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환이보다 나는 어때?”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제가 잘못 들은 것 같습니다.”

“무진그룹의 총수 부인이라면 상당히 유혹적인 제안일 텐데.”

“상당히 더러운 제안이죠. 설마, 동생의 여자에게 관심 있는지 몰랐는데요.”

“관심 있어. 그 무엇보다도 더 많이.”

대학교 친구로 기환과 민경은 신분차이, 남녀차이를 극복하고 절친으로 지내 왔다.

하지만 기환의 형 석환이 민경에게 관심을 보이자 기환은 민경에게 약혼을 제안하고,

석환은 점점 노골적으로 민경에게 다가가며 민경과 반강제적으로 관계를 맺는다.

잔인한 방법으로 동생의 여자를 빼앗은 석환은 급기야 민경과의 결혼까지 강행한다.

석환과 민경은 결혼식장 가는 중에 교통사고가 나고, 민경이 사라진다.

얼마 후 석환은 민경을 찾아내지만, 그녀는 사고의 충격으로 실어증에 걸려있다.

원치 않던 결혼에 실어증까지 얻게 된 민경, 그녀는 이 시련을 이겨낼 수 있을까?

[본문 내용 중에서]

“널 강간범으로 신고할 거야.”

“나중에 이 행위가 끝나고 나서 생각하기로 하지.”

분명 혀끝이 마술을 부리고 있었다. 시선으로 자신을 제압하고 난 뒤 엄지손가락으로 눈과 코, 입술을 쓸었다. 급한 손길을 예상했던 자신의 생각과 달리, 그의 손길은 너무도 부드러웠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이상한 짜릿함이 머리끝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위에 있는 그를 밀어내려 손을 뻗치자 반대로 그가 꼭 움켜쥐더니 가슴 쪽으로 가져갔다. 작은 손 위에 그의 커다란 손이 와 닿더니 조심스럽게 그의 가슴을 돌리기 시작했다.

“으…… 음.”

나직한 신음소리가 그의 입에서 새어나오더니 손 안쪽을 혀로 핥았다.

“아…… 핫.”

손가락을 따라 내려가는 혀의 놀림은 세상 그 어떤 것보다 부드러웠고 날카로웠다. 팔을 따라 가슴 쪽으로 그리고 여성까지 다다른 그의 머리를 밀쳐내려는 순간, 두 손을 머리위로 치켜 올렸다.

“이렇게 좋을 줄은 몰랐어.”

그의 말이 귓가에 파고든 순간, 고개를 세차게 저었지만, 그는 놓아주지 않았다. 바지가 벗겨지고 나신과 나신의 몸이 엉켜 붙었다.

그의 가슴에 그녀의 유두가 닿았고, 타액과 타액이 섞였다. 피하면 피할수록 그는 더 집요하게 자신을 추격했다. 마음은 분명 밀어내고 있는데 몸이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처음 느끼는 그런 감정에 민경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하앗…… 제발…… 그만 멈춰요.”

“흥분했잖아. 나만큼 너도 흥분했잖아.”

비명에 가까운 그의 말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돌리려 했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모으려는 다리를 조심스럽게 벌리더니 천천히 안쪽으로 침범해오기 시작했다. 멈추라는 말을 들은 채도 하지 않았다.

열에 들뜬 그는 이미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갑자기 몸이 아래로 잡아 채이는 느낌을 받은 순간,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프다고 놓아달라고 해도 이제는 늦었어.”

“당신을 미워하게 하지 말아요. 제발 멈추란 말이에요!”

“널 가질 거야. 무슨 수를 쓰더라도 널 갖고 말겠어.”

거친 침입, 막고 또 막으려 세워놓은 둑이 너무나 쉽게 무방비하게 무너져 버렸다. 커다란 비명과 함께 넘쳐오는 엄청난 물 앞에 민경은 자신이 숨을 멈췄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헉헉거리며 어떻게 호흡을 가다듬어보려 했지만, 숨이 넘어갈 듯한 고통에 눈을 감았다. 갑자기 주먹으로 가슴을 세차게 내리치는 힘에 숨이 트였다. 어떻게든 거칠 물살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쳤지만, 물길은 점점 그녀를 구석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아…… 아파.”

어느 순간 물이 부드럽게 몸을 흔들었다가 갑자기 폭풍처럼 몸을 솟구치게 했다. 잦아들 듯하면서 또 다시 밀려들었고, 물의 수위가 낮아지듯 몸의 흔들림도 조금씩 부드러워지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끝났다 싶어 살짝 눈을 감으려는데, 잠시 후, 엄청난 천둥소리와 물살이 자신의 몸 안에 강한 떨림을 남겼다.

[프로필]

서미선

사람을 좋아해서 집에서 수다떨면서 노는 것을

좋아해서 틈만 나면 놀 생각만 함.

[출간작]

〈후견인〉, 〈루비레드〉, 〈잔인한 사랑〉, 〈가면〉, 〈카인과 아벨〉, 〈부부〉, 〈지독한 거짓말〉, 〈피의 베일〉, 〈넌 내게 지옥이었어〉, 〈되찾은 약혼녀〉, 〈아내〉, 〈레드 러브〉, 〈백설화〉, 〈도령〉, 〈홍분지기〉 외 다수

[목차]

프롤로그

1장 ~ 12장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