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악마같이 생긴 시벨리우스?” 웬 여자 하나가 전 국민이 다 듣는다는 청취율 1위의 라디오 프로그램에 문자를 보내서 자신을 몹쓸 놈이라고 씹어댔다. 하필 그 방송을 듣고 만 남자는 여자의 황당한 거짓말에 혈압이 올라서 눈에 뵈는 게 없어졌다. “휴대폰 끝자리 1010이랬지. 두고 보자! 세상 끝까지 뒤져서라도 반드시 널 찾아낸다!” 그런데 이게 웬일? 언제나 그를 저주했던 신이 이번만은 그의 편이 되어주려는지, 그 못된 신고녀를 그의 앞에 떡하니 데려다 놓은 것이었다. 여자를 본 남자가 기지개를 켜며 웃었다. 죽을 만큼 세상사는 게 지겨웠던 남자가 갑자기 두 눈을 번뜩인 것이다.
사악한 남자 앞에 그렇게 달랑 내던져진 여린 여자. 이제 여자는 한마디로 인생 종쳤다! 뎅! 뎅!
<본문 중에서>
여자들은 사장에게 최대한 잘 보이기 위해서 저마다 미스코리아 같은 미소를 지었지만, 기찬의 냉랭한 시선은 그녀들에게 단 1초도 머물지 않았다. 그렇게 빠짐없이 쭉 훑어본 기찬이 맨 뒤쪽의 누군가를 한참이나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녀를 향해 검지를 쭉 뻗었다. “비서 뽑았어.” “예?” 멍하니 기찬의 행동을 바라보던 태영이 홀딱 깬 얼굴로 다가섰다. “내 비서 뽑았다고.” “누, 누구요?” “저거.” 그때 갑자기 회의실 안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사장의 선택을 받고도 고개조차 들지 않는 ‘저거’에 대한 호기심으로 여자들이 웅성대기 시작한 것이다. 안 되겠다 싶었던 태영이 부지런히 198번의 서류를 찾아서 휙휙 넘겼다. 저 핑크 카디건은 절대 안 되는데? “한여린 씨 말입니까?” “몰라. 아무튼 저게 내 비서야. 끝자리 1010. 저거 당장 내 방으로 끌고 와.” “사장님! 이것 좀······.” 기찬은 태영이 내민 면접 점수지를 쓱 쳐다보았다. '×' 그녀의 지원서 상단엔 X자가 확실하게 표시되어 있었다. 사람 잘 보는 태영이 그녀는 아니라고 제쳐둔 걸 보니 비서 자질이 영 꽝인 모양이다. 그렇다면 더더욱 잘 된 일이었다. 어디 좀 당해보라지! “시끄러워! 저거라면 저거야!”
.jpg)
7
참여 36명
TTS 제공
메뉴
로망띠끄
로그인
검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