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오해 아닌 오해

“소매치기야!”

사건 발생 시각 오전 8시 10분.

여느 때와 같이 출근을 하던 진하는 갑작스럽게 당한 소매치기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녀가 멀뚱히 서 있는 사이 범인은 저만치 앞으로 달려가고 있었고, 그제야 정신이 든 진하는 마구 뛰기 시작했다.

“야! 너 거기 안 서!”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를 크게 내며 달리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저기요! 저기 검은 모자… 헉… 야! 내 가방 안 내놔?”

이 초딩 아니, 유딩 만도 못한 저질 체력이여….

‘저거 어제 온 신상이라고!’

범인의 손에 들린 가방은 어제 갓 도착한 따끈따끈한 신상이었다.

리미티드 에디션이라 구하고 싶어도 못 구해 인터넷을 뒤져가며 겨우겨우 구한 건데.

저걸 하루아침에 뺏기다니!

“아, 진짜 좀 서라고! 악!”

순간 진하의 몸이 휘청거리면서 옆으로 주저앉았다.

“내 구두…!”

그녀의 눈에 보인 것은 굽이 부러진 신상 구두였다.

어쩐지 오늘은 죄다 신상으로 꾸미고 싶더라니.

이런 일을 당할 걸 예상하기라도 한 건가.

저 사람도 내 걸 탐내서 가지고 간 건가? 아니, 그럴 리는 없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저를 보고 비웃는 것만 같았다. 머릿속엔 한시라도 빨리 이 자리를 피해야겠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아 씨! 오늘은 월요일이 아니라 헬요일이야!’

지옥 같은 월요일.

왜 한 주를 시작하는 아침부터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지. 그것도 나한테만.

그렇게 한탄을 마음속으로만 표출하고 있는데 뭔가가 옆을 쌩하니 지나쳐 가는 게 느껴졌다. 그것이 일으킨 바람은 너무도 세서 진하의 머리칼이 다 날릴 정도였다.

그녀는 마하의 속도로 범인을 향해 질주하는 남자에게 외쳤다.

“아저씨! 저 자식 좀 잡아 주세요!”

* * *

“누구보고 아저씨라는 거야?”

소매치기가 진하의 가방을 빼앗고, 두 사람의 추격전이라고도 부를 수 없는 달리기 시합을 쭉 지켜보고 있던 소진은 장기인 빠른 발놀림으로 범인을 뒤쫓고 있는 중이었다.

“내 나이가 몇인데 벌써부터 아저씨 소리를 듣다니.”

그는 투덜대면서도 범인의 뒤를 바짝 쫓았다. 범인은 진하가 쫓아오지 않자 숨을 고르고 있었지만 채 몇 분도 안 돼서 경찰이 달려오자 놀라 꽁지가 빠지게 뛰었다. 이미 그는 숨이 턱 끝까지 찬 상태였다.

“헉… 헉….”

“많이 힘들죠? 그만 도망가고 이거 먹어요. 당 떨어졌을 텐데.”

범인과 나란히 달리면서 소진은 주머니에서 초코바 하나를 꺼내 건넸다. 하지만 범인은 받지 않고 멀뚱히 초코바와 소진만 번갈아 보았다.

“아, 까줄까요?”

그 의미를 다르게 받아들인 소진이 얼른 포장을 깠다. 그리고 친절히 입 속으로 넣어 주기까지 했다.

“이렇게 친절한 경찰 처음 봤죠? 먹을 것도 주고.”

“…….”

“그러니까 이제 그만 가시죠.”

“윽!”

범인은 소진이 찬 정강이에 고꾸라지면서 바닥으로 엎어졌다. 소진은 동시에 진하의 가방을 수거, 범인의 양팔을 잡았다.

“나머지는 서로 가서 얘기합시다.”

범인이 발버둥 쳤지만 빠르게 수갑이 채워져 곧 버둥거림을 멈춰야 했다.

그때, 저 멀리서 또 한 명의 경찰이 부리나케 달려왔다.

“역시 차 경위! 이번에도 초코바 줬어?”

“네. 이 자식 데리고 가세요. 전 가방 돌려주고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