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이 때문이라면 모든 걸 포기할 수 있어요.

단 하룻밤의 관계로 배 속에 아이가 자라나고 있음을 확인한 다정은 불행의 씨앗을 없애 버리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나 힘없는 자신이 경민과 그의 가족에게 복수할 수 있는 방법은 아이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그녀는 몰래 도망쳐 아이를 낳는 데 성공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 때문에 다정은 눈물로 4년의 시간을 보낸다. 한편 할아버지 강 회장의 유언으로 아내를 찾아야만 하는 경민에겐 희소식이 날아드는데….

▶잠깐 맛보기

“또 벙어리 흉내군. 이제야 내가 남편이라는 것이 기억났나 보지?”

냉소를 띤 얼굴과 너무나도 어울리는 차가운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를 자극하며 으르렁거렸다.

“난……. 남편 따윈 없어요.”

턱을 틀어진 커다란 손으로 인해 그녀의 목에서는 쇳소리가 났다. 그녀의 떨리는 입술을 보며 경민은 살며시 한손으로 그 입술을 쓸었다.

“남편 따위라니? 아무리 내가 넓은 이해심을 가졌다지만 이러면 곤란해. 넌 나한테 결코 큰소리 칠 입장이 아닌데 말이야.”

“당신이야 말로…… 내게 이럴 입장 못 돼요. 이러는 거 부끄럽지 않아요?”

“절대! 너는 내게 부끄러운 짓을 했는지 몰라도 난 아니야.”

“뻔뻔스럽게 잘도…….”

“뻔뻔스러워? 훗! 정말 뻔뻔스러운 게 누구지?”

다시금 숨통이 조여 왔다. 그의 손아귀에 가해진 힘을 견디지 못해 그녀는 힘겨운 숨소리를 냈다.

“일어서! 내가 일으켜 줘야 한다면 그렇게 하고.”

잔혹한 냉혈 동물. 당신 따위에게 손을 대게 할 바에야……. 다정은 여보란 듯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끝까지 나에게 버텨 보겠다?

▶목차

1.∼19.

에필로그

* 이 전자책은 2004년 타출판사에서 출간된 〈비인〉을 eBook으로 제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