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길게 말할 힘 없다. 지금은 나를 위해서, 아니 우리를 위해서 잠시만 깨어 볼래?”'“잠이 깨어지지가 않아.”'“많이 깼네. 우진아?”'“응?”'“나, 너를 안고 싶어.”'“안아요. 언제는 안지 않았나? 저번에도 안고 잤으면서.”'“그런 것 말고. 나,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오늘은 이상하게 끝내지지가 않는다.”'“뭘?”'“사랑……하고 싶다고.”'“사랑? 섹스?”'“응.”''''술에 취한 남자는 무사히 대문을 통과해서, 달빛이 밝게 비춰주는 거실로 발을 들여놓았다. 그의 걸음걸이는 갈지 자였고, 몸을 가누지 못해 비틀, 비틀거리며 흔들리고 있었다.'주방은 거실과는 다르게 불빛이 거의 없었다. 작은 불빛만이 겨우 겨우 그를 주방으로 인도해 주고 있을 뿐이었다.'그는 비록 비틀거렸으나 정신은 올곧았다. '아무리 취하려고, 취하고 싶어서 술을 마셔보아도, 온전한 정신은 머릿속에 콕 박혀, 그를 비웃고 있는 것만 같았다.'오늘따라 혼자 마시는 술이 싫어서, 어렵게 연락이 닿아서 만난 동기는 그리 친했던 놈이 아니었다. 그래도 누군가와 술이라도 마신다면 턱 막혀 있던 심장이, 아니 터져버릴 것처럼 두근거리던 심장이 잠시 동안이라도 진정 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는 술에 취하지 못했다. 아니 취하려고 마신 술은 정신만 쏙 빼놓고는, 빌어먹게도 육체만 갉아먹는 것 같았다.'운석은 주방 안에 있는 술을 꺼내어 그의 방으로 들어왔다. 위태롭게 걷고 있는 그의 몸은 쓰러질 듯, 엎어질 듯 아슬아슬하기만 했다. '그는 양복을 벗었다. 그리고 넥타이를 풀어서, 저쪽 귀퉁이 어디쯤에 던져버렸다. 와이셔츠 맨 위에 있는 단추도 풀어내었다. 차례차례 단추를 모두 풀어버렸다.'요즘 들어 빠진 살은 예전에 입었던 옷들을 헐렁하게 만들고 있었다. 마치 남의 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그를 바보 멍청이 취급을 받도록 옷이 연출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그렇게 그를 괴롭혔던 마음고생만큼, 그의 탄탄했던 근육들은 점점 존재를 감추고 그의 몸에서 사라져갔다. '짜증이 났다. 모든 것이 귀찮고 만사가 의욕이 없었다.'부모님의 뜻을 따르자니 연인이 울고, 연인의 뜻을 따르자니 부모님이 우신다.'그는 집안에서 대들보였다. 언제나 부모님에게 자랑스러웠던 아들, 그는 이 집안에서 그런 존재였었다. 하지만 이젠, 서로가 서로에게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자신에게 그녀가 얼마나 헌신적으로 잘하는지, 부모님이 아신다면 그녀를 이렇게 내치진 못하실 텐데.’'그는 병마개를 뽑았다. 와인, 그래 이것은 와인처럼 보인다. '커다란 병을 거꾸로 들고, 립 라인이 뚜렷한 입술 사이에 와인 병의 주둥이를 쑤셔 넣었다. '마시다가 이대로 죽자.'그는 벌컥 벌컥 목구멍으로 와인을 쏟아 부었다. 목으로 채 넘어가지 않은 붉은 색 와인이 그의 푸른색 속옷을 물들이고 있었다. '와인 병에 들어 있는 액체 중에서, 반은 그의 입으로 들어갔고 반은 몸이 마신 것 같았다. '몸과 정신으로 흡수된 술기운은 그의 이성을 마비시킨다.'그는 축축해서 불쾌함을 유발하는 속옷을 벗었다. 짜증이 솟구치고 이성을 갉아먹으려고 하는 술의 마력은 그를 단단히 붙잡아 흔들어대고 있었다. '속옷은 잘 벗겨지지 않았다. 벗으려고 손을 움직일 때마다 매번 헛손질을 하고야 만다. 그는 여러 번, 아니 간신히 속옷을 벗어낼 수 있었다.'달빛인지 아니면 어슴푸레하게 날이 밝아지는지 점점 세상은 어둠을 몰아내고 있었다. 아무것도 입지 않은 그의 몸은 마음고생을 여실히 드러내려는 듯이 너무 말라서 갈비뼈가 드러나 도드라져 있었고, 홀쭉하게 들어간 볼은 형편없이 굶주린 노숙자의 얼굴과 닮아가고 있었다.'그는 침대에 쓰러졌다.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것 같은데, 그녀가, 연희가 그의 침대에 누워 있는 것이…….'몇 번, 그를 유혹하러 들어왔던 그녀를 안지 않았던 것을, 그는 얼마나 후회를 했었던가? 오늘은 그녀를 안을 것이다. 전처럼 그냥 보낼 수는 없다.'그녀는 잠들어 있었다. 언젠가 그랬던 것처럼 수면제라도 먹은 것일까?'그가 옷을 벗기기 위해 여러 번, 아니 수십 번을 반복해서 헛손질을 하는데도 그녀는 여전히 깨어나질 않는다.'“으읔, 으……음…….”'그녀가 귀찮다며 짜증을 내는 것 같았다. 하긴 벌써 몇 번을 헛손질하며, 못살게 굴고 있질 않았던가. 그녀는 그래도 거칠게 손을 내두르고 있을 뿐, 깊은 잠에 빠져 있는 것처럼 깨어나지 않았다. '그의 정신이 가물가물했다. 정신을 차려서 그녀를 안아야 하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술이라도 적게 마시는 건데.'“으,음…….”'그녀의 신경질이 계속 이어졌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잠에서 깨어나질 못하고 있었다.'“아, 아.”'그녀가 짜증을 부릴 때마다 그의 손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하지만 미약한 힘을 끌어 모아 그녀를 유혹하기 위해서, 가슴을 살살 만졌다. 커다란 손 안으로 앙증맞게 들어오는 가슴은 똑바로 누워 있어서 그런지 옆으로 퍼져 있었다. 그래도 그는 가슴을 모아서 손으로 한 움큼 쥐어보려고 손을 움직였다.'힘이, 서서히 줄어가는 느낌이 든다. 그녀를 안아야 하는데, 빨리. 하지만 남자는 그녀의 옷을 몽땅 벗겨 버리고, 그녀의 다리를 벌리고 가운데로 들어갔지만, 자신의 몸이 말을 듣지 않아, 힘겹고 어려웠다. 하지만 그녀를 임신 시키려면 오늘은 꼭!'기운이 없다.'몸도, 그의 페니스도.'그녀를 깨우기 위해 젖꼭지를 빨고, 물고, 하는 동안에도 그의 힘은 더욱 빠져나가고 있었다.'안 되는데, 안 되는데……. '그의 정신은 가물가물, 몸은 점점 정신을 놓았다.''그녀는 오늘따라 과도하게 운동을 했었다. '큰 오빠를 따라 산에 올라갔다가 내려와서, 오빠네 학교 선생님들과 축구 시합을 하기도 했다. 오늘 같은 날엔 빠졌어야 했는데, 오빠 팀에서 인원이 부족하다고 연락을 받았다면, 그녀가 빠질 수 있는 선택사항이 아니었다.'술내기가 걸려있는 아주 큰 시합이기도 했지만, 우진이가 끼어서 꼭, 꼬옥 이겨줘야 하는 일이기도 했다.'한 달에 한 번씩 큰 오빠가 주는 용돈에서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큰맘을 먹지 않아도 꼭 나가줘야 하는 필수 사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