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갯글>>
“자유. 책임과 의무를 다할 테니까 내가 원할 때 자유를 줘요. 그거면 돼요, 난.”
“원할 때 자유를 달라……, 언젠가 이혼을 요구하겠다는 뜻인가?”
“아니요. 이혼 같은 건 안 해요.”
결혼을 마음대로 할 수 없듯이 이혼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는 그녀였다. 그런 허황된 꿈은 애초부터 꾸지 않았다.
“서윤혁 씨도 원하는 거 말해요.”
시원하니 눈치도 빠른 여자다. 최소한 어수룩하고 답답하게 굴어 속을 뒤집을 일은 없을 것 같아 안심이다.
“조용히 사는 거.”
기회만 생기면 손톱을 세우고 할퀴려 달려드는 사람들이 득실거리는 집안에서 눈앞의 여자가 얼마나 잘 견딜지는 관심 없다.
사랑을 집착이라 믿는 여자 강서진, 그녀가 사랑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사랑에 무지한 남자 서윤혁, 그가 사랑을 믿기 시작했다.
세상이 멋대로 정한 second의 굴레,
그러나 그들은 이미 서로에게 first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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