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종이책 출간본의 전자책버전입니다.>



열아홉 소년 현준수, 객식구로 들어온 동갑내기 소년 한서원을 만나다!

모든 것에 만능이자 인기절정. 세상 무서울 것 없던 철부지 도련님, 현준수.
학교에서고 집에서고 신경 쓰이게 하는 녀석이 어느 샌가 마음에 들어와 버렸다는데.
남자 맞아? 근데 왜 자꾸 시선이 가지? 왜 계속 만지고 싶어지냔 말이야, 젠장!

남장여자 한서원과 방탕문란 싸가지 현준수의 두근두근 아슬아슬, 은밀한 첫사랑 이야기.


“웃기는 거 아는데, 사내자식한테 이런다는 거 진짜 쪽팔린데, 이제 더는 안 되겠어. 너만 보면 완전 돌아버리겠다고!”

- 까칠, 도도, 건방. 사랑을 믿지 않는, 그러나 알고 보면 한없이 외로운 그, 현준수


“확인한다고 뭐가 달라지는데. 그렇잖아. 내가 계집애면 어떻고 아니면 어때서. 너, 설마 나한테 관심 있냐?”

- 얌전, 온순, 조용. 겉보기엔 완벽한 꽃 사내인, 그래도 속은 천상 여자인 그녀, 한서원.


“바보같이 단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어, 나는. 서원이 네가 다른 누군가를, 좋아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이야.”

- 다정, 배려, 자상. 서원의 하나뿐인 키다리아저씨, 혼자서만 몰래 기다리는 그, 주민혁.



<2권>

“준수야.”
“어.”
“나 내일 거기 꼭 가야 해?”
다 피운 담배를 비벼 끈 준수는 두 손을 모두 내 허리에 둘렀다. 더 포옥 가슴팍에 나를 안고서 내 어깨에 턱을 괴고 있던 준수가 조심스레 묻는 내 물음에 고개 돌려 나를 본다. 쪼옥……, 그냥 놔둘까하던 녀석이 내 목덜미에 끈적하게 입을 맞춘다. 흐으……, 어깨를 한껏 움츠리며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살살 내뿜어지는 준수의 숨결이 몹시도 따뜻하고 감미롭다.
“가기 싫으냐?”
“싫은 건 아닌데.”
“그럼 뭐가 문젠데.”
“그냥. 가도 되나 싶어서.”
“되고 말고가 어딨어. 가면 가는 거지.”
“그래도…….”
잘근……, 아까 학교 임원회의에 데려간다고 했을 때처럼 또 억지를 쓰는 준수에게 토를 달려다가 귓불을 살짝 물어 뜯긴다. 새어나오려는 신음소리를 어떻게든 참는데 준수는 한 번 더 혀까지 동원해 내 귓불을 할짝할짝 빨아댄다. 살과 혀가 부딪혀 질척이는 소리가 너무 야릇해서, 찬 곳에 있느라 싸늘하게 식었던 귓불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뜨거운 준수의 혀로 인해 촉촉이 적셔지는 감촉이 너무 간지러움에 더는 못 참고 몸을 확 돌려 준수를 마주보고 품에 안겼다. 두근두근……, 맞닿은 준수와 나의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어대고 있었다. 죽겠다, 진짜……. 고개를 뒤로 젖히는 준수가 앓는 듯이 연신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나 한 번도 안 가 봐서 잘 몰라.”
“그러니까 이번에 가 봐. 별거 없어.”
한 손을 들어 올린 준수가 가만가만 내 뒷머리를 어루만진다. 부드럽게 쓸어내렸다가 가볍게 헝클었다가 하며 아기 다루듯 몹시도 조심스럽게 내 머리를 만진다.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떴다. 준수가 고개를 내려 내 이마에 살며시 입술을 댄다.
“괜히 따라갔다가 실수라도 하면 어떡해.”
“뭔 걱정이야. 내가 있는데.”
“그러니까. 너한테 피해라도 끼치면 안 되잖아.”
“돼. 다 돼. 너는 뭐든 다 되니까 잔말 말고 가.”
“준수야.”
“가 보고 결정해. 네가 정 불편하다면 다 때려치울 생각이니까.”
뭐……?
품에 안겨 있는 것만으로도 따뜻이 데워졌던 몸이 이마에 대고 있는 준수의 입술로 인해 한층 더 뜨겁게 달아오른다. 말하는 내내 입술을 내게서 떼지 않던 준수가 제법 심각하게 내뱉은 말에 놀란 나는 얼른 고개를 들었다. 무슨 뜻이냐고 묻는 나를 향해 그윽하게 눈을 빛낸 준수가 고개를 살짝 비틀며 내게 입을 맞춘다. 차분히 내리 감겼던 긴 속눈썹과 눈꺼풀이 다시금 천천히 열리는 것을 보면서도 멍해 있었다. 사뭇 진지한 표정이 된 준수가 낮게 내리깔린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너 싫다는 거 안 해. 너 불편하면 나도 싫어. 걱정 마.”
“무슨 말이야.”
“앞으로 평생 너 데리고 살 건데, 네가 질색하는 자리 나라고 좋겠냐고.”
“준수야.”
“내일 같이 가. 가서, 내가 그런 곳에 있어도 괜찮겠는지 네가 한번 봐. 부담스럽고 불편하다면 당장이라도 다 관둘 거야. 네가 우선이니까.”
“…….”
“너만 곁에 있어주면, 앞으로 뭘 하든 다 상관없어. 나는.”
그냥 평범한 회사에 다니라고 한다면 그럴 거라고 준수가 말한다. 회장님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살자고 권한다면 기꺼이 그리 하겠다고 준수가 읊조린다. 네가 좋아한다면 가수든 뭐든 연예인이 되어줄 수도 있다고, 네가 하라고만 하면 막노동 같은 것도 못할 건 없을 거라고 진중하게 웃으며 속삭여준다. 그러니까 개의치 말라고, 절대 다른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고 오로지 네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하라고 기꺼이 허락을 내려주는 준수를 보는데 가슴이 뭉클했다. 어쩌면 사람이 이렇게까지 좋아질 수 있을까 싶었는데. 이제는 되려, 어떻게 이렇게까지 날 좋아해줄 수 있으려나 싶어진다. 강요가 아닌 제안의 말을 하는 준수를 보며 애써 입가를 말아 올렸다. 예뻐 죽겠네. 두 손으로 내 얼굴을 감싸 쥔 준수가 근사하게 웃으며 내게로 입술을 겹쳐온다.
졸업하면 나랑 살래? 너만 좋으면. 평생 그러고 싶어, 나는. 결코 충동적인 감정이 아니었다고 다시 한 번 친절하게 말해주는 준수가 고마워서 입술을 열었다. 아직은 어리지만, 앞으로 더 많은 시간들이 우리 앞에 버티고 있다지만 그 모든 시간들에 이 녀석만 있어준다면 나 역시 무서울 건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심스럽고도 느리게 준수가 혀를 얽는다. 가볍게 물었다가 놓은 내 입술을 살짝 더 힘을 주어 빨아들인다. 박자를 타듯 묘하고 부드럽게 움직이는 준수의 젖은 혀와 입술을 오래도록 느끼고 있었다. 입맞춤을 끝낸 준수가 가까이서 내게 눈을 맞추고 싱긋 웃어 보인다. 녀석의 눈꼬리가 귀엽게 휘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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