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유

대형 연예 기획사인 환희천 대표 임은혁의 아내.
그리고 탑 가수인 강진성의 옛 연인.
2년 전 스캔들로 바닥까지 내려앉은 진성을 만나 사랑했다.
그리고..... 그런 진성을 버리고 은혁과 결혼을 했다.
누구도 모르는 비밀을 혼자 가슴에 품은 채.

* * *

“내가 잃은 것을 되찾아보려고.”
“너가……, 잃은 것?”
그녀의 머뭇거림을 비웃듯 진성의 목소리가 곧장 되돌아왔다.
“너.”
유쾌하기까지 한 목소리여서 지유는 자신이 똑바로 들은 것인지 확신할수가 없었다.
눈을 가늘게 뜨며 그녀가 물었다.
“술을 마신 건 아닌 모양인데 어디서 머릴 다치기라도 한 거야? 아니면 다시 약 먹기 시작했니? 난 결혼했어. 다른 사람의 아내라고.”
“그래서?”
너무나 차가운 대꾸에 지유는 소름이 끼쳤다. 진성이 고개를 약간 갸웃하자 부드러운 머리카락 몇 올이 이마에 흐트러졌다. 그가 말을 이었다.
“너가 빈털터리라는 이유로 날 차버리고 돈 많은 남자의 무릎에 냉큼 올라앉았을때 그런 도덕적인 잣대 따위는 이미 던져버린 것 아니었어?”
진성이 내뱉는 단어 하나하나가 심장에 비수로 와 박혔다.
'그래. 이 남자는 죽을 때까지 나를 그런 여자라고 생각하겠지.'
지유는 진성의 이마위에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쓸어 올려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신 손끝으로 소파를 지그시 눌렀다. 우습게도 슬픔이 오히려 용기를 주었다.
산산이 흩어졌던 평정심을 끌어 모으며 그녀는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난 분명 너에게 이별을 고했어. 2년이 넘었는데 여태까지도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네 낮은 이해력까지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건 너무 과한 요구라고 생각되는데.”
훨씬 더 독하고 모진 소리라도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그것이 진성이 더 이상 다가오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 된다면.



강진성

한때 스캔들과 루머로 재기 불능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그러나 지유의 배신은 그를 전혀 다른 사람으로 만들었다.
이제 다시 톱 가수의 자리로 올라선 진성의 앞에 지유가 나타났다.

* * *

“조용히 살았어야지. 지금까지처럼 그렇게 죽은 듯이. 돈지랄을 해 가며 복에 겨워 흥청망청 살더라도 최소한 날 들쑤셔 놓지는 말았어야 했어. 하! 그런데 노래를 하시겠다?”

“이미 늦었다고 말했잖아. 영원히 마주치지 않고 살아졌다면 그냥저냥 너 따위 건 잊어줬을 지도 몰라. 머리를 돌게 만드는 분노나 증오 같은 것도 세월에 휩쓸리다보면 옅어지는 날이 올 거라고 믿으면서 말이지. 그런데 어떻하냐? 이렇게 마주쳐버렸으니. 그리고 빌어먹게도 너가 내 품에 있을 때보다도 훨씬 예뻐졌다는 사실 때문에 난 이가 갈릴 정도로 화가 나고 있거든? 그래서 더 이상은 안 참아주려고. 너가 겁도 없이 내 영역에 발을 들여놓은 대가를 치르게 해 주겠어!

본명 : 옥진주

둘러보면 늘 주위에 수다 떨 사람이 있고, 읽을 책이 있고, 맛있는 음식이 있고, 쓰다듬을 동물들과 안아줄 아이들이 있어서 행복하기만 한 서툰 글쟁이.
무엇보다 나눌 사랑이 있어서 더더욱 행복한 낙천주의자.

로망띠끄에서 ‘호접지몽’ 연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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