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희의 집에 처음 갔을 때 호기심으로 인해 엿보게 된 방

서늘한 냉기와 위압감을 느끼게 하는 그, 이강혁을 만난다.

7년 후 다시 만난 그는 여전히 차갑다.

마주친 눈동자, 하지만 그 눈동자가 더는 차갑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주인 없는 방에 들어온 낯선 여자아이, 당황한 기색 없이 자신의 눈을 보며 말하는 아이가 거슬린다.

오해는 쌓이고 7년 후 다시 만난 그녀,

알 수가 없다. 왜 서유진이라는 여자를 외면할 수가 없는지…….

유진은 지나는 바람을 느끼며 말을 이었다.

“아무리 추워도 마음만은 따스하게 해주는 기억이죠.”

뺨을 스치는 차가운 감촉, 유진의 시선이 하늘로 향했다.

“와, 눈이 내리네요.”

“그렇군.”

그를 향해 엷게 미소 지은 유진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는 한 손을 들어 올려 눈의 감촉을 느꼈다. 손으로 느껴지는 감촉은 차갑다. 하지만 이렇게 바라보고 있으면 한없이 따스하다. 따스하고 따스해서 녹아들 것만 같다.

“참 이상해요.”

“뭐가?”

“눈 말이에요.”

“눈?”

“손으로 느껴지는 감촉은 분명 차가운데, 이렇게 바라보면 한없이 따스한 거 같아서요. 한없이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속이는 거야.”

“네?”

“한없이 바라봐달라고, 눈이 널 속이는 거라고.”

작은 웃음이 새어 나왔다.

“조금만 더 속으면 안 될까요?”

“감기 걸리면 어떡하려고.”

“걱정돼요?”

“어, 걱정돼.”

“좋네요.”

“응?”

“누가 날 걱정해주는 거, 그게 강혁 씨라는 게.”

맑고 우아한 목소리, 맑고 까만 눈동자가 자신을 바라본다. 강혁은 차분히 두 손을 움직여 그녀의 머플러를 바로 해주었다.

“서유진이 감기 걸리면 많이 걱정되니까 이제 눈에게 그만 속는 건 어떨까?”

그녀를 향해 강혁은 손을 내밀었다. 그가 내민 손을 잡은 유진은 그를 따라 조심히 내려갔다. 그렇게 그를 따라 조심히 내려가던 유진은 겨울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백련사의 풍경에 걸음을 멈춰 섰다. 소담스럽게 내리는 눈이 절의 지붕과 돌담, 나무와 지나는 길에 포근히 내려앉아 고즈넉한 풍광을 연출하고 있었다. 어떤 화가가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눈 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에 유진은 아무런 말 없이 그저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다리 아파?”

“아뇨.”

“그럼 왜?”

“풍경이 너무 예뻐서요.”

*

바람이 스친다. 그에 따라 은은한 소리가 고요한 공간에 울려 퍼졌다. 청아한 풍경 소리, 두 사람은 말없이 고즈넉한 산사에 울려 퍼지는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고마워요.”

“응?”

“이렇게 좋은 곳, 알게 해줘서요.”

‘이럴 땐 행동으로 보여줘야 하는 거 아닌가?’

‘예를 들면 이런 것.’

순식간이었다. 그녀의 입술이 그의 입술에 닿은 건.

1)Summer

2)세인고등학교 유명인사, 이강혁

3)오해

4)또 다른 오해

5)거짓말 같은 사랑

6)재회

7)La Memoire

8)7년 전 그날에도

9)First Rains

10)당신의 사랑이 나를 행복하게 합니다

11)선물

12)기억하고 싶어요, 당신과 함께 하는 모든 순간을

13)당신의 목소리는 내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입니다

14)시간의 소용돌이

15)오빠, 내 친구랑 사겨?

16)사랑해, 사랑해

17)허락

18)프러포즈

19)사랑의 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