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레스토랑 안에는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제법 많은 사람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맛깔스러운 음식솜씨 만큼이나 손님을 택하는 것이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있는 이브리나 레스토랑의 내부는 그저 단순한 레스토랑이라 말하기 어려웠다. '내, 외부는 르네상스 시대의 베르사유 궁전만큼이나 사치스러웠으며, 웬만한 사람들은 이곳의 문턱을 넘어 한 발짝 내딛기도 전에 그 광경에 주눅부터 들어 움직이지도 못할 만큼 경이롭기까지 했다. '점심 한 끼에 5백 파운드 이상을 쓸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해도 일주일 이상 혹은 그 전부터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를 마련하기 어려운 곳이기도 한 레스토랑이다.'하지만 퍼거슨가(家) 만큼은 예외다. 레스토랑에 도착하기 몇 분 전에 전화 한 통을 걸어 콧대 높은 좌석을 마련하는 것쯤은 아무런 일도 아니었다. '미주는 휘황찬란한 레스토랑을 다소곳이 둘러보며 내심 비딱한 찬탄의 한숨을 토해냈다. 퍼거슨가(家)의 품위에 알맞은 탁월한 장소 선택에 절로 고개가 흔들어졌다.'퍼거슨이 피우다 버린 담배꽁초 하나마저도 대단한 기삿거리로 만드는 귀찮은 기자들의 출입을 확실히 막음과 동시에 그녀가 누구였던가를 철저하게 떠올리게 만들 수 있는 곳. '터무니없는 가십도 우아하게 가재요리 먹듯 조각내며 숙덕거리기에 안성맞춤인 상류 부유층의 고귀한 손님들이 끊이지 않는 이 레스토랑이야말로, 그녀가 잔뜩 기가 죽기를 바란 그의 심술이 가미된 고의적인 선택을 한 장소라면 상급 중에서도 최상급이었다. '그녀가 만나려는 사람은 퍼거슨사(社)를 이끌고 있는 ‘그레고리 그레이모어 퍼거슨’이었다. '전 유럽시장의 막강한 영향력을 끼지는, 실로 만인 위에 군림하는 최고의 권력자라 칭해도 부족하지 않는 사내…. '만약 볼품없고 냄새나는 더러운 쓰레기로 황금을 만든다고 공장을 세운다 해도 사람들은 앞 다투어 그 주식을 사려 법석을 부릴 것이다.'마이더스의 손. 아니, 경영의 제왕이 그레고리 그레이모어 퍼거슨이었다. '미주는 가느다란 허리를 쭉 폈다. 최대한 당당하고 여유로운 걸음걸이를 유지하며, 수석 웨이터가 안내하는 대로 붉은 카펫이 깔린 바닥을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