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상처로 인해 마음 문을 닫아버린 해진 앞에 나타난 과거의 남자.
그 남자로 인하여 허울뿐인 해진의 결혼 생활에 변화가 찾아온다.
그리고 점점 드러나는 충격적인 해진의 과거.
본문 중에서.
“그럼 아직 늦지 않았어. 내가 예전에 했던 약속대로 널 데리고 도망가 주지.”
우진의 다정한 목소리에 나는 눈물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인다. 나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아직 나에게 기회가 있는 거야? 희망 없는 심장을 둘러싼 채 단단하게 얼어붙었던 얼음 조각이 파직 소리를 내며 균열을 일으킨다.
우리가 빠져나온 그 현관에서 큰 소리로 우진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일 때문에 소개 받을 사람이 있거든. 내가 곧 연락할게. 혼자 갈 수 있겠어?”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우진은 안심한 표정으로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고는 성큼성큼 현관을 향해 걸어갔다. 나는 멍하니 우진의 그림자가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의 그림자가 멀어질 때마다 아쉬움에 목이 메여 왔다. 뒤쪽에서 인기척이 들리지 않았다면 나는 그대로 우진의 뒤를 정신없이 쫓아갔을지도 모르겠다. 누군가 마른 풀을 밟은 듯,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근원지를 찾아 무심코 뒤를 돌아본 나는 경악하고 말았다.
“대단한 장면이군.”
설마 했던 내 마음에 쐐기를 박는 익숙한 목소리.
아니, 그가 왜 여기에 있단 말인가. 그는 지금쯤 일을 위해 미국에서 인도로 건너가고 있어야 했다. 나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주홍
o형. 쌍둥이 자리.
글을 잘 쓰진 못하지만, 즐기며 쓰려고 노력하는 풋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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