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산나 - ‘구하옵나니 구원하소서’란 뜻을 가진 히브리 어.

허산야

- 별명 : 대성의 망나니.
- 특기사항 : 사생아로 태어났으나 열여섯에 아버지의 인지를 얻어 서자가 됨.
- 그 남자의 말 : 세상은 날 버렸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생물학상의 아버지는 평화롭던 한 가정을 파괴하고, 날 이분법이 지배하는 세상에 가두었다. 내게 허락된 건 돈과 카드, 그리고 여자. 내게 허락되지 않은 건 자유, 그리고 어머니. 똑똑한 척은 혼자 다하면서도 맹한 구석이 있는 맞선녀, 강은비. 꼰대가 설치한 덫인 게 분명한데 이 여자, 볼수록 사랑스럽다.

강은비

- 별명 : 얼음마녀, 냉동인간.
- 특기사항 : 공부와 일밖에 모름.
- 그 여자의 말 : 결혼은 아버지가 정한 사람하고 한다. 아버지가 주신 과제라면 수 조원이 걸린 계약이든, 대한민국 최고그룹의 주력 사업체인 대성 반도체를 합병하는 일이든 실패란 있을 수 없다.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아버지의 명령으로 나간 자리에서 만난 대성의 망나니, 허산야. 그런데 나 정말 이 남자랑 결혼해야 하는 걸까?


<본문 중 발췌>



은비는 아버지가 일러준 네오호텔의 최상층 룸에서 정신없이 서류를 읽고 있었다. 학교 숙제와 졸업논문 준비에 시달리느라 프로젝트 파일을 미처 다 읽지 못하고 나온 참이었다. 다행히 아직 미팅 시간까지는 조금 시간이 있었다. 비밀을 보장하기 위해 이곳에서 담당 직원을 만나 이 쪽 방침을 조율하기로 했었다. 그 때 달칵하고 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은비는 미처 다 읽지 못한 서류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며 말했다.
“본인 소개부터 하세요.”
“내 소개를 듣고 싶으면 자기소개부터 하는 게 예의 아닌가?”
은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리 회사에서 날 모르는 직원도 있었나? 어쨌든 상대방이 원한다니 해주는 게 예의겠지.
“강은비. 기획실장입니다.”
은비가 안경을 매만지며 대답했다. 거긴 처음 보는 몹시 건들건들한 남자가 서 있었다. 다 찢어진 청바지에 가죽점퍼를 입고 머리는 은발로 물들인 꼴이 딱 봐도 양아치였다.
“나? 난 허산야. 직급은…… 백수? 한량? 놀고먹는 대학생이 좀 낫겠군. 근데 첫 만남부터 룸이라니. 아가씨, 참 화끈해.”
은비는 재빨리 머릿속을 검색했다. 허산야, 대성의 사생아. 골칫거리 둘째아들. 들리는 말로는 허 회장님과 술집여자 사이에서…….
“근데 너 아까부터 뭘 보는 거야?”
산야가 은비가 보고 있던 서류를 빼앗아 들었다.
“대성 합병 계획?”
은비가 화들짝 놀라서 서류를 빼앗았다. 덕분에 손이 벤 산야가 볼멘소리를 했다.
“아가씨, 너무 화끈하다. 꼭 피를 봐야겠어?”
은비는 머릿속이 복잡했다. 대성의 합병을 명한 것도 아버지, 이 자리에 내보낸 것도 아버지였다. 적대적 M&A라면 상대방이 모르게 뒤통수를 치는 방식을 말하는 걸 텐데 그 자리에 대성의 둘째를…….
은비는 벌떡 일어나서 테이블에 늘어져 있던 서류들을 가방에 쓸어 담았다. 자리를 뜨려는 은비의 손목을 산야가 거칠게 잡았다. 은비는 어렸을 적부터 배운 호신술을 이용해 산야를 바닥에 매다 꽂았다. 방심하고 있던 차에 보기 좋게 당한 산야가 잠시 멍한가 싶더니 순식간에 일어나 은비를 벽으로 밀어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