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의 이름은 운명적 사랑.

좁지만 깊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며 그렇게 조용히 살아가기를 원했다.

여태까지는 그랬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었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도,

자신의 사생활에 간섭을 받지도 않는 그런 나날을 보내던

까칠하면서 다정한 츤데레 의사 선생님, 김우진.

요리가 취미인 그에게 그 이상한 식충이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딱 그랬다.

저 여자 최여름이 자꾸만 그의 시선을 붙잡는다.

처음엔 뭐 이런 게 다 있나 했었고, 이어진 우연은 그에게 석연치 않은 예감을 불러일으켰다.

“술기운 빌려서 주사 좀 부려도 돼요?”

여름이 은밀한 눈빛으로 물었다. 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머금어졌다.

“뭐, 그러든지.”

시크한 그의 말에 여름이 그의 앞머리를 당기며 제 얼굴을 가져갔다. 살짝 틀어 맞춘 각도가 입맞춤에 적합한 위치를 만들어 냈다. 여름이 그의 입술에 제 입술을 겹쳤다. 상상 속의 그 부드럽고 달콤한 입술이 제 입술에 닿았다.
떨리는 그녀의 입술이 그의 입술을 수줍게 맛보고는 슬쩍 물러나려 했다. 그녀의 입술에서 미끄러져 목 언저리에 머물렀던 우진의 손이 여름의 뒷머리를 파고들었다.

“하려면 제대로 하든가.”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쫓으며 달싹여졌다. 이번엔 우진이 여름의 입술을 탐했다. 깊고 짙게.

틀어 맞춘 입술의 틈새로 접촉에 의한 야릇한 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녀의 입술을 머금고 맛보며 우진이 몸을 지그시 기대왔다. 여름의 몸이 무게를 이기지 못해 침대 위로 기울었다. 거친 듯 부드러운 그의 키스는 우연을 그대로 닮아 있었다.

들짐승처럼 강렬한 저돌성을 지녔지만 결코 사납지 않았다. 그녀가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게 감미롭게 여름을 설득했다. 그의 구애에 여름의 입술이 벌어졌다. 그사이를 비집고 그의 혀가 밀려들었다. 여름이 살짝 움찔했지만 이내 그의 목으로 팔을 뻗어 휘감았다. 키스를 멈추고 싶지 않다는 뜻이었다.

“으음.”

나른한 그녀의 숨결이 우진의 귓속을 달콤하게 파고들었다. 우진의 혀가 그녀의 혀를 타고 올라 그 숨결마저 집어삼켰다. 우아하게 탐욕을 드러내는 그의 혀에 여름이 속수무책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오늘만, 딱 오늘만 욕심을 부리면 안 될까? 그를 소유하고 싶은 강렬한 욕구가 여름을 멈추지 못하게 했다. 사랑에 빠지면 답이 없다더니 그 말이 마냥 허구는 아닌 듯했다. 그를 놓고 싶지 않은 마음이 우진을 껴안은 그녀의 팔에 더 힘을 실었다.
정말 오늘만 그러면 안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