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대가를 치를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었으니까요.

우연히 당한 작은 교통사고. 그 고급 승용차의 주인은 척 보기에도 귀티가 흐르는 젊은 남자였다. 그리고 그와 우연히 재회했을 때 희연은 그의 거만한 제안에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불쾌한 모욕감을 맛보았다. 하지만 자존심을 지킨다고 해서 현실이 변하는 건 아니었다. 하여 며칠 뒤, 모친의 병원비를 위해 결국 자신의 몸을 담보로 그에게 돈을 빌린 그녀는 이후 그와 동거 아닌 동거를 하게 되면서 조금씩 그에게 마음을 주고 만다. 그러나 서서히 진전되어 가던 두 사람 사이는 현빈의 약혼녀인 유정의 이간질로 인해 원치 않는 방향으로 어그러지는데….

▶잠깐 맛보기

“그 손 치우세요. 내 몸에 당신 손, 닿는 거 싫어요.”

막 희연을 향해 손을 뻗으며 그녀 가까이에 걸터앉던 현빈의 뺨이 하얗게 질렸다.

“왜, 내 손에 오물이라도 묻었을까 봐?”

“설마요. 깨끗하고 대단하신 김현빈 씨께서 오물 따윌 묻히고 다닐 일은 없으시겠죠. 더러운 건 나지, 그쪽이 아니니까요.”

“가시치고는 꽤나 독한걸. 내가 보낸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았나 보군. 그런 거야? 그래서 이렇게 잔뜩 날이 서셨나?”

“글쎄요. 직접 한번 알아보시지 그러세요? 어젯밤의 대가는 꽃이었으니 내일이 기대되네요. 오늘은 뺨이라도 치시고 그 수고스러움에 다이아몬드라도 주실 건가요? 아니면 본분을 망각하지 말라고 매라도 대실 건가요? 아무튼 뭐, 모두 기대가 되네요.”

현빈은 경악한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녀의 목을 쓰다듬던 손이 당장이라도 그 목을 부러트릴 것만 같았다. 남자의 자존심을 버려 가면서까지 용서를 구했는데도 불구하고 변태 취급을 하는 건 작정하고 그를 자극하려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날 자극해서 얻으려는 게 뭐야. 정말 내가 그렇게 해 주길 원해? 너, 그런 걸 즐겨?”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그가 우레와 같은 고함을 질렀다. 단숨에 분위기를 압도한 그의 눈빛은 분노로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희연은 그의 분노를 어렵지 않게 받아들였다. 이내 그의 눈동자가 번득거리는가 싶더니 비웃음이 일렁거렸다.

“그런 취급 받기를 원한다면 뜻대로 해 주지.”

▶목차

16~34

에필로그

* 이 전자책은 2006년 타출판사에서 출간된 〈계약커플〉을 eBook으로 제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