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9, 잉글랜드.

그는 스스로를 페레그린, 유랑자라 불렀고 복수를 위해 런던으로 왔다.
땅거미가 질 무렵, 칼리는 독스 항에 정박하기 위해 템즈를 거슬러 올라왔다. 물이 육지와 만나는 좁은 장소에는 많은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 흔히 풍기는 냄새가 허공에 짙게 배어 있었다.
페레그린은 앞 돛대에 몸을 기대고 서서 깜박이는 런던의 불빛들을 바라보며 뱃머리에 부드럽게 부딪치는 파도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누구든 그가 지금 느긋하게 쉬고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몸을 기대고 편하게 휴식을 취하는 듯한 그의 자세는 지난 몇 년간의 훈련과 오래전 제2의 본성처럼 익혀온 습관에 의한 것이었다. 어린 시절 사람들에게 자신의 진심을 드러내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는 것을 배웠고, 세월이 흐르며 자신이 실제로 어떻게 느끼는지 본인조차 잘 알지 못할 정도로 점점 더 위장(僞裝)에 익숙해져 갔다.
하지만 오늘만은 자신의 감정과 본성에 대해 어떤 의혹도 품지 않았다. 부드럽고 문명화 된 영국의 어둠 속에 그의 적이 숨어 있었고, 그 사실이 그의 혈관 속에서 흥분의 불꽃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그는 사반세기 동안 이 순간을 기다려왔고, 그가 고통을 받은 만큼 정확하게 피의 대가를 받아낼 생각이었다.
열 살 때 시작된 증오의 불꽃은 그의 어둡고 씁쓸한 보살핌 속에서 해를 거듭하는 동안 점점 더 커져만 갔다. 복수를 기다리고 준비하는 것은 쾌락과 고통의 기묘한 복합물이었다. 그는 무수한 곳을 방랑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했고 몸과 마음을 어떤 칼이나 총보다도 치명적인 무기로 갈아왔으며, 그 어떤 장소와 사람들 틈에서도 살아남고 적응할 수 있는 방법을 습득했다. 기술과 재산 그리고 재치와 노력들 모두가 그의 궁극적인 목표를 향한 발돋움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 모든 준비 끝에 여기까지 왔다. 지구상 가장 위대한 도시라고 불리는 런던, 부와 더러움 그리고 속물들과 고귀한 이상이 존재하는 곳으로.
그는 부두에 정박하기 위한 절차와 규제들을 모두 선장에게 맡겨둔 채, 앞날에 대한 기대감이 가져다주는 육감적인 쾌락과 침묵을 만끽했다. 이미 멀리서부터 먹이를 잡기 위해 거미줄을 쳐 놓았고, 이제 몸소 그 마지막 실타래 속으로 들어가 가장 최악의 그리고 가장 치밀한 고통을 준비할 예정이었다. 페레그린은 적이 자신의 파멸 이유를 알길 바랬고, 그의 두려움과 고통이 점점 더 커져 가는 것을 직접 보고 싶었다. 또한 궁극적인 파멸의 영광을 자신이 직접 선사하길 원했다.
페레그린은 통관 수속을 깨끗이 마친 뒤, 자신의 계획에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 로스 칼리슬 경에게 전갈을 보냈다. 페레그린이라 알려진 - 전사이자 방랑자이며, 어마어마한 부자에 영국 법의 테두리 밖에서 사는 신비스러운 종족들의 영웅인 - 그는 기다리는 일에 익숙해져 있었다. 하지만 이제 곧 기다림의 시간도 끝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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