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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을의 횡포 2권
한을 지음도서출판 가하2018.06.05
| 판매정가 | : |
|---|---|
| 판매가격 | : 3,500원 |
| 적 립 금 | : 0원 |
| 파일용량 | : 609 KByte |
| 이용환경 | : PC/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타블렛 |
| 독자평점 | :  [참여수 0명] |
| 듣기기능 | :  TTS 제공 |
| ISBN | : 979-11-300-295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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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작품은 리네이밍작입니다.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1. 작품 소개
“쓰레기, 너 같은 걸 써주는 회사가 있을 것 같아?”
“……있는데요. 저 써주는 회사, 있더라고요. 여기, G&B그룹 비서실이요. 덕분에 취직됐어요. 그럼 잘 부탁드려요. 사장니임!”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인성쓰레기 사장에게 해고당했지만, 그로 인해 사장에게 엿 먹이는 게 주업무인 비서로 채용됐다. 연봉 높은 땡보직을 나 변태영이 어찌 마다하리오.
어이, 갑! 너 어디 한번 싸구려 을에게 제대로 당해봐라!
“현대판 노예라, 멀리 갈 것도 없잖아?”
원하는 답을 듣고 싶어? 개인비서 시켜줘! 그럼 노예 해줄게!
“어머나, 그게 누굴까요?”
“몰라서 물어? 말이 좋아서 비서지, 조선시대로 치면 노비 아냐? 천민. 안 그래? 싸구려.”
“에이, 그런 식으로 치면 사장님도 시대를 잘 타고난 거죠. 조선시대로 치면 상인이잖아요. 상놈!”
2. 작가 소개
한을
양수를 그리는 새
▣ 출간작
힐 미
3. 차례
6. 그들의 첫 번째 석양
7. 소나기는 슬픔을 씻고
8. 인스턴트커피와 디저트
9. 가짜 약혼녀
10. 삼각팬츠와 다이아
11. 끝은 새로운 시작
4. 미리 보기
나를 가치 있게 여겨줬으면 하는 단 한 사람이 이무원인 걸 알 리 없는 사장은 김칫국을 사발로 들이켰다. 얼굴을 찡그리더니 앞으로도 그 한 명에 자기가 끼는 일은 없을 거라며 단호하게 못 박았다. 그러곤 다시 출장 다녀왔던 국가들의 이름을 적기 시작했다. 채 목록이 완성되기도 전에 택시가 멈추었다.
화려한 호텔 로비가 둘을 반겼다. 처음 여기 도착했을 때만 해도 특유의 인테리어에 설렜는데 어제 피곤에 지친 사장을 본 후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여행객들에겐 편안한 쉼터겠지만, 사장에게는 뜬눈으로 밤을 새워야 하는 치열한 일터라는 것.
“사장님.”
“왜?”
“필요할 땐 언제든 호출하시라고요. 저도 같이 잠 안 자고 버티고 있을게요.”
“…….”
“왜요?”
왜 이렇게 사람을 뚫어지게 쳐다본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날 위아래로 훑어보던 사장이 입을 열었다.
“싸구려.”
“네! 사장님.”
“당연히 할 일 하면서 뿌듯해하지 마.”
“넵.”
“……오늘은 호출할 일 없을 것 같아. 나도 눈 좀 붙일 거니까, 싸구려도 자둬.”
“알겠어요. 그럼 오늘은 푹 쉬세요!”
대답 대신 망고주스를 빨아들이는 소리가 들렸다. 방으로 돌아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하리 관련 기사를 검색해 정독했다. 찌라시 관련해선 소득이 없었지만 눈에 띄는 기사는 있었다. 물밀듯 밀려오는 CF 제안에 고심 중이라고.
이하리에게 CF모델이 되어주길 요청한 수많은 회사 중엔 G&B레저산업도 끼어 있다. 레저면 오영빈 사장 쪽인데. 조금 찜찜하긴 하지만 아직 한다고 수락한 것도 아니고, 하리라면 당연히 거절하겠지? 그래도 결전을 앞두고 있는 만큼 사장은 이 기사를 몰랐으면 싶다. 내일은 부디 컨디션이 좋았으면 하고.
그렇게 바랐건만, 아침에 마주친 사장의 안색은 초췌했다. 밤을 새운 게 분명했다. 머리가 멍하다며 주문해왔다.
“싸구려. 커피 진하게 부탁해.”
사장의 커피 취향이야 익숙하게 알고 있으니, 그에 맞춰 홍콩에 오기 전 미리 검색해두었던 카페를 찾았다. 좋은 원두와 독자적인 로스팅으로 유명한 곳. 막 샤워를 마치고 나온 사장이 룸 안에 퍼진 커피 냄새에 만족스러워했다. 사장이 잠시 소파에 기대 휴식을 취하는 동안 테이블 위의 서류를 한데 모아 정리했다.
얼마나 검토하고 또 검토했는지 모서리가 다 닳아버린 종이들. 손끝에 만져지는 부들거리는 느낌에 비로소 이번 출장의 의미가 생생하게 다가왔다. 여러 명의 노력이 담긴 산물이자, 성사여부에 따라 수많은 사람들의 운명이 갈리는 집합체라고. 더불어 나도 이 중요한 사안에 빠져서는 안 되는 한 조각이라는 것도. 그건 단순한 개인비서 개념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이어서, 그걸 깨닫자 가슴이 두근거렸다.
“사장님.”
“왜?”
“오늘 잘하실 거라구요! 응원하고 있을게요.”
“…….”
갑자기 의지 충만한 나와 잠시 눈을 맞췄던 사장의 시선이 불끈 쥔 내 주먹으로 옮겨갔다. 다시 눈을 맞춘 사장이 피식 웃더니 이제는 식은 커피를 단숨에 비웠다.
“이제 가지. 밖에서 대기해.”
“넵!”
힘차게 따라나섰으나 오늘도 지난 이틀과 다를 바 없는 분위기가 계속 이어졌다. 그래도 마지막 날이어서인지는 몰라도 제시간에 마무리가 되었다. 결과는 무승부. 쟁점이었던 부분에 대해 양측 모두 조금 더 고려해볼 시간을 갖기로 했다고 한다.
“에, 그럼 불발이잖아요.”
“응원이 부족했던 거 아냐?”
“그럴 리가요. 얼마나 열심이었는데. 화장실도 참았다니까요?”
“원, 별…….”
볼일이 급했다는 리얼한 표정 연기에 사장이 어이가 없다는 듯 뇌까렸으나 기분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돌아가는 비행기에선 숙면을 취할 테니 방해하지 말라고만 간단히 주의 줬을 뿐. 덕분에 올 때와는 달리 나도 편히 갈 수 있었다. 근처에 있던 다른 직원들의 대화를 슬쩍슬쩍 엿들으면서.
“갑자기 분위기가 반전될 줄은 몰랐는데.”
“꼼짝없이 파투나는 줄 알았는데 그나마 다행이지 뭐.”
사장에 대해 말할 땐 나를 의식한 듯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래도 나쁜 내용은 아니었다. 사장이 집중력 있게 끝까지 협상을 주도해서 이나마도 성과가 있었다는 그런 얘기. 투자자들의 억지요구에 조목조목 반박하며 몰아붙였을 땐 통쾌했다는 소리엔 괜히 내 어깨가 으쓱거렸다. 혼자만 신날 수 없어, 공항에 내려 사장의 집까지 가는 차 안에서 들은 얘기를 전해주었다.
“사장님 완전 멋있었대요.”
없던 얘기도 보태가면서. 감흥 없이 듣고 있는 사장을 향해 어깨를 쫙 펴 보였다.
“다 제 덕분인 줄 아세요.”
“싸구려가 뭘 했기에?”
“응원이요!”
“그럼 그 전까진 안 하고 있었나 보지?”
“에헤이! 너무 쪼신다.”
“커피.”
“네?”
“맛있었어.”
갑자기 웬 커피. 어리둥절하다가 집중력에 대해 돌려 말한 걸 깨달았다.
“사장님은 솔직하지 못한 것 같아요.”
“뭐가?”
“그냥 고맙다고 말하면 될걸. 우리 회사의 자랑 변태영이 사준 커피 덕에 집중력이 높아졌다, 그래서 마무리를 잘할 수 있었다. 어? 이럼 어디 덧나요?”
“싸구려가 언제부터 우리 회사의 자랑이야? 그리고 커피 덕이 아니라 내가 준비를 철저히 했기 때문이야.”
“알겠어요. 사장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면 그렇다 치죠 뭐.”
“그렇다고 치는 게 아니라 실제로 그래.”
“아무렴요. 사장님이 지존이시죠!”
“하.”
넥타이를 거칠게 풀어헤친 사장이 휴대전화를 켰다. 별생각 없이 따라서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는데 최신 기사가 떴다.
[이하리, G&B리조트의 새얼굴]
G&B리조트는 오영빈 사장이 소유한 계열사였다. 이하리가 G&B리조트의 CF모델로 발탁되었단 말에 사장의 표정이 급격히 굳었다.
“차 돌려.”
자택으로 향하던 차를 본사로 돌렸다.
‘왜 하필.’
오성준이 무사히 집에 들어가는 걸 볼 때까지 휴대전화를 못 보게 막았어야 했는데. 방심했다가 퇴근만 늦어지게 생겼다.
“……왜 하필.”
사장의 입에서 꼭 내 속마음 같은 탄식이 터져나왔다. 이동하는 동안 점점 눈빛이 살벌해진다 싶더니, 도착해선 사장실도 거치지 않고 바로 회장실로 향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회장은 자리에 없었다. 김연석이 대신 우리를 맞았다.
“벌써 오십…….”
그러나 김연석의 인사는 끝을 맺지 못했다. 김연석의 멱살을 잡은 사장이 벽에다 그대로 처박았기 때문이다.
“넌 알고 있었지!”
“모, 몰랐……습……니다.”
“몰랐다? 먼저 무슨 일이냐고 묻는 게 정상 아냐?”
“…….”
사장의 손아귀가 아무 말 못 하는 김연석의 숨통을 더욱 조였다. 얼마나 세게 잡아 틀었는지, 헐떡거리던 숨마저 멈춘 김연석의 얼굴이 보랏빛으로 변했다. 이러다 진짜 사람 하나 잡겠다 싶어 중간에 끼어들었다.
“김 실장님 죽겠어요. 말로 해요, 말로! 살려둬야 뭐라도 들을 거 아니에요!”
“빠져.”
“무엇보다 이하리 씨가 원했을 수도 있잖아요.”
“…….”
사장의 손등에 터질 듯 불거져 있던 힘줄이 탁 풀렸다. 동시에 김연석도 호흡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회장님 어디 계셔?”
“오영건 전 사장님 문병 가셨습니다.”
“CF, 회장님도 알고 계셨어?”
“……네.”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이하리 측에 콘택트 들어간 건 홍콩 출국 전날 저녁이고, 그때 회장님께서도 아시고 사장님 돌아오실 때까지 함구하라고 하셨습니다.”
“이유는?”
“자세한 건 저도 잘…….”
“찌라시 출처.”
“증거는 부족하지만 정황상 오범곤 부사장인 것 같습니다. 오영빈 사장도 모르진 않았을 것 같고.”
“오범곤? 그 새끼가 왜?”
“전에 물류 쪽 욕심냈었는데 사장님이 거절하셨잖아요. 벼르고 있다가 이번에 리조트 맡으면서 터트린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상무였던가? 자리를 내달랬는데 물류는 이쪽 라인이니 줄 수 없다고 칼같이 자르던. 김연석의 말에 앞뒤 정황을 파악한 사장이 쌍욕을 뱉었다. 그런 사장의 눈가는 날카로우면서도 잔뜩 그늘져 있다. 출장 내내 강행군을 이었는데 돌아오자마자 신경 곤두세울 일뿐이니. 정적을 뚫고 어디선가 진동이 울렸다.
“저 호출이 와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죄인처럼 낯을 들지 못하던 김연석이 자리를 떴다. 대강의 사정을 다 알게 된 사장은 몹시 혼란스러워했다. 이하리를 그토록 싫어하던 회장이 CF를 눈감아준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길 잃은 아이처럼 갈 곳 몰라 하며 서성거렸다.
“사장님, 일단 댁으로 가셔서 쉬는 게 좋겠어요.”
“…….”
“쉬어야 싸울 힘도 생기죠. 가요, 어서.”
이젠 생각할 기운도 없는지 멍하니 날 따랐다. 다시 자택으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사장이 나직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말했다.
“하리가 원했을 리 없어.”
“제가 말 잘못했어요. 죄송해요.”
더 이상 긁힐 대로 긁힌 사장의 신경을 긁고 싶지 않아 얼른 시인했다. 내 사과를 끝으로 이동하는 동안 눈을 감고 있던 사장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기절하듯 잠들어버렸다. 며칠간 밤새웠던 걸 생각하면 무리도 아니었다. 조용히 불을 끄고 뒷문으로 나왔다.
“상구야!”
웡!
크게 짖으며 번개처럼 달려 나와 안기는 상구. 많이 기다리고 있었는지 유난히 짖는 소리가 왕왕 울렸다.
“쉿! 그러다 사장님 깬단 말이야. 산책 가자! 거기서 맘껏 짖자?”
그간 줄곧 갇혀 있었나 보다. 하긴, 워낙 따르는 사람 말고는 말을 듣지 않으니 산책을 시킬 수 있을 리 만무했다. 갇혀 있던 게 아니라 스스로 나가지 않았던 건지도.
간만의 산책에 상구는 여기저기 영역표시를 하느라 바빴다. 은근슬쩍 내 다리에 몸을 비벼 체취를 묻히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당연히 평소보다 산책 시간이 훨씬 길어졌다. 돌아왔을 땐 주위가 이미 어둑해져 있었다.
“우리 상구 배고프지, 밥 먹고 코 자자?”
마지막으로 밥이나 주고 가려고 했는데, 어디선가 말소리가 들려왔다. 뭔가 싶어 개집 창밖으로 보니, 아까 끄고 나왔던 불이 훤하게 켜져 있다. 마주하고 있는 회장과 사장의 모습이 창가에 어른거렸다.
둘은 다투는 중이다. 엿들으려던 건 아니었는데 본의 아니게 그렇게 돼버렸다. 회장도, 오성준도 잔뜩 격양되어 있었다. 듣지 않으려 해도 버럭버럭 지르는 소리가 개집까지 닿았다. 제 주인의 화가 느껴지는지 상구도 안채 쪽으로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게 다 널 위해서 그런 거다!”
“저요? 절 위한 게 아니라 할아버지를 위해서겠죠. 언제부터 절 그렇게 위하셨다고!”
“그 아이랑 계속 만나고 싶으면 너도 범곤이처럼 결혼해라. 그럼 허락해주마.”
뭔 소리람? 이하리랑 결혼하라는 건가? 나도 모르게 개집을 나와 창문 가까이로 옮겼다. 상구도 살금살금 걸어와 몸을 납작하게 붙였다.
“지금 그게 무슨 소리세요. 설마 이하리랑 결혼하라는 건 아닐 거고.”
“선보거라. 신병그룹 장녀다. 거긴 우리한테 없는 정유공장이 있으니까.”
“할아버지!”
엿듣다 나도 모르게 혀를 끌끌 찼다. 뭐여, 영감탱이 노망났나. 다른 여자랑 결혼하고 나면 이하리는 뭐 세컨드로 만나라고?
통신판매 신고번호 : 제 2011-부산서구-66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