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실장. 날 좀 도와줘요. 부탁입니다.”
너무도 갑작스런 도준의 말에 임 실장의 눈이 크게 떠졌다. 갑자기 뜬금없이 무슨 소리를 하나 싶었다.
표정이 꼭 하늘이라도 무너진 것 같네.
“무엇을……말입니까?”
“사실은 이런 얘기하기가 좀 그런데…….”
“무슨 말씀이신데요?”
또 한참을 머뭇거려서 임 실장이 턱 팔짱을 꼈다. 나 이제 더 안 기다려요. 그만 갈 거예요. 임 실장의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힘겹게 도준이 입을 열었다.
“은 비서가 아무 말도 안 합니까?”
갑자기 봉창을 두드리면 어쩌시려는 건지. 무슨 말을요? 가만?
“나와 은 비서와의 사이가 좀……음, 많이 친밀한 사이인데…….”
도준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임 실장의 표정은 미묘하게 변했다.
임 실장은 단번에 흥분하고 말았다. 역시 짐작이 맞았던 거다.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의심을 품고 지켜보는 중이었다. 단번에 도준에 대한 의혹이 일어났다. 혹시 은 비서를 강제로? 그래서 요즘 은 비서의 얼굴이 그렇게 어두워졌나? 상사라는 지위를 이용해 은 비서에게 흑심을 품었다면……. 나 오늘 당장 사표 내고 우리 태흔 님에게 돌아가고 말 테다. 역시 태흔 님이 진리였어. 태흔 님은 이런 일 절대로……. 뭐 은우 씨와 결혼하기 전엔 조금 오해스럽게 행동은 했지만 그래도 절대로 이런 짓은 안 해. 강자가 약자를 힘으로 농락하는 것은 두고 볼 수가 없는 일이었다. 두 사람이 언제부턴지는 모르지만……정말 언제부터지? 혹시 제주도 출장부터? 어쩐지 느닷없이 전화해서 비서 한 명을 대동하고 싶다고 은근히 찔러 오더니. 그때 수상하게 생각했어야 하는 건데. 그랬으면 절대로 은 비서를 제주도 출장에 동행시키지 않았을 텐데.
“세상에, 이사님이 그러실 줄은 몰랐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자기 부하 직원과 친밀한 관계라고요? 그것이 얼마나 부도덕한 일인지 모르십니까? 이사님이 그렇게 파렴치한 사람이었습니까? 네? 우리 은 비서를 그렇게 새까맣게 타들어가게 만들어 놓고 친밀한 관계라고요? 대체 친밀한…….”
“임 실장. 내 말부터 들어요!”
도준은 느닷없이 부하 직원을 건드린 파렴치한 상사로 몰아붙이는 임 실장을 보고 있자니 좀 억울했다.
“파렴치한 관계가 아니고 친밀한 관계입니다. 은 비서랑은.”
“은 비서도 그렇게 생각해요? 정말로? 그러면 왜 은 비서의 얼굴이 요즘 그렇게 죽을상인 거죠?”
죽을상? 은 비서가 죽을상이었다고? 하긴 어제 오늘, 은 비서는 좀 침울해 있었다. 하지만 그건 그의 잘못이 아니었다. 결혼할 때까지만 사귀자고 한 은 비서의 잘못이었다. 거기서 그럴까? 라고 대답했어야 했던 말인가?
억울해.

이름. 변 정애.
나이, 키, 몸무게 3대 불가사의로 국가적 비밀. 단지 가로와 세로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들 때 마다 먹는 걸 줄여 여전히 먹는데 목숨 걸고 사는 아줌마.
결혼전엔 남편을 거느리고 사는 꿈을 꾸었으나 오랜세월 남편을 모시고 살고 있다. 두 아들 역시 거느린다고 말하긴 어렵다.
가끔 3부자의 구박을 참고 사는 모습에 대견함을 느낀다.
로맨스 소설에 깊이 중독되어 무지하게 읽고 있고 그러다 용기 내어 쓰게 되었다. 읽는 것과 쓰는 것에 깊은 행복을 느낀다.

앞으로도 조금씩 나아지는 글을 써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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