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마.”
칼칼한 목소리로 낮게 내뱉은 그의 말을 은림은 귀에 박히듯 정확하게 들었다. 하지만 믿기지 않아 놀란 두 눈으로 그를 올려다봤다.
“뭐라고 했어요?”
“가지 마. 가지 말라고!”
건욱이 은림의 앞에 주저앉았다. 은림은 흔들리는 그의 눈동자에 마음이 아파왔지만 가지 말라고 말해준 게 너무 기뻐 그 기쁨을 감추기가 힘이 들었다.
“분명 너 안 보는 게 너 보는 것보다는 덜 괴롭겠지. 그러니 널 보내야 하는 게 맞는데 너 보내고는 숨이 안 쉬어질 것 같다. 내가 살기 위해, 내가 숨 쉬기 위해 심장이 후벼 파일 정도로 괴로워도 너 내 곁에 둬야 할 것 같다. 너 바짝바짝 말려 죽이는 일이라는 거 아는데 그래도 내 곁에 둬야겠다. 나 정말 나쁜 놈이지? 그렇지……?”
마치 곧 눈물을 흘릴 것 같이 촉촉하게 젖어가는 그의 눈동자를 보며 은림이 팔을 뻗어 그를 안았다. 그리고 그의 얼굴을 자신의 가슴에 안기게 한 뒤 손으로 그의 등을 쓸어내렸다.
“괴로워도 힘들어도 바짝바짝 말라 죽는다 해도 아저씨 곁에 있고 싶어요. 나도 나쁜 애예요. 아저씨 마음 풀릴 때까지 있겠다고 했지만 아저씨 마음 안 풀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럼 아저씨 힘든데…… 계속 마음에 상처를 두고 살게 되는 건데, 그렇게라도 아저씨 곁에 오래 있고 싶었어요.”
은림의 말에 건욱이 그녀의 품에서 벗어나며 거칠게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바르르 떨리는 손끝으로 은림의 볼을 잡은 뒤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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