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빈아, 이건 말도 안 되는 거지만…… 내가 너를…….”

“괜찮아요, 오빠.”

“규빈아…….”

“나 오빠 짝사랑했어요. 아무리 술에 취한 오빠라고 해도 거부할 수 있었는데 안 했어요.

그러니까 내게도 잘못이 있는 거예요.”

정란과 결혼하려던 창현은 집안의 반대로 술에 빠져 지냈다.

만취가 된 창현은 수양딸로 들어와 남매처럼 지내온 규빈에게 하룻밤 실수를 하게 된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정란은 떠나버리고 창현은 책임감에 규빈과 결혼을 하게 된다.

어느 날 창현은 그 실수가 자신을 남자로서 사랑했던 규빈의 조작임을 알게 되는데……

자신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한 남자의 사랑을 짓밟아버린 여자

그런 여자를 지옥으로 떨어뜨리기 위한 남자는 복수를 계획 하는데……

[본문 내용 중에서]

“네 짓이야? 오늘 이 쇼도?”

“무슨 말이에요?”

“너 쇼 잘하잖아. 그러니까 내가 너를 쉽게 버리지 못하도록 족쇄를 채운 거냐고? 곧 친척들이 우리에게 결혼식 올리라고 한바탕 난리 치를 것 같지 않아?”

“아니에요. 절대로! 그런 쇼, 내 인생에 한 번이면 나도 족해요.”

“그래? 그런데 왜 나는 이 반지가 역겹지? 너를 내 살결에 닿게 한 것 같아. 아주 역겨워.”

“그럼 빼세요. 누구도 당신에게 그 반지를 강요하진 않을 거예요. 나조차도요.”

정원에서 창현이 하던 말들이 귓속에 들어간 모기처럼 앵앵거렸다. 모기가 피를 빨며 계속 귓속으로 들어가는지 창현의 말들이 귀를 타고 심장으로 내려가 한마디, 한마디 박히고 새겨지고 있었다.

“너에게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건 다 없애고 싶어. 네 흔적 따윈 다 없애고 싶다고. 알아? 내가 지금 너를 이렇게 참아주는 게 얼마나 큰 아량인 줄 알아? 그걸 네가 모르지 않을 텐데, 이런 걸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 껴? 네 뻔뻔함은 어디까지인 거야?”

아량이고 했던가. 그 아량을 지금 그는 또 베풀고 있었다. 온몸에 힘이 빠져 있고 아직도 내부에 한기가 남아 있는 이유는 비 때문일 것이다. 선거가 아직 안 끝났으니까로 혼자서 이유를 찾아냈다. 반지를 낄 자격 따윈 없다고 말하던 창현의 목소리와 지금의 그녀를 안은 팔의 체온이 너무도 달랐다.

‘내 흔적 없애고 싶다고 했죠? 이렇게 안고 나면 오빠한테는 내 흔적이 안 남나 봐요. 난 온통 오빠로 물들 텐데…….’

꿈으로 치부하며 다시 눈을 감았다. 이제 오늘로써, 지금의 꿈으로써 끝을 맺을 것이다.

그녀는 이제 사랑을 버렸다. 예전 이 사랑에 못할 짓을 하고 만 자신 스스로 죄의 수갑을 찰 것이다.

‘주홍글씨로 남은 내 죄……. 내 선택에 후회 없다고 한 말도 정정할 거야. 난 이제 후회가 돼요.’

[프로필]

윤혜인

사랑하는 사람의 성으로

사람들에게 은혜를 갚고 싶습니다.

◆ 출간작

장미의 사실, 마리아, 8년 후에, 이어폰, 월애, 당신의 식탁, 사랑이 선택하다

[목차]

-1권-

프롤로그

1장 너의 거짓을 안는다

2장 성냥팔이 소녀

3장 시간을 얻지 못한 사랑

4장 에비타의 다이아몬드

5장 내 가난한 사랑

6장 여자, 감정의 회오리를 만든다

7장 비에 젖은 반지

8장 주홍글씨

-2권-

9장 욕망, 그것은 애증의 늪

10장 이별이 불러서 사랑을 놓다

11장 타오르는 분노

12장 헤어날 수 없는 진실 그리고……

13장 오빠와 꼬마 생쥐

14장 다시 만나는 사람들

15장 우리는 행복합니다

에필로그

-합본-

프롤로그

1장 너의 거짓을 안는다

2장 성냥팔이 소녀

3장 시간을 얻지 못한 사랑

4장 에비타의 다이아몬드

5장 내 가난한 사랑

6장 여자, 감정의 회오리를 만든다

7장 비에 젖은 반지

8장 주홍글씨

9장 욕망, 그것은 애증의 늪

10장 이별이 불러서 사랑을 놓다

11장 타오르는 분노

12장 헤어날 수 없는 진실 그리고……

13장 오빠와 꼬마 생쥐

14장 다시 만나는 사람들

15장 우리는 행복합니다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