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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희 : “어젯밤 아저씨 사랑을 가슴에 품고 죽었어요. 지금 아저씨 앞에 있는 사람은 메마른 심장으로 자금성 주인이 될 나 회장의 손녀딸이에요.”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사랑을 버리고 자금성을 택한 여자. 하지만 마음은 생살을 도려내 듯 아린 마음이었다.

임재균 : “형, 내 여자가 울어. 우는 소리가 들려. 그 여자가 울면 내 귀에는 천둥소리가 들리면서 가슴에 장대비가 쏟아져. 그만 울려야겠어. 못생긴 얼굴에 눈까지 부우면 참 못난 여자거든. 나 그 여자 하나만 볼래. 사랑 하나만.”
몰랐다. 자신이 그녀에게 자금성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족쇄였음을. 그래서 사치스런 사랑이라 말하는 그녀를 잡아야했다.

예화 : “분명 손닿을 곳에 자금성이 있었는데 손만 뻗으면 되었는데 어쩜 한순간에 신기루처럼 사라지는지. 넌 알아? 왜 내 것이 될 수 없는 자금성인지?”
남들은 모두 욕심이라 말한다. 하지만 예화에게는 긴 세월의 보상이었다. 자금성. 결코 그녀의 것일 수 없는 욕심이었다.

구인우 : “여기 있습니다. 예화 님의 것이. 예화 님의 사람이고 이 심장은 예화 님에 의해 뛰는 것을 말입니다. 이리 벅차게 뛰고 있질 않습니까.”
사랑이 버릇처럼 굳어져 버렸다. 그래서 잠시 도희에게 동했던 마음이다. 하지만 사랑이 한 곳만 보라한다. 그녀…… 예화. 한 사람만 보라 소리 치고 있었다.

나 회장 : “이 자금성이 사라지면 어찌 될 것 같으냐? 사회의 악이고 부정 덩어리가 없어졌으니 밝고 희망찬 미래가 보장되어 있을까?”
자금성은 사회의 필요악이다. 그러기에 더욱 지켜야 할 이유가 충분하지. 모든 비밀의 열쇠를 쥐고 있는 자금성의 흑영 나 회장. 그녀의 삶은 자금성 하나만을 지킨 메마른 삶이었다.

-본문 중에서-

“그 아이 뭘 하고 있던가?”
집무실에서 구 실장과 마주한 나 회장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둘러보라하고 나왔으니 정신을 못 차리고 있을 겁니다.”
“그럴 테지. 상상도 못했던 일이 마술처럼 일어났으니 말이야.”
나 회장은 고산차를 마시며 목을 축였다.
“앞으로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제 어미를 닮았다면 머리가 둔하지는 않을 것이야. 가르쳐 봐야지. 나를 이어 큰손이 될 수 있는지 말이다.”
“모험이실 수 있습니다. 회장님.”
“제 어미를 들일 때도 모험이었어. 그 멍청한 것이 남자에게 홀리지만 않았어도 내가 이렇게 늙어서 고생하는 일은 없을 텐데……. 현직에 오래 몸담고 있는 것도 미련한 짓이야. 말년은 외국에서 편히 쉬려고 했다만 적어도 삼 년은 꼼짝없이 저 아이를 가르쳐야겠구나.”
“꼭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가 있으신지 모르겠습니다. 아가씨를 가르치는 것보다 차라리 예화 님을 후계자로 삼으시는 편이…….”
“안 될 소리! 예화는 안 된다.”
“어째서입니까?”
“예화는 자금성 주인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아이다.”
나 회장. 2대째 큰손으로 불리는 자금줄의 거목이었다. 대한민국의 지하자금을 쥐고 있는 그녀. 정계 제계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베일 속에 가려진 그녀를 세간에서는 흑영(黑影)이라 부르고 그녀의 집을 자금성(資金城)이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