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떨어져 있는 속옷과 나이트 웨어를 서둘러 챙겨 입고 까치발을 하고 조용히 그의 침실을 빠져나왔다. 여전히 깊은 잠 속에 빠져 있는 나세르의 품을 빠져나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의 매끈한 몸은 그녀를 유혹하기에 아주 훌륭한 무기였다. 그와 뒹굴며 오전 내내 그의 침대를 떠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셰이크 궁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들의 관점에서 볼 때 그와 그녀의 모습은 이해를 바랄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결혼을 전제로 한 약혼일지라도 이슬람에서 결혼 전 서로의 몸을 나누는 것은 쉽게 용서되는 것이 아니었다. 결혼만이 합법적인 성관계의 해결책일 뿐 그 어떤 것도 알라에게 이해를 구할 수 없는 것이라 했다. 그래서 도망치듯 그의 침대를 빠져나왔다. 주말이라 하는 일 없이 궁 안에서 빈둥거릴 수 있음에도 그녀는 개인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는 이곳에서의 특성상 서둘러 자신의 공간으로 돌아와야 했다. 아무리 카미르가 변하고 있다고 해도 이슬람교를 신봉하는 한 쉽게 변할 수 없는 것이 바로 그런 것들이라는 것에 그녀는 따분한 오전을 보내기 위해 그녀 자신의 침실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어머? 셰이카?”'푸른빛이 감도는 셰이카가 그녀의 다리 사이를 오가며 교태를 떨고 있었다. 절대 그를 따르지 않는다는 거만한 고양이가 선택한 주인이 자신이라는 사실이 그리 싫지 않은 그녀는 셰이카를 안고 창가에 가 앉았다. 아직 그와의 황홀한 밤에서 깨어나지 못해 여전히 몽롱한 그녀를 야릇한 시선으로 올려다보던 셰이카는 고양이 특유의 목젖을 울려 골골 소리를 내며 눈을 감고 있었다. 따뜻한 빛이 창을 넘어 들어와 그녀의 몸을 비추어 주어 그녀 품에 안긴 셰이카와 함께 단잠에 빠져들었다. '“못된 여자. 혼자 깨어나게 하다니……. 꿈을 꾼 것인가 했네.”'창가에 기대어 잠이 든 그녀의 품에는 거만한 고양이 셰이카가 안겨 있었고 그녀의 목덜미 사이로 그가 지난밤에 남겨 둔 키스마크가 선명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 흔적마저 없었다면 그녀와 함께한 지난밤이 자신의 상상이라고 착각을 했을 정도로 흔적조차 없이 사라진 그녀가 얄미워 찾아왔더니 가슴이 먹먹해질 정도로 아름다운 모습으로 그곳에 그렇게 그녀가 있었다.'그녀를 안아 침대에 누이고 가만히 그녀 곁에 누웠다. 그녀의 향기를 맡으며 그녀의 몸을 끌어안고 하루 종일 그녀와 함께 있고 싶었다.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시녀장인 아말레에게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명령해 두었으니 한동안 그녀와 단둘이서 주말 오후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에 그는 하품을 하며 그녀의 몸을 더 바싹 끌어당겨 안고 다시 잠을 청했다. '“안에 계시지 않는 것이냐?”'“아닙니다. 단지 피곤하셔서 주무시고 계시니 오늘은 그만 돌아가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내가 왔다고 전하라. 그녀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온 것이니.”'“저어, 아리에 님. 나세르 님께서 미스티의 수면을 방해하시기 말라고 하셨습니다. 죄송하지만 전 그 명령 외에는 그 어떤 것도 따를 수 없습니다.”'“너…….”'“무슨 일인데 이렇게 소란스러운 것이냐?”'아리에와 아말레가 마주하고 서서 팽팽하게 대립하고 서 있는 동안 무자가 새뉘의 침실로 찾아올 줄 몰랐던 두 여자는 황급히 바닥에 머리를 조아리고 무릎을 꿇고 앉았다. '“아, 아닙니다. 왕비님.”'“내가 듣기에는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했다고 하는 것 같던데 나도 안 되는 것이냐?”'“그런 것이 아니라…….”'“그럼 되었다. 넌 물러가라. 아리에 너도 다음에 오너라. 오늘은 내가 새뉘와 긴히 나눌 말이 있으니.”'“예. 무자.”'황급히 물러가는 아리에의 모습을 보며 그녀가 새뉘에게 찾아온 목적이 순수한 방문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 타밈이 궁지에 몰리고 나서 그녀 아리에의 위치도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자각한 그녀가 새뉘에게 어떤 것이든 건질 것을 찾아왔을 것임을 알고 있었지만 나무라고 싶지 않았다. 권력을 가져 보았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내리막길에 다다르면 무섭고 두려워 무엇이든 하고자 할 수 밖에 없음을 모르지 않았다. 그녀가 부족을 위해 조금 탐욕스럽기는 해도 새뉘를 상대로 해코지를 할 정도로 나쁜 성정을 가진 사람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아침부터 제2셰이크 궁 시녀장인 아말레가 직접 새뉘의 침전 앞을 지키고 있다는 말을 듣고 그녀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수많은 시녀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뉘의 방 앞에 벌써 2시간째 움직이지도 않고 아말레가 지키고 있다는 것은 침전 안에 아말레가 지켜야 하는 무엇인가가, 아니 어쩌면 누군가가 들어 있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임에 무자는 친히 새뉘를 찾아온 것이었다.'조용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이미 한낮임에도 빛 하나 들어오지 않게 커튼이 드리워진 그녀의 방 안은 알 수 없는 달콤한 향이 가득했다. 어둠에 익숙해지자 천천히 커다란 침대 위에 서로의 몸을 끌어안고 잠든 두 개의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다. 하나는 여자의 것이었고 또 하나는 남자의 것이었다. 익숙해진 그녀의 눈동자에 비친 남자의 얼굴을 본 무자는 그녀가 그렇게 바라던 일이 일어났음에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그녀의 아들은 절대 그녀와 조국을 떠날 수가 없을 것이다. 그에게는 지켜야 하는 여자가 생겼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들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처음 두바이에서 한새뉘를 보았을 때 아들의 그림에서 보았던 그 여자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아들이 첫눈에 마음에 들인 여자, 그러나 그 사실조차 모르고 아들은 그녀를 찾아 떠날 수 없는 자신이 싫어 자유를 갈구하고 있었던 것이다.'그래서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녀를 카미르로 불러들이기로 했다. 그녀를 다시 만나는 순간 나세르는 그녀에게서 벗어날 수 없을 것임을 그녀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래서 그들의 가십을 부풀리고 그녀의 존재를 부각시켰다. 물론 타밈이 납치라는 극단적인 방법까지 동원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아들에게 그녀를 데려다 주는 것까지는 완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녀의 눈앞에는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처럼 같이 잠든 연인들이 있었다.'“아들아, 이젠 넌 자유롭고 싶지 않겠구나?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집을 가지고 싶고 아이들이 가지고 싶어진단다. 그러다 보면 자유 따위는 까맣게 잊어버리게 되지. 부디 좋은 꿈꾸어라. 나의 아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