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레일리아 브루메, 11월

남양(南洋)의 하늘은 불온하기 짝이 없었다. 시시각각 기세를 더하여 이쪽으로 다가오는 폭풍우가 어느 심술궂은 신의 전령인 양 바다와 하늘을 휘저어놓아 더 이상 수평선도, 중심도, 경계도 없는 세상에서 먹구름 뒤에 숨은 태양이 제 존재를 알리듯 찌는 듯한 열기를 대지에 방출했다.
진주 감별장의 문을 열고 비밀번호를 입력한 후 등뒤로 강철문을 다시 닫은 ‘그’의 맨 가슴에서 굵은 땀방울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방금 감별사들을 보안 검색대 너머로 내던지다시피 서둘러 쫓아낸 것도 형체 없이 강력한 더위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이 합금지붕의 건물 안에서 천해의 습기와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맞수가 에어컨 밖에 없음에도 실내에 들어서자마자 꺼버렸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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