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도 모르는 과거가 두 사람을 갈라놓지만
가슴은 그 사랑을 기억하고 있다.

가장 가깝다고 느꼈던 그가, 이제는 가장 멀어져버렸다.
조금씩 서로에게서 멀어져간다.




<본문 중에서>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무슨 말이죠?”
“우리 관계.”
어떻게 하길 원하는 걸까? 유진은 쉽게 해답을 내놓을 수가 없었다. 유진은 그에게서 받은 반지를 빼내어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우리 관계. 다시 생각해 보죠.”
‘탁’ 하고 반지를 내려놓는 소리와 함께 차갑고도 긴 여운이 사무실 안에 한동안 맴돌았다.
가장 가깝다고 느꼈던 그가, 이제는 가장 멀어져버렸다. 조금씩 서로에게서 멀어져간다. 그러다 점점 잡을 수 없는 먼 곳으로 날아가 버릴지도…….
흐르는 눈물을 소매로 훔치며 돌아서는 유진의 등 뒤로 현우는 소리쳤다.
“서유진, 무슨 일이 있더라도 사랑한다고 했잖아.”
등 뒤에서 가슴을 괴롭히는 그의 말에 유진은 그 자리에 멈춰 선 채로 대답했다.
“이런 일인 줄은 몰랐어요.”
그와 멀어지는 첫 걸음을 떼어내려던 순간, 유진은 자신의 허리를 껴안는 그의 손길을 느꼈다.
‘제발, 이러지 마세요. 그러면 서로 더 힘들어져요.’
그녀의 허리를 안으며 현우는 부드럽게 속삭였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사랑한다고 말해줘. 부탁이야!”
유진은 그의 손을 살며시 풀었다. 아침에 계단에서 그랬던 것처럼. 그때와 아무 것도 달라진 것 없는 똑같은 감정으로.
“그만해요. 이럴수록 서로 더 힘들어져요.”
그녀의 목소리는 약하고 여렸다. 가느다란 목소리가 흐느끼고 있었다. 허리에서 느껴지던 미세한 떨림처럼 그녀의 목소리도 떨고 있었다. 하지만 그 가녀린 목소리 속에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정말 서로가 더 힘들게 되는 걸까? 사랑이란 이름으로 극복할 수 없을 정도로?
현우는 그녀의 허리에 감은 팔을 천천히 풀었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 것 같은 씁쓸한 기운이 온몸을 슬프게 휘감았다. 이렇게 가버리는 건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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