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인!”'“귀 떨어지겠네. 우리 삼촌 왜 또 이러실까?”'헬멧을 벗던 서인은 삼촌의 험악한 표정을 보고도 넉살을 피었다.'“손님한테 그게 뭐하는 짓이야? 내가 그렇게 하라고 가르쳤냐? 말해 봐!”'“손님? 어떤 손님?”'“시치미 떼지 마! 인마. 손님 카드는 왜 가져와. 경찰에 신고를 하네 마네 어찌나 퍼붓던지 내가 식은땀을 한바가지는 쏟았어. 일을 어떻게 하고 돌아다니는 거야?”'“허우대는 멀쩡해가지고 하는 짓은 좀생이가 따로 없네. 실컷 문 열어줬더니 돈이 없다잖아. 나도 어쩔 수 없었단 말야.”'“그렇다고 카드를 훔쳐오면 어떻게 인마.”'“그 사람이 내가 훔쳤데? 와! 사람 잡네.”'서인은 펄쩍뛰며 당장이라도 도헌에게 달려갈 기세로 헬멧을 집어 들었다.'“어디가 인마.”'“다른 건 다 참아도 도둑 취급은 못 참아.”'“말이 그렇다는 거지. 흥분 가라앉히고 앉아.”'“똑바로 말해요. 사람 헛갈리게 하지 말고.”'그녀는 소파에 털썩 주저앉으며 투덜거렸다. '“성질머리하고는. 무슨 여자애가 그리 사나워. 그러니까 허구한 날 손님하고 시비가 붙지.”'“이렇게 안 하면 여자라고 우습게 본단 말야. 삼촌은 알지도 못하면서.”'입술을 삐죽이던 서인은 냉장고를 열어 안을 들여다보았다. 먹을 거라곤 생수 한 병이 다인 빈곤한 냉장고 사정에 그녀는 고개를 떨어뜨렸다.'“배고프다 먹을 거 없어?”'“저녁 먹었잖아.”'“아까, 아까 먹은 저녁밥 이미 오래전에 소화 다 됐거든요.”'“입만 열만 배고프대. 월급보다 네 밥값이 더 나가는 건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