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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봤어?”
“누, 누구?”
“혜원이!”
‘이런. 자신은 혜원을 본 적이 없다. 재하가 아는 사실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머리 밑에 송글거리던 땀이 귀밑머리를 타고 흐르면서 와이셔츠 깃을 저신다. 그 텁텁함에 목을 손으로 쓰윽 쓸어버리고 싶은 충동으로 얼굴에 올리던 손을 중간에 멈췄다.
재하의 눈빛이 점점 진하게 짙어졌다. 턱턱 막혀오는 긴장감은 깨질듯 날카로운 날로 서있었다.
“어, 어제 밤에 혜원 씨 사는 동네를 지나다, 우연히 봤어.”
“얼굴 모르잖아?”
“어. 그렇지. 그럼 다른 사람을 착각했나? 하하…….”
“장난 하냐?”
재하가 조금 풀어진 얼굴로 짓궂게 묻자, 민형이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얼른 미끼를 물었다.
“어! 그렇지 장난이지. 짜식 장난이야. 혜원 씨랑은 잘 돼가?”
서늘한 마음을 쓸며 얼른 화제를 돌렸다.
“그래, 오늘 만날 테니까.”
“그래. 그렇구나. 행운을 빈다.”
얼른 뒤로 문을 닫은 민형은 긴장감이 풀어지고 힘이 빠진 몸을 기댔다.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10년을 넘게 마주한 얼굴을 마주하며, 뻔뻔스럽게 네 여자를 뺏겠다는 말은 도저히 나오지 않았다. 의리라는 담담한 표현은 제쳐 두고라도, 그 녀석이 상처받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과 친구를 잃게 되는 사태가 생길지 몰라 입을 열수도 없었다.
내가 포기해야 하나. 떨떠름한 얼굴로 넥타이를 풀어버린 민형은 싸늘한 에어컨 기온에서도 너무나 더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