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품 소개

우리 삶이 그렇죠 뭐. 어떻게 매일매일이 이벤트일 수 있겠어요.

건실, 착실, 성실한 간호사 오나라. 인생을 즐겁게 살리라 다짐했지만 가끔씩 찾아오는 외로움은 건강의 적!

결국 나라는 룸메이트를 구하기로 하고 평소 즐겨 읽던 웹툰 ‘서른 살 사춘기’의 작가 영인과 함께 집을 사용하기로 한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야? 동갑내기 여자가 아닌 일곱 살 연하 꽃미남 청년이 들어오다니!

엉겁결에 동거를 시작한 두 사람. 언제나 방글방글 웃는 영인이 밉기도 하고 마음에 들기도 하는데…….

고영인과 함께 살기 시작한 지 108일째, 천재지변이 일어나버렸다!

2. 작가 소개

신민영

사소한 인생을 근사하게 살고 싶다.

촌스러운 낭만을 기억하면서.

블로그 : http://blog.naver.com/ajwannabe

▣ 출간작

불가분의 연애

불꽃(eBook)

유혹의 기술(eBook)

뜻밖에, 우리는(eBook)

고양이가 사는 나라(eBook)

3. 차례

#35. 어장 탈출

#36. 넌 나를 미치게 해.

#37. 현실 자각 타임

#38. 열대야, 고백의 밤

#39. 휴가를 함께 보내고 싶은 사람

#40. 너의 세계로 들어갈 거야.

#41. 너를 향한 마음은 언제나 Yes.

#42. 우리의 농담 같은 휴가 (1)

#43. 우리의 농담 같은 휴가 (2)

#44. 우리의 농담 같은 휴가 (3)

#45. 착한 사람을 지키는 법

#46. 미안하다, 사양한다.

#47. 건강에 좋은 키스

#48. 인생이 주는 당근과 채찍

4. 미리 보기

간호 스테이션으로 터덜터덜 힘없는 걸음으로 들어오던 나라는 반색을 하며 기다리는 간호사들의 필요 이상의 관심에 약간 질렸다. 동료 간호사들이 설탕에 모인 개미떼처럼 나라를 빙 둘러싸더니 대답할 틈도 없이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맞지, 지난번 그 남자? 그 잘생긴 동생?”

“……아.”

“어쩐지. 사촌동생이라고 하기엔 분위기가 좀 묘했어. 물어보면 도망치기나 하고. 뭐야? 연애하는 거야?”

“그런 거 아니야.”

“내숭은…… 그런데 그 동생 꽤 어리지 않아? 되게 어려 보이던데. 오 샘 능력 있다.”

“진짜 그런 사이 아니라니까.”

“최 선생님이 오 샘 휴가 같이 갈 사람 없다고 걱정할 때, 속으로 좀 웃었겠는데?”

한 간호사의 말에 곁에서 듣고 있던 나머지 간호사들이 킥킥거리며 따라 웃기 시작한다.

“아마 오 샘이 훈남이랑 썸 타는 거 알면 질투에 눈 뒤집힐걸?”

“그러지 말고 제대로 좀 이야기해봐. 몇 살 차이야? 뭐 하는 사람이야?”

저마다 고영인의 신상명세를 궁금해하며 어디서 그런 대어를 낚았냐고 뜨거운 관심을 쏟아붓는 통에 나라는 제대로 된 대꾸도 하지 못한 채 시들하게 서 있었다.

“모여서 지금 내 뒷말 하는 거야? 그렇게들 한가해?”

귀가 쨍하도록 날카롭게 쏟아지는 최경주의 목소리에 키득거리던 간호사들은 놀란 비둘기들처럼 순식간에 자기 자리로 흩어졌다.

그제야 해방이 된 나라도 자리에 앉아 차팅을 하려는데 볼을 뚫을 것처럼 위아래로 훑는 노골적인 시선이 느껴졌다. 슬쩍 고개를 돌려보니 팔짱을 끼고 선 최경주가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얼굴로 나라를 살피고 있다.

“왜 그렇게 보세요?”

“아니야. 그냥 난 잘 모르겠는데, 오 선생 어디가 그렇게 매력적이어서 일곱 살이나 어린 친구랑 연애를 할 수 있는지 궁금해서 보는 거야.”

최경주의 입에서 나온 ‘일곱이나 어린’이라는 말에 간호사 스테이션 안이 다시 한 번 크게 술렁였다.

“그런 사이 아니에요. 그리고 설령 그렇다 한들 그게 선생님이랑 무슨 상관이에요?”

“그냥 궁금해서 그래. 그렇게 어린 남자한테도 이성의 감정이 느껴지는지……. 난 상상도 못하겠던데. 못할 짓 하는 것 같잖아.”

“그래요? 선생님 핏덩이 같은 아이돌들 좋아하지 않나?”

“연예인이랑 일반인은 다르지. 그건 일종의 동경이고, 이건 현실인데. 일곱 살이나 어린 연하 만나는 기분은 어때? 돈은 어떻게 써? 아무래도…… 거의 먹여살리지?”

“그런 사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나라는 더 대꾸해주고 싶지 않아 고개를 돌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똥은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라 더러워서 피하는 법이니, 더러운 이 질문의 도가니에서 벗어나야겠다.

“어린 애랑 연애하다 헤어질 때, 걔들이 결국엔 그런다더라. 그동안 고마웠어요, 누. 나. 그렇게 다정하게 이름을 부르고 하다가도 헤어질 때 되면 그런다는 거야. 누. 나.”

“그만하세요.”

“그동안 고마웠다니…… 무슨 후원 받는 것도 아니고. 일곱 살쯤 차이 나면 누. 나. 가 아니라 누. 님. 인가?”

나라는 바르르 떨리는 손에 힘을 꽉 주고 스테이션을 나가려던 나라가 입구를 막고 있는 간호사 카트에 정강이를 부딪쳤다. 포비돈 요오드로 적신 소독거즈 통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트레이에 담겨 있던 핀셋이나 가위 따위들이 한꺼번에 요란한 소리를 내며 날아가 불협화음을 만들어냈다.

“아오, 이런 씨. 열 받네. 확 씨!”

나라는 바닥에 떨어진 가위를 들어 올리더니 소독거즈 통에 퍽, 소리가 나게 꽂았다. 소독거즈를 꿰뚫고 한가운데 콰직 꽂힌 가위를 보자 최경주의 작은 눈이 두 배로 커졌다.

나라는 이를 꽉 깨물더니 최경주의 앞으로 천천히 걸어간다. 눈을 똑바로 마주치며 걸어오는 나라의 기세에 눌린 최경주가 주춤 물러났다.

“왜…… 왜 이래?”

“아오! 진짜.”

나라는 험상궂은 얼굴로 눈을 부라리더니 손을 쑥 뻗었다. 눈을 질끈 감는 최경주를 힐끔 보더니 곧 여자의 어깨 너머에 놓인 물티슈를 들었다.

“물건을 썼으면 제자리에 둬야지, 아무 데나 놓으니까 이런 사고가 생기네요. 그렇죠, 선생님?”

“…….”

“아, 열 받네 진짜. 착하게 살려고 했는데.”

나라는 물티슈를 거칠게 뽑아내더니 바닥을 붉게 물들인 포비돈 용액을 벅벅 닦아낸다. 다 닦은 티슈를 휴지통에 휙 버린 나라가 역시 소독약으로 물든 손을 보더니 빙긋 웃었다.

“꼭 피 묻힌 손 같네. 밤의 세계 큰. 누. 님. 같지 않아요? 뭣도 모르고 까부는 놈 담가버린 손 같은데.”

나라가 천연덕스럽게 물으며 배시시 웃자, 최경주는 입만 뻥긋거렸지 무슨 말을 더 하지 못한 채 시선을 피했다. 강한 자에게 약하고 약한 자에게 강한 최경주를 더 이상은 참아주지 않을 요량이었지만, 성인이니까 이 정도에서 마무리해주는 게 좋을 것 같다.

물티슈로 손을 닦고 생긋 웃으며 나라는 들으라는 듯 속삭였다.

“한번 사는 인생, 착하게 삽시다. 착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