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품 소개

“왜 왔을 거 같아요?”

“나 보고 싶어서…… 라고 하고 싶지만 아니겠죠.”

삶의 모토가 재미인 남자, 클럽 더 베이 사장 김경원.

차가운 눈의 여왕, 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 경위 이제나.

남자 하나와 여자 넷. 최악의 선자리.

그 자리서 제 흥미를 끄는 여자를 만날 걸 알았다면 안 그랬을 텐데.

최악의 첫인상을 만회하기 위한 경원의 외조는 끊이질 않고, 제나의 이마에 느는 것은 주름뿐.

진심으로 밀어내는 제나와 전력으로 당기는 경원의 밀당 로맨스 ‘취향의 문제’!

2. 작가 소개

최수현

필명은 연하늘빛.

다시 생각나고, 또 읽고 싶어지는

그런 글을 써보고 싶습니다.

blog. http://m.blog.naver.com/sparklingcho

▣ 출간작

기다려줄래

그 여름, 나는(2016 리디북스 로맨스 대상 수상)

당신의 자리

취향의 문제

겨울, 또다시

▣ 출간 예정작

기억하나요

그곳에, 네가

자정의 연인

3. 차례

#12. 음악 꺼

#13. 내조의 여왕 vs 외조의 황제

#14. Nobody but you!

#15. 인터스텔라

#16. 환자 길들이기

#17. 마이너리티 리포트

#18. 마지막에 끝내주는 데이트

#19. 더 지니어스, 그랜드 파이널

#20. 이제나♥저제나♥우리제나

#21. 안아보고 싶었습니다

#22. 때려주세요

4. 미리 보기

저들끼리 싸우던 중 뭔가 억울하다 싶었는지 물주가 그녀를 향해 손을 올렸다. 제나가 그 손을 바로 낚아채는 동시에 뒷목을 그러쥐어 이마를 테이블에 내리 찧었다.

“아아아아악!”

“이게 진짜! 야, 너 미쳤어?”

상처가 나면 이래저래 그녀가 불리하다. 일단은 경찰이니까.

적당히 손자국이 남지 않게 팔꿈치로 바꿔 누르고 왼편에 앉은 남자에게 발길질을 하려던 차였다. 클럽이 침묵에 싸인 건.

“뭐……, 뭐야!”

“야, 이거 무슨 일 난 거 아냐?”

복도 끝이라지만 가슴을 울리던 음악이 한순간에 우왕좌왕, 간간이 비명으로 바뀌는 것이 선명했다. 사색이 되어 어쩔 줄 모르던 세 놈이 서로 눈치를 보다 그녀에게 목이 반 꺾여 있던 물주를 향해 인상을 썼다.

“뭐 사고 났나? 경찰 온 거 아냐?”

“경찰이 왔는데 음악이 왜 꺼져?”

그건 사실이다. 경찰이 영업 방해를 넘어선 이런 무리한 요구를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제나는 이 일 뒤에 누가 있는지 바로 알아챘다.

“하아……. 이 남자 기어이 하루를 더 못 참네.”

“뭐라고?”

머뭇대던 놈들 중 하나가 그녀를 노려봤지만 이 상황에서 소동을 일으킬 만큼 바보는 아니었다.

“야, 빨리 가자. 이럴 때야?”

저 안에 숨겼구나, 그래도 본능은 남았는지 놈들이 제 외투부터 챙기는 것에 제나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아아악! 이년 좀 어떻게 해보라고!”

점점 압박이 거세지자 물주가 비명을 질렀지만 그것을 들어주는 이는 없었다.

“새끼야! 조용히 해! 여기로 누구 오면 어떡해!”

“이 새끼들이!”

“조용 좀 하라고!”

“야, 안 되겠다. 그냥 네가 나가서 무슨 일인지 좀 봐!”

몇 번 말싸움이 오가더니 안쪽의 남자가 녹색 셔츠를 밀어냈다. 하지만 그가 슬그머니 제 옷을 움켜쥐는 모양새에 그가 이대로 나가서 돌아오지 않을 것임을 제나는 바로 알 수 있었다.

그건 곤란하다.

다 된 밥이다. 소문 빠른 세상이니 두 번 다시 오기 힘든 기회를 놓칠 순 없다. 안에 있는 자신은 물론 그 많은 인원이 며칠째 여기에 묶여 있었다.

김경원, 그 사람이 왜 이렇게까지 했을까.

모든 취기를 걷어낸 그녀의 눈빛이 또렷해졌다.

“그럼 내가 잠깐 나가서 보고.”

“동작 그만.”

“뭐?”

“거기 멈춰.”

천천히 뒤를 돌아본 녹색 셔츠의 입이 벌어졌다. 보통 여자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말투가 워낙 단호해 저도 모르게 발이 멎어버렸다. 그런 그녀의 기세에 뭔가 이상하다 싶은지 다른 두 놈도 금세 문으로 달려갔다.

그렇게 그 문이 열리려던 그때, 다시 그녀의 무거운 음성이 룸을 메웠다.

“너네 이대로 나가면, 내가 이 술 마셔.”

“……어어?”

제나가 테이블 위의 술잔을 집어 입술에 붙였다. 조금 전만 해도 그들이 그녀에게 먹이지 못해 안달하던 바로 그 술잔이었다.

“너네 지문 다 여기 한 번씩 닿았어. 내가 이대로 이거 마시고 경찰 도착하면 너네는 그대로 죽어. 알아?”

“아아……, 어. 어어…….”

“15분 후에 효과 나타날 거고 소변 검사에 그대로 나와. 그나마 피해자라도 없을 때 잡히는 게 좋지 않겠어?”

“누가 마시래? 네가 혼자 난리치다 마신걸!”

“여기 남자 넷에 여잔 나 하나야. 너 같으면 누구 말을 믿을까?”

급기야 그녀가 술잔을 기울이자 사태 파악 못 하고 굳어버린 세 놈의 낯빛이 하얗게 질렸다. 그사이에도 목이 깔린 물주의 비명은 점점 커졌고 제나는 단 몇 초라도 시간을 더 벌기 위해 애썼다.

저 문은, 부디 끝까지 닫혀 있어야 했다.

“어어…….”

“마시려나 봐. 어떡해! 진짜!”

“이, 일단 나가서! 아아악!”

쾅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자 문 가까이 있던 남자 둘이 그 자리에서 엎어졌다. 밟다시피 그들을 제치고 가장 먼저 들어온 사람은 형식이었다.

“누님! 누님! 괜찮으세요?”

“야아, 빨리 좀 오지.”

“아니, 연락이나 좀 미리 하시지. 누님 진짜!”

“그렇게 됐어. 나중에 하고 여기 주변에 퀵 오토바이 싹 다 뒤져. 쟤 휴대전화 털면 번호 있을 거야. 양주잔 열두 개에 저기 마크 있는 잔이랑 이 잔에 탔어. 주머니 털고 바닥에 생수통도 하나 주워.”

“넵!”

곧이어 팀장을 위시한 형사들이 다른 세 놈들을 잡아 수갑을 채웠고 형식이 다가와 물주의 어깨를 끌어 쥐고 얼굴부터 확인했다. 그사이 멈췄던 음악도 다시 바닥을 쿵쿵 울려댔으니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어휴, 뭐 몸 상한 데는 없으세요?”

“응. 여기 사진부터 찍고, 지문 뜨자. 앞에 녹색 남방 재킷 뒤지면 약병 있을 거야. 일단 돌아가서 족치자.”

“하여튼 누님, 내가 진짜. 말을 마요.”

형식이 대충 눈으로 견적을 내자 제나가 자연히 문밖으로 눈을 돌렸다. 사람들이 웅성대는 문 너머에서 한 남자와 눈이 마주쳤는데 그 사람의 표정이 몹시 이상했다.

뭔가 다행스럽기도, 또 슬픈 것 같기도.

“저기…….”

“이제나 너!”

그녀가 그를 향해 한 발 다가갈 때쯤 대충 상황을 정리한 팀장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오늘 그녀에게 화가 난 사람이 이리도 많은 모양이다.

“너 인마, 아무리 급해도 이러면 돼? 무슨 짓이야?”

“……죄송합니다.”

“네가 강철이야? 네가 그렇게 잘났어?”

“아닙니다.”

매번 웃으며 괜찮다 다독이던 팀장의 그 눈이 아니었다. 그래서 제나도 진심으로 고개를 숙였다. 적진에 뛰어든 사람만큼이나 기다리는 사람의 초조함도 부족할 리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여기 김 사장님이 애 많이.”

“제가 뭘요. 저는 한발 물러나 있겠다는데 팀장님이 나랏일이니 꼭 좀 협조해달라셔서 어쩔 수 없었지요. 안 그렇습니까?”

경원이 귀찮은 듯 뒷목을 살짝 문지르자 팀장이 그런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베테랑 형사의 직감으로 뭔가 다시 입을 떼려다가 고개를 돌렸다. 지금 이 상황에선 형사의 감보다는 자리를 피해줘야 한다는 남자의 감이 더 강했다.

“네, 그럼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 저희는 돌아가야 하는데…….”

“저희 쪽에서도 3층의 연예인 몇 잡아다 겨우 시선 돌렸거든요. 소란은 곤란하니 사장실 뒷문 엘리베이터로 조용히 이송해주십시오.”

“네. 끝까지 호의를 베풀어주셔서 정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제나 너는 서에서 이야기하자. 정리하고 나와.”

극히 사무적인 인사치레가 몇 마디 더 오가다 이내 팀장이 밖으로 나갔다. 남아 있던 형식도 고래고래 욕설을 내지르던 마지막 피의자를 끌고 사라지자 이제 이곳엔 꼭 있어야 할 두 사람만 남았다. 서로를 보기만 해도 목이 타는 이들 중 먼저 입을 연 것은 경원이었다.

“들었다시피 경찰이 도와달라고 해서 따랐을 뿐인데 이것도 안 되는 건가?”

“……감사합니다. 그럼 저도 이만 돌아가서.”

“이제나.”

나는 아무 잘못 없다는 듯 으쓱이는 그의 눈썹 끝에는 일말의 여유도 없었다. 경원이 급격히 어두워진 얼굴로 그녀의 손목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뜨겁고 무거운 남자의 목소리가 바닥부터 깔아 채울 듯 음산해졌다.

“정도껏 해.”

“…….”

“……그럼 오늘 수고 많으셨을 테고, 이만 돌아가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