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봄 미디어에서 선보이는 네 번째 이야기,

속삭이는 봄, 사랑을 마주하게 된 자그마한 소녀의 이야기,

「사랑에 빠진 딸기」!

“아저씨가 제일 좋아요.”

갑작스런 접촉에 유한이 놀란 듯, 봄의 손을 쥐고 있던 힘이 느슨해졌다.

“아저씨, 나랑 연애할래요?”

햇볕이 유달리 따가웠던 여름에

열여덟,

너를 만났다.

“있잖아요. 아저씨.

왠지 아저씨 웃음소리 들으면 꼭 제가 숲 속에 있는 느낌이 들어요.”

수줍게 속삭이는 봄의 두 뺨이 분홍빛으로 물들어 갔다.

유한은 팔을 뻗어 앞으로 살짝 기울인 봄의 부드러운 머리칼을 흩뜨렸다.

화사한 꽃이 피어나는 날에

스물둘,

너를 다시 만났다.

“미워, 미워요……. 왜 아무런 연락도 없이 갔어요.”

차츰 늘어가는 소리가 나무판자에 파묻혀 들어가는 망치의 두들김 같았다.

유한은 봄의 작은 입술 위로 잘게 입 맞추었다.

“이것 봐. 넌 내 손 안에 있어.”

유한이 웃음기 담긴 목소리로 붉음이 짙어진 입술 위를 엄지손가락으로 훑었다.

<작가 소개>

단但

늘 사랑받는 글을 쓰고 싶은 소소한 글쟁이.

보금자리 : GreeNarae(cafe.naver.com/greenarae2014)

<목차>

Ⅰ. 그 여름날의 추억

01

02

03

04

Ⅱ. 봄날과 마주하다

01

02

03

Ⅲ. 사랑과 우정 사이

01

02

03

04

Ⅳ. 그들의 사정

01

02

Ⅴ. 사랑에 빠진 딸기

01

02

03

Side Story. 남겨진 조각들

Epilogue. 너와 나, 그리고 우리

작가 후기

<본문 중에>

“딸기야, 너 살 좀 찌워야겠다.”

유한이 기분 좋은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그 목소리를 들은 양, 봄이 몸을 뒤척였다. 꼭 닫혀 있던 봄의 눈꺼풀이 천천히 들리며 까만 동공이 모습을 드러냈다.

“응? 내가 왜 떠 있지.”

유한의 어깨에 턱을 걸친 봄은 이리저리 흔들리는 시야에 살짝 미간을 좁혔다.

“깼어?”

“어, 아저씨다. 아저씨이……!”

유한의 옆모습이 보이자 봄이 즐거운 듯 등에 얼굴을 묻으며 소리 내어 웃었다. 등에서 느껴지는 잔잔한 울림에 유한의 입가에 자연스런 미소가 그려졌다.

“아저씨…….”

“왜?”

“아저씨, 아저씨…… 아저씨!”

“왜?”

“우와, 아저씨 계속 부르니까 꼭 욕하는 거 같다아…….”

“뭐?”

봄은 자기가 말해 놓고도 우스운지 유한의 어깨에 턱을 괸 채 다시 한 번 웃음을 내뱉었다. 봄의 목에서 느껴지는 잔잔한 떨림이 어깨로 와 닿았다.

“히히, 아저씨이…….”

“왜 계속 불러.”

“아저씨.”

“그래, 말해.”

계속되는 봄의 부름에 유한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봄은 조용히 침묵했다.

“자?”

유한이 의아한 목소리로 묻자 봄의 입에서 웅얼거리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왜…… 그냥 갔어요? ……왜 말도 없이 갔어요?”

원망스러움이 묻어 나오더니 점점 물기가 짙어졌다.

“나 맨날 거기 갔었는데…….”

“…….”

“비가 와도 가구, 해가 떠도 가구, 장마 끝날 때까지 계속…… 계속 갔었는데……. 아저씨는 안 오구…….”

봄이 투정 부리듯 말을 이어갈수록 유한은 그녀가 그날의 일을 얘기하는 걸 깨달았다.

“미워, 미워요…….”

물에 젖은 솜마냥 힘없이 늘어진 봄의 손이 유한의 등을 쳤다. 툭툭, 차츰 늘어가는 소리가 나무판자에 파묻혀 들어가는 망치의 두들김 같았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렇게 봄의 마음이 유한의 마음과 맞닿았다. 시간이 흐르고 잠이 든 듯 미동 없이 잠잠해진 봄에게 유한은 조용히 속삭였다.

“미안.”

서늘한 바람결에 유한의 음성은 짙어진 어둠 속으로 흩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