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히 들으면 새가 지저귀는 소리 같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방울이 딸랑딸랑 울려대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했다. 규모로만 따지자면 홍콩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반드시 꼽힌다는 특급 호텔의 차임벨 치곤 참 유별나게 귀엽다는 생각이 들어 초혜는 픽 웃고 말았다.'[들어오게.]'하지만 그녀의 옅은 웃음기는 직접 맞으러 나온 객실 주인의 음성이 머리 위에서 장중하게 울리는 순간 싹 사라졌다.'[좀 더 기다려야겠지 싶었는데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군]'문을 열어주곤 곧장 안쪽으로 들어가 버리는 이의 뒷모습을 잠시 망연히 쳐다보는 사이, 초혜의 표정은 뻣뻣하게 굳었다. 그녀는 천천히 숨을 골랐다. 온몸에 밴 긴장을 풀기 위해서였다. '속으로 혀를 찼다. 어지간하면 만나고 싶지 않았는데, 일이 예상했던 대로 잘 풀리지 않아서 어쩔 수가 없었다. 사실 초혜도 백지선이 하나하나 입 밖으로 꺼내 말하기 전 이미 상황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걸 느끼던 차였다. 백지선이 등 떠밀지 않았더라도, 아마 그녀는 자의로 움직였을 것이다. 물론 그 대상은 향주를 콕 집은 백지선의 예상을 벗어나긴 했지만 말이다.'[마침 가볍게 한 잔 할까 하던 참이다. 초혜 너도 함께 할 테냐?]'[말씀은 감사합니다만 저는 괜찮습니다.] '[사양하지 않아도 돼. 아무려면 내가 손님 대접을 소홀히 할 인간으로 보이는 것이냐? 나를 그런 몰상식한 수준으로 떨어뜨리지 마라.]'[아니요. 그런 말씀이 아니라…….]'[꽤 괜찮은 물건이 들어왔다. 네 취향이 어떤 쪽이었는지까지는 자세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만, 그래도 어느 정도 입맛을 맞춰 주리라 생각하는데.] '[그, 그럼 감사히.]'중후한 깊이와 풍부한 성량이 부드럽게 채근했고 초혜는 결국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금방 준비할 테니 어디든 편한 곳에 앉아 있도록 해.]'여유롭게 손짓하는 쪽으로 걸어 들어가며 초혜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이래서 대면하기 싫었던 거다. 절대 거절치 못하도록 교묘하게 밀고 들어오는 압박 앞에 무기력하게 숨죽여야 한다는 게 너무나 굴욕적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뜻에 반하는 것은 절대 용납지 않는 사람의 심기를 거스르기엔 리스크가 너무 컸다. 더구나 그녀는 현재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할 입장이기에 무조건 비위를 맞춰야만 했다.'별채 객실에 따로 딸린 정원이 한눈에 내다보이는 위치에 놓인 소파는 푹신했고, 풍광 역시 멋졌다. 그러나 초혜의 모든 신경은 뒤쪽 미니 홈바를 어슬렁대는 기척에 집중되어 있었다.'[그래, 어디 한번 용건을 들어볼까?] '초혜는 순간 덜컥 숨이 멈출 만큼 깜짝 놀랐다. 거듭 집중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다가온 것일까? 자신에게로 내밀어진 둥그스름한 와인글라스를 받아드는 그녀의 손길이 미미하게 흔들렸다. 두려움의 올곧은 표현이었다.'[무슨 일로 날 만나자고 했지, 초혜?]'그녀를 이름으로 불러주는 법 한 번 없는 사내가 맞은편에 자리 잡고 앉았다. 초혜는 그를 흘깃 마주보았다.'14K단의 수장, 용두. 본명을 아는 이가 지구상에 몇 되지도 않는다는 사람. 그런 사내가 여유롭게 초혜의 눈길을 받아내고 있었다.'이 사내는 정말 치가 떨릴 만큼 무서운 사람이었다. 위압감이 과연 무엇인지, 몸속 세포 하나하나에까지 뚜렷이 각인시킬 만큼 엄청난 존재감을 자랑하는 사람. 자기편으로 만들 자신은 없고, 적이 되는 건 더더욱 끔찍하기에 차라리 처음부터 엮이지 않는 게 가장 좋은 사람. 잠깐이나마 마주친 눈길을 스스로 거둬들이게 만드는 사람, 그것이 바로 용두였다. '초혜는 땀이 배어나는 손바닥을 슥슥 문질렀다. 용두에게서 멀어지고 싶었다. 어떡해서든 빨리 이 공간을 탈출하고 싶은 조바심이 그녀의 꽉 다물린 입을 벌렸다.'[용건이라기보다는 여쭙고 싶은 말씀이 있어서 왔습니다.]'속사포처럼 튀어나온 얘기에 용두의 반백 머리가 모로 살짝 기울었다.'[무엇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