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는 식이 시작되기 1주일 전에 해든필드 장원으로 돌아왔고, 시골로 되돌아왔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꼈다. 사라와 그녀의 약혼자는 지난 2주 동안 몇 군데의 사교 모임에 참석했고, 그때마다 엄청난 정신적인 압박감에 시달려야만 했다. 비록 대놓고 무례하게 행동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작은 속삭임과 함께 그녀와 약혼자를 신기한 듯 바라보는 호기심과 탐욕으로 가득한 시선들을 의식해야만 했다. 하지만 노력이 성공을 거두었는지 추문은 더 이상 불거져 나오지 않았고, 다행히도 아직까지 세인트 제임스의 이름은 더럽혀지지 않았다.
사라의 파혼이 걸려 있는 상황이라 런던 대신 가족의 영지에서 결혼식을 하기로 결정했다. 1주일간의 미친 듯한 준비 끝에, 결혼식날이 너무나 순식간에 그리고 너무나 천천히 다가왔다. 나중에 사라는 자신의 결혼식을 마치 만화경 속의 조각들처럼 기억해 냈다. 물론 자신이 정상적으로 행동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누구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으니까. 다만 그날 일의 대부분이 텅 빈 듯 기억나지 않았고 일부분만이 아주 선명하고 또렷하게 기억났다.
사라는 차와 토스트가 담긴 쟁반을 들고 찾아온 마규리트 이모에 의해 잠에서 깨어났다. 사라가 차에 우유를 넣고 휘젓는 동안, 이모가 명랑하게 말했다.
“마리아가 더 이상 우리의 곁에 있지 않으니 아무래도 내가 엄마의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단다. 비록 네가 어린아이도 아니고 분별력도 있고 가르침도 잘 받았지만, 그래도 결혼 초야에 일어나는 일에 관해서는 엄청나게 무지할 수도 있거든.”
그녀는 한쪽으로 머리를 들어 올렸다.
“네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말해 둘 필요가 있겠지? 비록 상세한 설명은 조금은 우스꽝스럽고 어떤 면에서는 실제보다 훨씬 덜 매력적이겠지만. 혹시 네가 아주 기본적인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면, 뭐 특별히 묻고 싶은 것이 있니? 내게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어.”
사라는 차가 목에 걸려 숨이 넘어갈 듯 기침을 했다. 잠시 후 그녀가 말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이모.”
조카딸의 새빨간 얼굴을 살펴보던 공작 부인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괜찮아, 애야.”
이모가 그 의미를 알아챘다는 사실을 확신한 사라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로 도망쳤다.
그 다음의 기억은 제니 밀러였다. 사라는 찰스와의 결혼식 때 입으려던 사치스러운 드레스를 취소하고, 대신 단순한 아이보리빛 실크 드레스를 골랐다. 개인적으로 그녀는 자신이 더 이상 깨끗한 흰색을 입을 수 없다고, 약간은 왜곡된 생각을 했었다.
제니는 자신의 여주인에게 사랑스러운 실크 드레스를 입힌 뒤 모든 주름이 완벽하게 잡혀 있고 윤이 나는지 확인했고, 섬세한 레이스 조각 하나하나를 완벽하게 점검해 나갔다 마지막으로 작은 비단 꽃을 제자리에 달고 베일을 덮어 사라의 발끝까지 흘러내리게 만든 뒤, 갑작스럽게 울음을 터트렸다.
“정말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부세요, 아가씨.”
그녀가 속삭였다.
“분명 행복하실 거예요. 그건 확실하답니다.”
사라는 하녀의 긍정적인 시각을 함께 나눌 수 있길 빌었다.
마차를 타고 교회로 향하는 동안, 아버지는 기쁜 것도 화난 것도 아닌 체념 상태가 되어 있었다. 마차에서 내려오는 것을 도우며 그가 부드럽게 말했다.
“결국 모든 것을 운명의 힘에 맡겨야겠구나. 네가 정말 행복하기를 빈단다, 애야. 그리고 네 엄마가 여기서 널 지켜볼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만일 그가 원했던 대로 사라가 런던의 유명한 교회에서 찰스와 결혼을 했더라면, 분명 그녀의 가문과 그의 가문에서 선택한 열두 명의 들러리를 앞장 세웠을 터였다. 하지만 이 결혼식은 사교계를 의식하고 있는 신랑을 만족시키기보다는 사라 자신의 취향에 맞게 선택한 결혼식이었다. 꽃향기가 가득한 교구의 작은 교회에 들러리는 마규리트 이모뿐이었다.
교회 안은 해든필드의 소작인들, 세인트 제임스 가의 가까운 친척들과 친구들로 가득 차 있었다. 페레그린은 단지 두 사람만을 초대했는데, 조용한 런던 출신의 사업가와 터번을 두르고 험악한 인상을 쓰고 있는 파탄인이었다. 뒷줄에 앉은 파탄인은 마치 유럽사람들이 아프리카 피그미족의 결혼식을 구경하는 것처럼 호기심 어린 얼굴로 전 과정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결혼 행진곡이 시작되자, 마규리트는 공작 부인의 당당함으로 식의 시작을 알리듯 당당하게 복도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 뒤 사라의 차례가 되었다. 그녀는 아버지의 팔을 잡으며 고마움을 느꼈다. 늘 그렇듯 그녀의 예민한 의식이 모두 불편한 다리에 쏠려 있었다. 모두의 시선과 소리가 너무나 부자연스럽게 느껴졌고, 돌바닥 위에 치맛자락이 끌리는 소리조차도 기차가 지나가는 것처럼 크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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