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나의 비밀'''' 류나는 예쁜 여자다. ' 아니 친구들의 증언에 의하면, 정말 아름답고 예쁜 여자다. 탄탄한 중소기업 무남독녀로 귀염을 독차지하고 자랐고, 머리가 나쁜 것도 아닌데, 공부엔 관심조차 없다. 항상 대충하는 공부는 중간에서 하락까지 오르락내리락 우울증 환자 지표마냥 들쑥날쑥 거렸다. 할 수 없이 아버지가 돈을 한 상자, 아니, 한 트럭을 사립학교 기금으로 내놓고 류나를 졸업시켜줬다. 그러고는 아무리 애원해도, 더 이상 책은 싫다며, 당당히 대학을 포기한 그녀였다.' 짧은 머리는 앙증맞게 곱실거렸고, 팔등신의 다리는 길다 못해 초미니 아래로 끝없이 내려간다. 눈길 사로잡는 강렬한 야한 색깔 옷을 즐겼고, 짧은 바지라 우기는 핫팬츠. 탱탱함을 드러낸 탑은 여자들의 경멸어린 시선을 붙여놓았고, 뭇 사내들을 녹였다. 그녀는 거칠 것 없는 청춘이었다.' 독립하고 싶어 하는 류나의 고집을 꺾지 못한 아버지는 친구와 함께 라는 조건으로 빌라를 얻어주었다. 초등학교 1학년 단짝에서 시작된 질긴 인연으로 동고동락 중인 혜원이는 날라리처럼 화려한 이미지의 류나와는 달리 착실한 여대생으로 세상 어떤 부모에게 어필 하여도 만사오케이를 받아낼 모범생 주류였다. 류나보다 작은 키에 큰 가슴과 엉덩이가 콤플렉스로 큰 치수의 옷으로 일자 통 몸매를 유지하는 장혜원이었다. 대한민국 여자 반 이상이 하는 평범한 긴 머리로 있는 듯 없는 듯 규칙적인 생활로 자택을 기숙사화 하는 능력이 뛰어난 친구였다. ' 류나가 거리로 나서자 사람들이 바라보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확 띄는 의상도 한 몫 했지만, 워낙 밝고 오지랖 넓은 성격은 집 반경 100미터 안 자신의 안테나에 걸리는 사람은 모두 친구였다.' “류나야 어디 가니? 오늘은 더 예쁘네?”' “파 사러. 혜원이가 반찬 준비하면서 자꾸 시키잖아.”' “그래도 좋잖아. 해주는 사람도 있고, 나도 누가 좀 해줬으면 좋겠네.”' “시집가, 시집!”' “에고! 차라리 파출부로 취직하겠다. 그럼 돈이라도 벌잖아! 잘못 만난 남자 밑에서 봉사 파출부 노릇을 어째하냐고.”' 슈퍼를 다녀오는지 간장하나를 들고 달랑거리며 오던 맞은 편 집 양희가 아는 체 했다. 서로의 취향 탓이거니, 인정하고 거리를 두는 편이라, 친하지 않지만, 먼 사이도 아닌 아군도 적군도 아닌 비무장이었다. ' 류나의 겉모습만 보는 사람들은 그녀를 못 마땅해 하며, 거의 벗다시피 다니는 그녀를 험담하거나, 쑥덕거렸다. 100미터 안의 친구 중엔 류나를 좋아하는 사람도, 무척이나 싫어하는 사람도 공존했다. 양희같이 비무장을 고집하는 사람도 꽤 되고. 박쥐처럼 이리 붙고 저리 붙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다. 그렇다해도 그건 양희의 모습이라고 생각되었다. 거리에서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슈퍼로 향했다.' 겉모습과는 달리 야단스럽지 않고, 진솔한 그녀는 정이 많았다. 남 도와주기 좋아하는 그녀를 싫어하는 사람은 겉모습으로 판단하는 말 많은 경계대상들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