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지병''오랫동안 잘 낫지 않는 병'''''''소리 없이 문이 열리고 어둠 속에서 짙은 그림자 하나가 가까이 다가왔다. 침대 위에 누워 있던 정현은 숨을 죽인 채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녀의 전신을 훑고 지나는 눈동자에서 뜨거운 열기가 거침없이 뿜어져 나왔다. 그녀는 참고 있던 숨을 깊숙이 들이마셨다. 온통 그리운 체취가 코끝으로 가득 밀려들었다.''“종빈 선배…….”''그가 한쪽 팔을 뻗어 부드러운 동작으로 그녀의 입술을 막았다. 후끈한 열기가 입술을 쓸고 지나는 손가락을 통해 그녀 내부로 전해졌다. 이내 바싹 타들어간 입 안에서 극심한 갈증이 일었다. ''정현은 무작정 그의 손가락을 향해 입술을 밀어붙였다. 그러자 그중 하나가 안으로 파고들었다. 거칠게 치열을 훑고 지난 손가락이 혀끝에 감겨오나 싶더니, 이내 자유롭게 유영하며 마치 제 것인 양 입 안을 제멋대로 유린하며 돌아다녔다. 거친 듯하면서도 부드러운 그 움직임에 내포되어 있는 절박한 욕구가 점점 흥분으로 치달아 오르는 그녀를 크게 자극했다. ''정현은 손가락에 혀를 감아 깊이 빨아들였다. 그의 탁한 호흡이 귓가에서 신음보다 더욱 낮은 자리로 부서져 내렸다. ''갑자기 손가락이 물러나갔다. 그 허전함을 이기지 못한 그녀의 혀가 그 뒤를 따라나서고, 이어 다급하게 다가선 그의 입술이 마중 나온 그녀의 혀를 붙잡아 자신의 입 안으로 가져갔다. 서로의 혀가 하나로 얽혀들었다. 그 빨아들이는 강렬한 힘과 잘근거리는 아릿한 감흥에 둘은 미친 듯 서로의 것을 탐했다. ''“하아…… 하…….”''정현의 입에서 전신을 태우는 뜨거운 신열이 달뜬 신음으로 변환되어 새어나왔다. ''뜨겁게 달궈진 그의 두 손이 마치 낙인을 찍듯이, 봉긋하게 솟아오른 젖가슴을 힘껏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흥분으로 꼿꼿해진 유두를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강하게 비틀었다. 통증을 넘어선 짜릿한 쾌락이 등줄기를 타고 온몸을 관통했다. ''모든 세포들이 더한 자극을 열망하며 일제히 아우성을 쳐댔다. 절대적 해갈을 요구하듯, 그녀는 나긋나긋한 나신을 흥분한 그의 중심부를 향해 세차게 밀어붙였다. 온몸을 짓눌러오는 그의 묵직한 무게감이 너무도 좋았다. '그는 부드러운 젖무덤 사이에 얼굴을 묻고서 입술과 혀로 가슴을 온통 범하고 돌아다녔다. ''정현은 그의 머리카락을 헤집으며, 간절한 탐욕과 뜨거운 열정에 빠진 채 만족스런 한숨을 토해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금세 지독한 갈망이 찾아들었다. 이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오직 그만이 채워줄 수 있는 내부의 빈 공간에서 발현된 한없는 열망이 그대로 전신을 꿰뚫고 지났다. ''마음이 급해진 정현은 거의 찢어발기다시피 그의 몸에서 옷가지들을 떼어냈다. 셔츠에서 떨어져나간 단추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의 허리띠를 풀고 바지 지퍼도 내렸다. 적나라한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 그의 단단하게 솟은 욕망이 손바닥 안에서 꿈틀꿈틀 용트림을 해댔다. ''촉촉하게 물이 오른 깊숙한 내벽이 미칠 듯한 기대감으로 욱신거렸다. 끝내 주체하기 힘겨운 욕정이 허리를 비틀며 치솟아 올랐다.''“제발…… 빨리…….”''하지만 탁하게 흩어지는 정현의 뜨거운 애원에도 불구하고, 그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더욱 갈급해진 그녀가 온몸을 뒤틀어 돌리며, 색정에 찬 몸부림으로 그를 유혹했다. ''그러나 그는 슬픈 얼굴을 한 채 무겁게 고개를 흔들 뿐이었다. 바로 그 순간, 슬픔이 깃든 그 애잔한 눈동자 속에서 그녀는 처참할 정도로 흐트러진 자신의 모습을 보고 말았다. 흡사 거침없는 음욕에 몸을 맡긴 창부와도 같았다. ''번쩍 눈이 떠졌다. 칠흑 같은 어둠 한가운데, 거칠게 오르내리는 그녀의 숨소리만이 텅 빈 침대를 가득 울렸다.''정현은 잔뜩 웅크리고 있던 몸을 펴 천장을 향해 똑바로 누웠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꿈을, 하필 오늘 밤 다시 꾸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아무래도 방 안에 가득한 종빈의 흔적 탓인 듯했다. 코끝을 자극하는 그의 냄새가 어둠 속에서 더욱더 도드라졌다. ''손을 뻗어 스탠드를 켰다. 희미한 불빛에 주인 없는 방 안이 환하게 밝아졌다. 새벽 6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각, 동이 트려면 아직도 멀었는데 그만 일어나야 할 모양이었다. 온통 그의 체취로 가득한 침대에서 다시 잠을 청한다는 것은, 또 다른 악몽 속으로 기어드는 일과 진배없었다. 거기다 그에게 정신없이 매달리며 애걸하던 부끄러운 잔영이 머릿속에서 여전히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다.''정현은 주방으로 나와 지난밤 대충 설거지를 해둔 주전자에 생수를 따랐다. 남의 살림을 뒤진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그 이상으로 카페인이 절실했다. 공연히 마음만 급해진 그녀는 물이 다 끓기도 전에 찻잎부터 넣었다. 엉터리로 우려낸 떫기만 한 찻물을 목구멍 너머로 냅다 들이부었다. ''강제 공급된 카페인에 힘입어, 머리가 점차 맑아질수록 까슬까슬한 입 안에서는 떨떠름한 후회만이 넘쳐날 뿐이었다. 억지춘향이로 등 떠밀리듯, 집에 남는 것이 아니었다. 더욱이 침대로 기어든 것은 분명 실수였다. ''아니다, 절대 거짓말이다! 종빈의 집에 남고 싶었고, 그의 침대에서 잠들기를 원했다. 마치 오래된 지병처럼 10년 가까운 지난 세월 동안 정현은 알게, 혹은 모르게 내내 그를 앓고 있었다. 그는 이미 익숙한 삶의 한 부분이 되어 그렇게 함께해오고 있었다.''문득 이제는 그만 인정할 부분들에 대해서 인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종빈을 사랑하고 있었다. 찻잔을 쥐고 있는 손이 심하게 떨렸다. 식탁 위에 내려놓는데 달그락 하며 그릇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했다. 떨리는 두 손을 힘껏 마주잡았다. 비록 그를 사랑하지만, 또한 사랑할 수 없었다. ''피곤한 눈자위에 핏발이 어리고, 사리문 어금니 사이로 알싸한 피 맛이 느껴졌다. 사랑할 수 없는 고통이 이렇게까지 클 줄은 미처 몰랐었다. 그를 바라보기만 하던 시절에는 사랑받지 못하는 아픔으로 가슴이 시리고 아리기까지 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때는 그나마 견딜 만했고 참을 만했다. ''그런데 지금 그를 사랑하면서도 사랑할 수 없는 고통은 너무 아파 그 느낌조차 버겁고 힘에 부쳤다. 그녀가 감당하기에는 느낄 수조차 없는 커다란 아픔이었다.''날카로운 칼날이 심장을 저미듯이 에었다. 도대체 언제나 되어야 이 지긋지긋한 지병에서 완쾌될 수 있을까? ''하기는 그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질 날이 과연 오기나 할지 의문이었다. 그때 실체 없는 누군가가 이제 그만 행복해져도 된다며 귓가에서 속살거렸다. 그까짓 기억의 한 편린쯤 잊은 듯, 잃은 듯 모른 체하라면서 자꾸만 충동질을 해댔다. 정말이지 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었다.''''''12. 피 안 -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관념적으로 생각해낸 현실 밖의 세계''13. 차 토 - 태어나고 죽고 하는 고통이 있는 이 세상''14. 회 한 - 뉘우치거나 한숨을 쉬면서 탄식함''15. 진 실 - 거짓이 없고 참되고 바름''16. 부 지 - 상당히 어렵게 보존하거나 버티어나감''17. 위 기 - 위험한 고비나 시기''18. 전 말 - 처음부터 끝까지 일이 진행되어온 과정''19. 해 소 - 어려운 일이나 문제가 되는 상황을 해결하여 없앰''20. 화 해 - 싸움하던 것을 멈추고 서로 좋지 않은 감정을 풀어서 없앰''21. 연 합 - 두 가지 이상의 것이 합동하여 하나의 조직체를 만듦''22. 영 원 - 어떤 상태가 끝없이 이어짐, 또는 시간을 초월하여 변하지 아니함''에 필 로 그 ''작 가 후 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