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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평안감사의 은밀한 사생활 2권

임지영(디카페) 지음도서출판 가하2018.07.23979-11-300-3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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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300-3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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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이름의 전자책 모음  (전권 구매시 7,200원)



1. 작품 소개

 

“물론 아가씨는 나름 귀여운 분이야. 착하고, 아마 배려심도 깊을 거야. 다만 아름답지는 않지. 나는 아름다운 사람을 사랑한다네. 내 취향은 확고해. 그러니 절대 추문 따위는 생기지 않아.”

 

 

조선팔도 감사 중 제일가는 평안감사. 평안감사가 되기 위해 게으른 내가 얼마나 많은 피땀을 흘렸던가! 부푼 꿈을 안고 온 평안도인데……. 색향의 땅에 온 나는 어째서 박색에 가까운 저 아가씨에게 눈이 가는가? 난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는데 왜……?

 

 

“윤하 아가씨가 소국에게 저를 싫어한다고 말해주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싫어하지 않습니다. 소국을 포기하세요.”

지금 이 아가씨가 하는 말은 자신이 나를 좋아하니까 소국을 포기하고 자신과 잘해보자는 그런 말인가? 설마…….

“저는 소국을 좋아합니다! 아가씨가 아니라.”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세요.”

“저를 정말 좋아합니까?”

“네.”

 

 

2. 작가 소개

 

임지영(디카페)

 

재능은 끈질긴 인내다. 라는 말을 삶의 신조로 삼고 있는 이야기꾼입니다. 읽는 사람도 쓰는 사람도 즐거운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3. 차례

 

#8. 치죄

#9. 사랑이 드러나다

#10. 방세측

#11. 함정

#12. 한양

#13. 영의정의 집

 

 

4. 미리 보기

 

서운은 정말 화가 났다. 스물네 살이 되도록 이렇게 화가 난 적이 없었다. 그 많은 비열한 범죄자들과 마주하고 사기꾼들과 심지어 정신이상자와 압박심문을 해도 단 한 번도 마음의 동요가 없었는데, 지금 이 자리에서 저 늙은 놈을 당장 칼로 목을 베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났다. 뱃속에서 불안감이 미미하게 끓어올랐다.

설마 진실로 윤하 아가씨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정말 내가 부모의 뒷배로 이 자리에 올랐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겠지? 인격이 모자란 놈이라고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그, 그래서 나를 밀어내고 있는 것은 그건, 아니겠지. 손바닥에 식은땀이 찼다. 이렇게 불안한 자신이 믿어지지 않았다.

열세 살에 장원급제를 했을 때에도 주위에서 부모의 덕이라고 흉을 봤다. 임금이 직접 글을 칭찬하고 가문의 덕이 아니라고 증명을 해주기 전에 자신이 주위의 어른들에게 뭐라고 했던가.

 

「내가 아니면 그뿐, 남의 의심이 뭐 그리 중요하겠습니까?」

 

열아홉, 감찰로 이름을 떨치고 고속승진을 하자 주위에서 여전히 그를 흰 눈으로 보았다. 부모가 정승이면 뭔들 못 하겠냐. 임금이 총애하는 정승의 아들인데 승진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등등. 그때도 전혀 화가 나지 않았다. 웃고 다녀서 남들이 욕을 하는데 웃다니 너무 속이 좋은 거냐는 말도 들었다.

정말 화가 나지 않았다. 왜냐면 나는 세상에서 제일 잘난 놈이니까. 서원에서도, 성균관에서도, 급제하고 초임을 달았을 때에도, 언제나 항상 자신은 아름답고 세상 멋진 놈이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손바닥에서 땀이 줄줄 났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윤하였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자신을 머저리라고 말해도 그러거나 말거나 상관하지 않는다. 자신은 멋지니까. 그런데 윤하가 자신을 머저리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안 돼. 그것만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그건 김서운이 수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머리털이 나고 처음으로 사랑한 여자가 자신을 짓밟는 것은 그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서운의 불같은 분노를 보고 모두가 놀랐다. 감사 나리는 한 번도 화를 낸 적이 없어서 그가 이렇게 화를 내는 이유도 가늠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늙은이가 서운의 얼굴을 힐긋 보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감사 나리, 나리가 이렇게 화를 내시는 이유도 괴이합니다. 설마 감사 나리가 윤하를 마음에 두시고 그 죄를 감싸려는 것은 아니시지요?”

“뭐라?”

서운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분노가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끌려나와 있던 진웅이 입을 열어서 눈치를 보며 소심하게 비아냥거렸다.

“윤하를 마음에 두고 범죄자를 감싼다면 크게 화를 당할 것입니다. 이것 보십시오. 이제 보니 나를 일부러 잡은 것이 아닙니까? 약혼자이니 일부러 함정에 넣은 것이지요. 죄는 윤하가 짓고 벌은 나에게 내림으로써 윤하를 구하고 국고를 축내고 횡령을 돕는 것입니까?

이는 한양에 상소를 올리고 억울함을 호소할 일입니다. 그리고 윤하는 감사 나리가 이상하다고, 반역도당이 아니냐고 했단 말입니다. 속은 것도 모르고서 잘난 척을 그리…….”

서운이 높은 계단을 단숨에 내려왔다. 이 비열하고 괘씸한 도적놈들을 전부 죽여버려야 한다는 강렬한 감정이, 거센 의지가 폭발했다. 감정 없이 일을 한다고 모두가 냉혈인간이라고 욕을 하던 김서운은 어디론가 가버렸다.

남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고 허점을 파고들어 궤변을 만들고 그럴싸하게 말을 하여 사람들을 눈과 귀를 속이고, 윤하를 욕보이는 놈들을 전부 죽여버려야 한다.

“나에게 거짓을 말해? 감히 윤하 아가씨를 두고 거짓말을 하다니!”

서운이 허리에 찬 긴 장검을 뽑아들자 사람들이 전부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대청 위에서 조영이 허둥대는 것이 느껴졌다. 멀리 떨어져 있던 학영이 달려오는 바람 소리까지 들렸다.

윤 대감은 서운의 뜻밖의 모습에 놀랐는지 그저 그를 보고만 있었다. 늙은이가 기절할 듯 놀라서 뒤로 넘어지는 것과 진웅의 놀란 두꺼비 닮은 눈알이 튀어나오려는 듯 구르는 소리까지 들렸다.

진웅을 향해 뒤로 홱 당겨진, 칼을 든 팔을 누군가가 잡았다. 강한 힘이 아니라 부드러운 손가락이, 너무나 가벼운 힘이 서운의 팔을 잡고 뒤로 끌었다. 서운이 얼굴을 돌려서 그 손을 보았다. 윤하의 하얀 얼굴이 창백하게 굳어서 자신을 보고 있었다. 달려오던 사람들이 전부 그녀의 대담한 행동을 보고 얼어붙었다.

폭풍이 부는 듯한 시커먼 눈빛으로 서운이 윤하를 노려보자 윤하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사, 사실입니다. 감사 나리를 쫓아낸다고 했던 거. 그것은 사실입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전에 당신을 믿지 못한 것 또한 사실입니다. 죄는 저지르지 않았지만 감사 나리를 이상하다고 생각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니, 다 거짓은 아니니 화가 나시면 저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벌을 내리십시오. 공정한 판결도 없는 불법한 형 집행은 감사께 해가 됩니다.”

서운이 손을 내리고 윤하에게 표정 없는 얼굴로 천천히 또박또박 물었다. 마치 같이 밤 산책이라도 나온 사람처럼 상냥하고 냉정하게 예의 발랐다.

“정말 나를 쫓아내려고 했습니까?”

윤하의 눈에서 느닷없이 눈물이 뚝뚝 흘렀다. 자신에 대한 모독이 넘치고 명예가 익사 직전까지 몰려도 눈물은 나오지 않았는데 그가 자신을 내쫓으려 했냐고 묻자 지금 당장 구구절절 변명을 할 수가 없는 것이 분하고 원통했다.

그런 생각을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가 오기 전이다. 그를 모를 때였다고 말을 해야 할까? 그리고 그것이 그가 이렇게 화를 낼 만큼 큰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는 자신감이 충만하고, 또 잘못도 없는데 누가 그를 쫓아내겠는가.

윤하가 손등으로 거칠게 눈을 닦았다. 아무튼 그를 멈춰야 했다. 공정한 판결을 내고, 그리고 형을 집행해야 한다. 그것은 진웅과 진일서가 아무리 부패한 악당이라고 해도 받아야 할 정당한 권리였다.

윤하는 이런 것을 생각하는 자신의 완고하고 원칙적인 성격이 생전처음으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자신이 이런 인간인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게다가 눈물은 왜 주책없게 그치지 않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네.”

서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입이 벌어지고 윤하를 뚫어지게 노려보았다. 늘어진 손에서 칼이 챙!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곁으로 성큼 다가온 조영이 윤하를 막아서고 학영이 서운의 칼을 주웠다. 조영이 사람들을 향해서 큰 소리로 지시를 내렸다.

“다른 날 심문을 할 것이다. 진웅과 늙은이를 옥에 가둬라. 그리고 이방과 진철은 따로 보호하고. 공방은 윤 대감과 윤하 아가씨를 집으로 모시오. 호방과 예방은 모인 사람들을 모두 돌아가도록 지도하시오!”

뒤에서 선혁이 증인들에게 집으로 갈 것을 지시하고 자세한 증언을 구할 것이라고 세심하게 일자를 알려줬다. 사람들은 진웅과 늙은 변호사의 궤변을 모두 믿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갑자기 감사 나리가 왜 그렇게 화를 냈는지 의아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리고 느닷없이 더 큰 궁금증이 생겼다. 모두들 윤하 아가씨를 조용하고 참하지만 못났다고 생각을 했는데 어떻게 갑자기 평양 권세가의 장남인 진웅과 조향장사로 평양의 돈을 다 긁어모은다는 진철과 그리고 엄청나게 잘난 평안감사 나리 김서운까지 세 명의 구애를 동시에 받게 되었는지, 사람들은 그것을 미치도록 궁금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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