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몰골은 가관이었다. 뒷머리는 잔뜩 눌려져 새집이 지어져 있었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양복은 여기저기 구겨져 있었으며 넥타이는 대충 목에 걸쳐져 있었다. 딱 한눈에 보기에도 밤새 술독에 빠져 있다 간신히 건져진 모습이었다. 미진은 저도 모르게 찌푸려지는 얼굴을 다잡으며 미소를 띠었다. '“외과 전공이시면 힘드시겠어요?”'“머, 별로. 시골 동네 보건소라 사람들이 크게 다칠 일이 없어서.”'남자는 머리를 긁적이며 하품을 했다. 그 바람에 지난밤의 흔적인 술 냄새가 미진에게까지 전달되었다. 미진은 두 손에 힘을 주었다.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 당장 일어서서 나가 버리고 싶지만 서른둘이라는 나이가 학벌에 인물에 직업까지 빠지지 않는 저 남자에게 자꾸 기회를 주고 있었다. '‘어젯밤 너무 힘들어서 그런 걸 거야.’ '미진은 자신을 애써 위로하며 일그러진 자신의 얼굴을 바로 세웠다.'“보건소요? 대학병원에서 근무하신다고 들었는데…….”'“때려 친 지 쫌 됐는데…… 지금은 읍내 보건소에 있습니다. 아버지 덕에…….”'‘그래 잘나셨다.’ '남 얘기하듯 읊조리는 남자를 바라보며 미진의 입에선 자연스레 한숨이 나왔다. 아마 평소 성격 같았으면 저 남자가 동생쯤 된다면 벌써 한 대 쥐어박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미진은 끓어오르는 짜증을 애써 참으며 주변 테이블로 시선을 옮겼다. 주말 오후 호텔 커피숍은 다들 저마다 비슷비슷하게 차려입고 짝지어 앉아 있다. 그중에 꽤 괜찮은 남자들도 보였다. 미진은 자신의 바로 옆 테이블에 멀끔한 남자를 바라보던 눈길을 아쉬운 듯 거두며 자신 앞에 앉아 있는 남자에게로 돌렸다. 미진의 입이 벌어질 대로 벌어지고 만다. 이 남자 아주 대놓고 졸고 있다. 아래위로 심하게 흔들리는 고개가 곧 테이블로 떨어질 거 같다. 미진은 다시 한 번 입술을 깨물었다. 입술은 주인의 우악스런 이로 인해 붉어질 대로 붉어졌다. 그리고 부들거리는 손으로 그 남자를 흔들었다.'“저기요. 일어나세요.”'억지로 눈을 뜨며 남자는 찬물을 벌컥 들이켰다.'“많이 피곤하신가 봐요.”'“과음을 했더니.”'저 남잔, 나른하다. 목소리도, 늘어진 몸도, 무엇보다 남자의 나른한 목소리에 미진의 마음까지도 축축 늘어진다. 그래도 지도 양심은 있는지 아님 잔 것이 창피했는지 남자는 자세를 고쳐 앉으며 처음으로 미진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이제부터 제대로 된 대화를 할 수 있을 거란 작은 기대에 미진도 굳어진 입매를 슬그머니 풀었다. '‘그래 이제부터 잘해보지 뭐.’ '자신을 위로하며 애써 미소 지었다. 하지만 너무 뚫어져라 바라보는 남자의 시선에 미진은 도리어 민망해져 버렸다.'“제 얼굴에 뭐 묻었나요?”'“아니요. 전문가적 의견으로 수술이 꽤 잘되어서요.”'순간 멍했다. 이게 무슨 말이지.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