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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신의 뜻을 구해야 할 때였다.
한 달이 가고 두 달이 가도록 신은 묵묵부답이었지만, 샤먼(shaman 샤머니즘에서, 신령․정령 등과 영적으로 교류하는 능력을 가지고 치료․예언․악마 제거 등을 하는 사람 :역주)은 인내심을 가지고 매일같이 겸손하게 기도하며 계시를 기다려왔다.
짙은 안개 속에 달이 숨어버린 지 나흘, 샤먼은 때가 되었음을 알았다. 드디어 기도의 응답을 받은 것이었다.
샤먼은 부지런히 제사용 가루와 방울과 북을 챙겨든 후 산봉우리를 향해 더딘 걸음을 옮겼다. 이미 고령의 나이에 접어들었는지라 길이 험난하게 느껴지기도 했거니와, 악령들마저 짙은 안개를 보내어 그의 의지를 시험했다.
봉우리에 닿자마자 샤먼은 계곡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바위 한가운데 불을 피우고 앉아 해를 올려다보다가, 잠시 후 챙겨온 가루약을 꺼냈다. 우선 샐비어 잎을 불 속에 뿌리자 연기와 쓴 냄새가 피어올랐다. 악령들이 싫어하는 냄새였다. 산 속을 떠돌며 재앙을 일으키는 악령들을 이 냄새가 쫓아주리라.
다음날 아침, 자욱하던 안개가 걷혔다. 악령들이 산을 떠났다는 증거였다. 남은 샐비어 가루를 모두 불 속에 털어 넣으니 풀 타는 냄새가 신성한 물소들이 사는 초원의 풀내음과 향긋하게 섞여들었다. 공기를 맑게 해주는 향기는 인자한 신을 불러들인다고 했지…….
사흘 밤낮을 꼬박 불 옆에서 금식기도를 올린 샤먼은 나흘째 되는 날 아침, 북과 방울을 들고 신을 불러들이는 영창을 시작했다.
그날, 그 어둠의 시간 샤먼이 올린 제사를 받아들인 신은 그에게 계시를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