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데른은 왼손으로는 활활 타오르는 횃불을 견제하듯 몸 앞으로 들고 다른 한 손엔 칼을 잡아 웅, 소리가 나게 손안에서 한번 돌렸다. 그리고는, 붉은 갈기의 늑대가 펄쩍 뛰어 오른 것과 동시에 주저 없이 고함을 지르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늑대들은 자신의 우두머리가 뛰어오르는 것을 신호로 하여 사납게 날뛰며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 수많은 늑대의 무리에 가려 그의 모습은 사라졌다 얼핏 다시 나타나곤 했다.

아이데른과 로드만이 휘두르는 칼에 짐승들의 살과 뼈가 잘려나가는 끔찍한 소리가 그녀의 귓속으로도 파고들었다. 순식간에 바닥을 피로 물들이며 늑대들의 사체들이 산처럼 쌓였다.

“아!”

촤악! 베어낸 늑대의 머리로부터 피가 힘차게 솟구쳐, 아이데른의 얼굴위로 튀었다. 흐릿한 어둠속에서 귀화 같은 안광이 휙휙 지나갔다. 그의 입 꼬리가 쓰윽 밀려올라갔다. 모닥불에 일렁이는 그 표정은 마치… …

참, 이상한 일이었다. 그녀는 난생 처음 보는 살육의 현장가운데서 자신의 가슴이 미친 듯이 날뛰는 것을 느꼈다. 그토록 원망했던 냉정한 기사 아이데른이 마치 그녀를 위해 목숨을 건 그녀만의 기사 같았다. 이제 막 수녀원에서 나온 철부지 아가씨 암브로시아는, 거친 세상에 처음으로 맞닥뜨린 흥분으로 볼을 붉게 물들이며 한발 앞으로 나섰다.

*사진을 표지로 만들 수 있도록 허락해주신 ‘중세기사’카페의 성주 ‘Loed'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