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선이 느껴졌다. 내가 반갑지 않은 사람들과 어울려 의미 없는 웃음을 지을 때도, 특별히 파리에서 불러왔을 주방장이 솜씨를 발휘해서 만들었을 음식을 전혀 식욕이 당기지 않는 얼굴로 한 입 먹다 말 때도, 빨리 이 괴로운 파티가 끝나길 기다리며 벽에 걸린 시계를 훔쳐볼 때도, 그 시선은 집요하게 나를 쫓았다. 마주보지 않을 거야? 심술궂은 나의 마음이 내게 속삭인다. 눈을 들어 그를 본다면 나는 분명히 달려가서 그의 품에 안겨 울고 말 것이다. 나는 마음을 다잡았다. 이제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 '드디어 파티주최자의 감사의 인사가 끝난 뒤 나는 서두르는 내색을 보이지 않으려 노력하며 조용하게 현관을 빠져 나왔다. 우리나라 최대건설업체라는 이 회장의 저택은 집이라기보다 하나의 거대한 성이었다. 나는 주차 되어 있는 수십 대의 화려한 차들 중 오렌지색 아우디를 찾으며, 모시겠다고 나서는 이 기사를 굳이 막았던 것을 후회했다. 너무 피곤했고, 머리가 복잡했다. 드디어 눈에 익은 내 차를 발견하고 기쁜 마음으로 문을 열려는 순간이었다.'“아직도 그 차를 타?”'너무나 그리웠던 목소리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심호흡을 한 번 길게 한 후 최대한 밝아보이는 웃음을 지으며 뒤돌아섰다.'“오랜만이네. 이우진 사장님.”'그는 예전 그대로인 것처럼 보였다. 날렵했던 그의 턱 선이 완고한 느낌으로 변해 있고, 너무 예쁜 웃음을 짓던 입술이 차갑게 다물어져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그가 느릿한 어조로 말했다.'“모른 척 할 줄 알았어. 계속 그랬듯이.”'“아아, 네가 원하던 바 아니야? 모르는 척 해 주길 바라는 줄 알았지.”'당장이라도 그에게 달려갈 듯한 손을 애써 다잡으며 나는 울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