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4월의 어느 날, 성무그룹의 창립기념파티는 극심한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흔들림 없는 그룹의 위상을 반영하듯 각계각층의 저명인사들이 모두 참석해 자리를 빛내고 있었다.' 많은 참석자들을 포용할 만큼 넓은 홀은 오케스트라의 음악에 감싸여 짙은 남색과 금색으로 고급스럽게 치장되어 있었다. 또한 높은 천장의 정점에는 크리스털로 된 대형 샹들리에가 빛을 받아 갖가지 색채로 반짝이며 그 눈부심을 바닥의 대리석에 반사시켜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자칫 홀의 우아한 웅장함에 답답함을 느낄 사람들을 위해 세심하게 안배한 듯, 파티장의 한쪽 벽면은 전체가 유리로 되어 있었다. 덕분에 청아한 향기를 품은 따스한 봄바람이 얼굴을 어루만지는 듯한 착각이 들어 막 시작되고 있는 봄기운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유리 너머로 보이는 밤하늘의 보름달은 신비로운 자태를 유감없이 드러내 야릇한 감흥을 자아내며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고, 평소에는 잘 보이지도 않던 별조차 성무그룹의 창립을 축하하듯 유난히 반짝였다. ' 한껏 고조된 분위기는 미끄러지듯 서로의 사이를 오가며 얘기를 나누는 사람들로 인해 점점 열기를 더해 가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지위와 고상한 인격을 드러낼 수 있는 적절한 화제를 찾아 자리를 옮기던 사람들은 서로의 품격에 걸맞다고 생각되는 무리들과 삼삼오오 짝을 지었다. 그리고 진짜로 즐거운 듯 미소 지으며 상대방의 숨은 생각을 파악해 우위를 점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했다. 그중 몇 무리는 라이벌인 성무그룹이 안정된 경영으로 어려움에도 자신들보다 한발 앞서고 있는 데 대한 배 아픔을 세련된 말로 풀어 놓으며 뒤쳐진 자의 억분을 나누었다. 또 몇몇은 파티에 참석함으로써 혹시 콩고물이라도 떨어지지 않을까 연신 두리번거리며 성무그룹의 실세들 틈을 돌아다녔다. '이렇게 동상이몽의 풍경 속에서도 공통적으로 빠지지 않는 주제는 파티의 실제 주인공이나 다름없는 성무의 후계자에 관한 것이었다.' 특히 딸 가진 집안의 부모들은 딸을 한껏 치장시켜 서른네 살의 미혼인 그를 사로잡길 원했으며, 그 딸들조차 그의 눈에 띄길 미친 듯이 바랐다. 그의 뒤에서 번쩍이는‘성무’라는 배경만으로도 그녀들은 황홀해졌고, 그를 사로잡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 ' 그는 여느 재벌가의 후계자들처럼 사주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후계자가 된 것이 아니었다. 2년 전 한창 나이에 갑자기 고인이 된 아버지로 인해 충격에 빠진 성무를 빠른 시기에 정상궤도로 올려놓으며 부친의 빈자리를 훌륭하게 메웠다. 또한 아버지보다 더 나은 결과를 내는 탁월한 능력으로 그의 능력을 의심하던 이들의 모든 우려를 잠식시켰다. 그래서 곧 대 내외에 그가 진정한 성무의 주인임을 알리는 절차가 있으리란 건 모두가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