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와 여자’가 만나는 것과 ‘여자와 남자’가 만나는 것은 다르다.
이를테면 남자와 여자가 만나면 그 사랑은 조금 더 용의주도하고 이성적이며 또한 극적으로 본능적이다.
하지만 여자와 남자가 만나면 그 사랑은 미세하고 단정하며 부드러움을 가져다준다.
첫 만남은 아주 이성적이었으며 또한 단정하였다.
두 번째는 용의주도하였고 미묘하게 섬세하며 미세하였다.
그렇다면 다음엔?
남자와 여자를 나누기보다 서로가 만난다고 정의 내리고 싶은 두 남녀의 알콩달콩한 이야기.
-본문중에서-
완전한 웃음.
난 그 웃음에 마주 웃었다.
“무척 예뻐요.”
무엇이 예쁘다고 한 것인지는 비밀.
남자는 나름대로 이해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습관처럼 손가락으로 볼을 두어 번 긁었다.
“아, 그렇습니까?”
마침내 쑥스럽다는 듯 양 볼을 발그레 붉힌 남자, 그래 올해로 스물아홉이 된 유휘견이라는 남자는 웃을 때에도 단정하게 소리를 내며 웃지 않았다.
유휘견, 휘견 씨는 자신의 이름을 말하며 한 번, 지금 한 번 총 두 번을 웃어주었다. 빛날 휘에 볼 견자를 쓴다며 남들은 설명하지 않는 것까지 오목조목 따져주는 것에서부터 어쩐지 이 남자가 마음에 들었다.
글쎄, 우선은 이 사내의 성품이 마음에 들었다.
내가 오기 전에 미리 자리를 잡고 있었다는 것도, 자리에서 일어나 간단한 목인사가 아니라 정중한 30도 인사라는 것도, 의자를 빼내어 주는 매너까지도 모든 것이 합격점이었다.
어쩌면 휘견이라는 사내는 선 자리의 고수 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겨우 스물아홉의 청년이 선을 보았으면 얼마나 보았을까.
아니, 그 전에 29살 밖에 안 된 남자가 굳이 선을 보러 나왔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기도 했다. 물론 이것은 내 머리의 틀에 박힌 고집이다. 서른이 되지 않은 남자는 아직 어리다, 라고 생각하는 고지식한 이상한 관념.
아무튼 유휘견 씨의 저 매너는 몸에 박힌 매너라는 것에 한 표를 던져 본다.
날이 화창한 5월.
카페라떼를 주문한 남자는 보여주던 웃음을 지우고 다시 내가 던졌던 질문을 다시 내게 물어오고 있었다.
저기서 엉덩이를 살랑대던 직원이 쟁반을 들고 걸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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