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벽이 없어요. 재미나죠. 그를 보면 웃음이 나요. 편하고 행복한 느낌, 그런 좋은 기분이 들어요. 물론 심장이 쾅쾅거리는 박동과 함께요.

해신과의 결혼 이후 재건은 그동안 꿈꾸었던 모델 일을 시작한다. 냉정하고 능력있는 여자와 화려하고 자유로운 남자의 결혼생활은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지만 그들은 서로에게 만족하고 있었다. 하지만 회사 내 권력다툼에 휘말린 해신은 자신의 힘든 상황에 재건이 피해를 입을까 봐 걱정하고, 재건은 자신에게 의지하지 않는 해신에게 화가 나는데…….

“너 너무 서늘해.”
재건은 해신의 몸에 입을 맞추며 진지하게 말했다.
“너에겐 내 열기가 필요해.”
그 말에 해신이 재건에게 갑자기 달려들어 깊은 키스를 하느라 재건은 뒤로 훌러덩 넘어지고 바람에 매트리스가 출렁거리며 물결쳤다.
“어.”
재건은 놀랐다. 해신의 뜨거움이 살얼음 같은 표정과 의지에 숨어 있다는 걸 망각했을 때는 그 놀라움은 더 커졌다.
해신은 그의 위에 올라와 뜨거운 키스를 퍼부어댔다.

작가 소개

장해서

로맨스를 많이 좋아하고,
성실하고 나태하며 온유하고 괴팍한 모순된 사람.
피우리넷에서 연재를 함.

▣ 출간작

전남편
몹쓸 사랑
고요 속 외침
차가운 열망
내 인생의 주인(ebook)
중독, 블루




미리 보기

“술 받으세요.”
나이 든 허 부장이 그녀에게 두 손을 술을 따르자 해신은 그 위치에서 한 번에 넘기었다.
“허 부장도 받으세요.”
자신의 술잔을 허 부장에게 주며 해신 역시 두 손으로 따랐다. 나이 든 허 부장은 지금껏 한 사람을 모시며 살아가는 것이 몸에 배었지만 그러면서 권력의 맛도 본 사람이었다. 한 사람에게만 충실하기만 하면 된다는 성품은 많은 부정을 열어놓았다. 작고 얄팍한 체격이지만 목소리는 굵은 허 부장이 술잔을 탁자에 조심스럽게 놓으며 눈을 아련하게 떴다.
“이렇게 술잔이 오고가니 옛날 생각이 듭니다. 생각나십니까? 제가 첫 술을 직접 따라드렸지요.”
“기억합니다.”
스무 살도 되기 전인 19세 겨울방학 때 할아버지는 술을 배워야 한다며 허 부장과 함께 조용한 술집으로 데려가서 취하지 않고 끝까지 상대방의 시선을 꿰뚫으며 술을 마시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벌써 시간이 참 빠릅니다. 엊그제 같던 기억들이 벌써 10년 이상 된 것들이라니 어쩔 때는 믿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습니까?”
“예, 시간이란 놈이 요술을 부린 것 같습니다. 그래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지요. 제가 상무님을 처음 뵌 것이 언제인지 아십니까? 아주 꼬마였을 때였죠. 6살 때인가, 할아버님께서 그러셨죠. 내 피붙이네. 계집애지만 사내놈 위에 군림하며 살아갈 아이야, 라고 하시는데 제가 그렇게 말했지요. 예, 그렇습니다. 그것은 절대로 아부가 아니었습니다. 어린아이한테서 볼 수 없는 그 빛나는 눈빛을 저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아, 이분을 위해 평생을 살게 되겠구나, 하고 알았지요.”
예전 기억을 힘들게 끌어낸 허 부장은 그들 앞에 길게 펼쳐놓았다. 해신은 점점 말수가 줄어들었다. 굳이 예전 기억을 붙잡지 않아도 지금껏 그녀에게 어떤 힘이었는지 그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
“사퇴하세요.”
해신은 빈 잔을 스스로 채우고 마신 뒤 눈만 움직여 허 부장을 응시하며 조용하게 내뱉었다. 길게 뺄 문제가 아니었다.
“상무님!”
“화나시겠죠. 어떻게 나한테 이러냐고 묻고 싶겠죠. 그동안 분명히 경고를 했습니다. 원래 순순한 인간이 못 되지만 날 위해 일하는 사람 함부로 내칠 만큼 막가지도 않았습니다. 허나, 한계가 있는 법입니다. 그 한계를 넘어서지 마셔야 했어요.”
해신의 음성은 평소처럼 중간 톤으로 감정이 철저히 배제된 채였다.
“상무님!”
“예후는 해드릴게요. 어떡해든, 명예롭게 떠날 수 있도록 협상을 해보겠어요.”
“제 평생 주노에서 잔뼈가 굵었습니다. 할아버님께서는 이리 저를 버리시지 않을 겁니다. 회장님께 제가 읍소하면…….”
해신의 눈동자에 날카로운 빛이 일었다. 강해신 사람이라면서 그가 매번 걸고넘어진 것은 할아버지였다.
“그래서 물러나셨죠……. 아랫사람들 잘못과 자신의 잘못 다 지고 물러나셔야 했었지요. 사실 너무 일찍이었습니다. 사실, 주노에 발 디딘 인간들 누구나 깨끗할 수 없지요. 일으켜 온 것이 어딘데 그렇게 두 손 다 떼고 물러날 나이는 아니었어요. 그래요, 내 아버지의 천박한 배은망덕이 크게 작용했지만 측근들의 비리를 지고 간다는 그 찬란한 어리석음만 아니었어도 그렇게 되진 않았을 겁니다. 난 그리 못합니다. 난 할아버지가 아니에요.”
그것은 경고가 아니라 결론이었다.

로맨스를 많이 좋아하고,
성실하고 나태하며 온유하고 괴팍한 모순된 사람.
피우리넷에서 연재를 함.

▣ 출간작

전남편
몹쓸 사랑
고요 속 외침
차가운 열망
내 인생의 주인(ebook)

미디어 리뷰가 없습니다.

별점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