잘것없는 낡은 장식장이 앤 여왕 시대의 물건이고, 자그마한 금제 의자는 제정 러시아 시대의 작품이며, 모퉁이 장식장에 있는 도자기들은 중국산으로, 미국 청년의 눈으로 그 진가를 헤아리기엔 너무나 오래 된 물건들임을 알아 볼 수 있을 것이다.

집안은 수세대 동안 몽고메리 가문의 사람들이 여행에서 가져와서 모아 둔 전세계의 유명한 그림과 가구, 물건들로 가득 했다. 조그만 섬의 이국적인 토산품을 비롯하여 이탈리아 거장의 그림에 이르기까지 세계 구석구석에서 가져온 선물들이었다.

제이미는 큰 걸음으로 성큼성큼 재빠르게 넓은 집 안의 이 방 저 방을 지나쳐 걸었다. 팔에 끼고 있던 조그만 플란넬 가방을 조심스레 두어 차례 툭툭 건드릴 때마다 그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났다.

마침내 어떤 문 앞에서 그의 발길이 멈추었다. 그는 겨우 들릴 듯 말 듯한 노크를 하며 서둘러 어두운 침실 안으로 들어섰다. 비록 집의 나머지 부분들은 외관상이나마 스러진 영화(榮華)의 껍질을 쓰고 있지만, 이 방만큼은 몽고메리 가문의 부를 속속들이 보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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