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짓이야?”
“정말 나 몰라?”
“몇 번 물어? 알아야 돼? 내가, 댁을?”
“내가 누군지 알면, 첫눈에 반할 거고, 내 집안을 알면, 연애 하고 싶을 거고, 내 꿈을 알면 결혼 하고 싶어질 텐데?”
“수작 거는 거야?”
“수작이면 넘어올 거야?”
“한 번만 더 나 잡으면, 나랑 진짜 즐기고 싶은 걸로 알고 그렇게 할 거야. 감당할 자신 있음 계속 이렇게 잡고 있던지.”
얼굴이 예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키가 모델처럼 크고 날씬한 몸매를 가진 것도 아니면서 대체 이런 자신만만함은 어디서 나오는지 웃음이 다 나온다. 자신의 속마음이야 어쨌든 이 여자의 당당한 자신감이 이상하게 기분이 좋다. 게다가 아주 심각하게 고민이 된다.
감당할 자신감을 가지고 싶다.
아무런 대답도 없이, 그렇다고 손을 놓아주는 것도 아닌 채로 서 있는 은규에게 윤진이 다가가 그의 목덜미를 끌어안았다. 놀라라고 한 짓인데, 의외로 은규는 놀라고 당황하는 것 대신 재밌다는 표정으로 윤진을 내려다봤다.
“유혹하는 건가? 난 넘어가줘야 하고?”
“아니. 그럴 필요 없어. 당신이 고민한 3초 동안 댁이 시시해졌거든. 그다지 흥미 없는데 곱게 이 손 놓고 바이바이 하지? 손목 아파 죽겠는데.”
두 눈으로 손목을 지그시 바라보다 고개를 드는 그녀와 시선을 맞춘 은규가 천천히 윤진의 손목을 놔주었다. 그의 마지막 손끝에서 그녀의 보드라운 살결이 느껴지는 것 같더니 이내 사라진다. 촉감은 꽤 오랫동안 남아 있었지만, 문제는 식어버린 손이 자꾸만 그 촉감을 찾아가라고 아우성치는 것이다.
젠장맞을. 이 여자의 손을 또 잡으라는 거야, 뭐야.
은규의 손아귀에 붙들려 있는 통에 피가 통하지 않아 차가웠던 손에 다시 피가 돌며 찌릿한 느낌이 감돈다. 평소 같았음 기분 나빴을 통증이지만, 오늘따라 그리 나쁘게만 느껴지지 않는 게 웃긴 윤진은 그대로 뒤를 돌아 은규에게 점점 멀어져갔다.
한발, 두 발, 세발.
이대로 두면 저 여자가 정말 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은규는 그녀의 뒤를 다시 따랐다. 유혹을 하던, 망가진 칩으로 어떻게 엮던, 이 여자를 우선 잡아둬야겠다 싶은 그가 그녀의 어깨를 잡아끌었다. 그러자 윤진이 반쯤 몸을 돌리고 은규를 올려다보았다. 자신의 어깨에 놓인 그의 손등 위로 살포시 손을 내려놓은 채로.
“이렇게 가는 법이 어딨어?”
“왜, 유혹에 걸려들었나?”
“책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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