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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아파 본 적 있나요?

사랑에 버려진 여자, 서연과
사랑에 도망친 남자, 지혁이
소소한 일상이 시작되는 곳에서 마주한다.
그리고
다시 시작한다.

본문 발췌

뚝. 결국 참았던 눈물이 흐르고 만다. 하얀 화이트소스 위로 떨어진 눈물방울이 선명하게 보인다. ‘이럴 줄 알았으면 토마토소스로 시키는 건데.’ 자신의 눈물을 바라보며 서연은 어이없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너무 많은 생각이 머릿속에 들어차면 오히려 단순해진다고 할까. 멍하니 자신의 눈에서 떨어지는 눈물방울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때 불쑥 파란 체크무늬 손수건이 내밀어진다. 서연은 멍하니 고개를 들자 지혁은 서연의 앞에 손수건을 놓아주곤 담담히 스파게티를 포크로 만다.

“중성세제로 손세탁해서 반드시 다리미로 다리고 네 번 접어서 반납해요. 아, 섬유유연제는 쓰지 말아요. 난 그 냄새는 질색이니까.”

정말 질색하는 표정으로 이야기하는 지혁을 바라보던 서연은 피식 웃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웃음이 나는구나. 정말 네 귀가 딱 맞아 접혀 있는 손수건을 보자 지혁의 까탈스러움이 여실히 드러나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

“나랑 결혼할래요?”

스파게티를 돌돌 말면서 불쑥 내뱉었다. 그의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이렇게 아무것도 묻지 않고 손수건만 빌려주는 남자라면 괜찮지 않을까 순간 들었던 생각이 이렇게 말이 되어서 나와 버렸다. 그의 시선이 자신에게 쏟아지는 게 느껴졌지만 고집스레 고개를 들지 않았다.

“싫습니다.”

잠깐의 침묵 후 지혁은 거침없이 대답한다. 애써 무심하게 말한 자신처럼 그도 꽤 쿨한 대답이다. 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받아들여야지. 거절은 그의 마음이니까.

“네.”

선선한 대답. 지혁도 스파게티면만 열심히 말고 있었다. 이미 식욕은 잃어버린 지 오래였다. 결혼하자는 말보다 더 황당한 대답, 그 대답에 지혁도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