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겉과 속이 다른

“이게 얼마만의 집밥이냐.”

소진은 식탁에 놓인 김치볶음밥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일어나자마자 휴대폰을 확인해 보니 진하에게 문자가 와 있었다. 문고리에 아침밥 두고 가니까 챙겨 먹으라는 그녀의 말에 바로 챙겨 왔다.

밖에 몇 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밥은 아직 따뜻했다.

찰칵!

톡 건드리기만 해도 터질 것 같은 달걀 프라이를 중심으로 인증 샷을 찍었다.

“잘 먹겠습니다!”

소진은 가지런히 손을 모아 인사를 하고 숟가락을 들었다. 프라이와 함께 밥을 크게 떠 입에 넣었다.

“으음.”

기름기가 그리 많지 않고 김치도 적당히 산미가 있었다. 게다가 프라이를 터뜨리면서 흐른 노른자와 함께 먹으니 그 맛은 배가 되었다.

“진짜 맛있다.”

이때까지 먹어 본 김치볶음밥 중 단연 톱이었다. 그의 숟가락질은 멈출 줄 모르고 계속되었다.

* * *

- 이런 김치볶음밥은 처음 먹어 봐요. 진짜 맛있었습니다!

소진의 문자를 본 진하의 입가에 만족한 미소가 걸렸다.

‘다음엔 다른 걸 해줄까?’

그의 반응이 이렇게나 좋으니 마구 해주고 싶어졌다. 만든 보람이 있는 반응이었다.

“유 쌤, 왜 그렇게 웃어? 무슨 좋은 일 있어?”

옆에서 진하가 실실 웃고 있는 모습을 본 지미가 의자를 끌어 옆으로 와 고개를 내밀었다. 진하는 저도 모르게 얼른 휴대폰을 뒤집었다.

“아, 아는 사람한테 밥을 좀 해줬는데 맛있다고 해서요.”

“오, 유 쌤 밥은 맛있잖아. 뭐 해줬는데?”

“김치볶음밥이요.”

“당연히 맛있었겠네. 왜 우리 소풍 가거나 수련회 갈 때마다 유 쌤이 김밥이랑 유부초밥 싸왔잖아. 그거 맛있으면 다른 것도 맛있겠지. 언제 또 김밥 싸오면 안 돼?”

“하하. 아마 내년이 될 것 같은데요?”

“내년? 그때까지 어떻게 기다려. 말 나온 김에 내일 어때. 응? 나 내일은 급식 안 먹고 유 쌤이 싼 김밥 먹어야겠다.”

당사자의 의견은 상관없이 지미는 제멋대로 내일 식단을 정해 버렸다.

‘하아… 괜히 말 꺼냈네.’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려다가 말했는데 이런 참사를 불러올 줄이야.

지미의 성격상 여기서 거절하면 자신만 골치 아파질 게 뻔했다.

진하는 김밥을 만들어 오기로 마음먹은 대신 지미에게 한 가지 당부를 했다.

“대신 다른 쌤들한테는 비밀이에요. 아셨죠?”

“어머, 당연하지. 우리 둘만의 비밀.”

지미는 검지를 입술에 갖다 대면서 윙크까지 해보였다.

다른 건 몰라도 지미가 입이 무거운 건 진하도 인정하는 부분이었다.

‘딱 2인분만 싸야지. 입이 더 늘어나면 안 돼.’

내일도 새벽부터 일어날 생각을 하니 골이 아픈 진하였다.

* * *

“차 경위, 오늘 기분 좋아 보이네?”

연신 싱글벙글 웃고 있는 소진에게 재휘가 툭 한마디를 던졌다.

소진은 입 안에서 굴리고 있던 막대사탕을 빼고 재휘를 쳐다보았다. 아주 진한 눈빛으로.

“선배님, 달걀 프라이 올라간 김치볶음밥 먹어 보셨습니까?”

“당연히 먹어 봤지. 갑자기 웬 김치볶음밥?”

“그냥 달걀 프라이가 아니라 반숙 달걀 프라입니다. 톡 터트리면 노른자가 흘러나오는 거요.”

“응. 그거 맛있지. 왜, 아까 점심이 부족했어?”

점심으로 돼지국밥을 먹어 놓고 또 밥 얘기를 하는 소진이 의아했다. 재휘는 진한 눈빛에서 느끼한 눈빛으로 변해 가고 있는 소진의 눈을 똑바로 마주했다.

“그 김치볶음밥 또 먹고 싶은데 말입니다.”

“어디 맛집이라도 발견한 거야? 어딘데? 나도 좀 알려 줘 봐.”

“어떻게 그렇게 만들 수 있을까요? 제가 이때까지 먹어 본 것 중에 아주 정말 진짜 최고….”

“아, 그러니까 어디냐고! 너 아까부터 내가 물어보는 거에 계속 딴말만 하지? 동문서답만 하지 말고 제대로 된 답을 해봐라 좀!”

“점심 부족했던 거 아닙니다. 맛집이긴 맛집인데 함부로 들어갈 수가 없는 곳이구요. 됐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