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은 한 번이라도 날 질투해본 적 있어?”'결국 천랑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꺼낸 하별이었다. 하별은 떨려오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천랑을 바라봤다.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는 하별의 눈치에 천랑은 고개를 돌려버린다.'“선…… 생?”'자신의 물음에 대답은 하지 않고 머뭇대는 천랑을 하별은 주먹을 꽉 쥐었다. 제발 차라리 속 시원하게 빨리 대답을 해주었으면 했지만 천랑은 끝끝내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왜…… 대답이 없는 거야?”'“…….”'“나는 그런 거 정말 많이 많이 했는데. 선생은 정말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거야?”'입을 꾹 닫은 채 흔들리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기만 하는 그의 눈빛이 이젠 너무 답답하고 버거웠다.'“항상 나 혼자만 힘들어하지. 항상 나 혼자만 괴로워하고 나 혼자만 생각하는 거지? 당신은 정말…….”'하별은 결국 말을 채 못 잇고 말끝을 흐렸다.'“공주님…….”'괴로워하는 자신의 어깨에 손을 대며 말하는 천랑 선생을 하별은 입을 다물고 그를 올려다보았다.'“……선생?”'자신 못지않게 괴로운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그의 눈빛을 본 하별은 놀란 눈치였다. 자신의 생각만 하느라 그의 괴로워하는 얼굴색을 눈치 채지 못했던 것이다.'“왜 그래? 왜 그렇게 힘들어 하고 있는 거야?”'“…….”'하별의 다그침에도 천랑은 여전히 입을 열지 않았다. 아니 입을 열 수가 없었다.'“당신. 나한테 뭔가 숨기는 거 있지…….”'하별은 천랑의 태도에 뭔가가 있다는 것을 단박에 알아차렸다. 천랑은 하별의 말에 조용히 눈을 감았다가 뜨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칠정이란 감정 중에 잃은 감정이 무엇인지 알아낸 것 같습니다.”'“……뭐?”'철렁.'하별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은 기분이었다. 그동안에 그와 함께 있었던 일들이 정말 필름처럼 지나갔고 조금은 짐작이 가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하별은 조금씩 눈동자를 움직이며 설마 하는 마음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볼에 손을 가져가 따뜻하게 감싸 만졌다.'“선생?”'“이렇게 마주 보고 있으면 입을 맞추고 싶고, 안고도 싶어지는 게 맞는 거지요?”'“…….”'그의 서글픈 얼굴에 하별은 할 말을 잊고 그를 바라봤다.'“제게는 이것이 한계입니다.”'“…….”'“이렇게…… 당신의 얼굴에 손을 가져다 대고 이렇게 눈을 마주치는 것까지.”'조용히 자신의 볼에서 손을 때며 씁쓸하게 웃어 보이는 천랑의 미소가 너무나 아프게 다가왔다.'또르르.'결국 하별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더 이상 당신을 욕심내지 못해 죄송합니다.”'“윽, 이 바보야…… 그걸 왜 이제 말해!”'“죄송합니다.”'울부짖으며 그의 가슴을 탕탕 치는 하별의 손을 살며시 감싸 쥐며 그녀를 조용히 안았다.'“죄송합니다.”'“또 나 혼자 오해하고, 앞서 생각하고, 나만 생각하고. 또 당신을 이렇게 힘들게 해버렸잖아. 또! 당신만 괴로워하게 혼자 내버려뒀잖아.”'“죄송합니다.”'자신에게 죄송하다는 말만을 되풀이하며 대답하는 그의 말에 하별은 괜스레 미안해졌다. 계속해서 삐져나오는 눈물 때문에 엉망이 되어버린 하별의 얼굴을 천랑은 그저 조용히 닦아주었다.'“이씨. 항상 이래. 항상 당신 때문에 힘들어하다가 나중에서야 깨닫잖아. 당신도 나 못지않게 힘들었다는 걸.”'“괜찮습니다. 저는 괜찮아요.”'“거짓말…….”'빨개진 눈으로 아직 진정이 덜 되었는지 훌쩍거리며 말하는 하별을 천랑은 피식 웃으며 바라보았다.'그의 그런 눈빛에 하별은 자신의 망가진 얼굴이 부끄러웠는지 그제야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천랑에게서 등을 돌려 말했다.'“보지 마! 울어서 눈도 붓고 코도 빨개져 보기 흉하단 말이야.”'그 말에 천랑은 그녀의 돌아선 등을 다시 돌려 얼굴을 가린 손을 천천히 잡아 내리며 대답했다.'“흉하다니요. 이게 가장 보기 좋은데요?”'“이씨, 선생!”'그의 농담에 하별은 미간을 다시 찌푸렸지만 아까와는 다른 분위기의 말투와 눈빛으로 천랑을 바라보고 있었다. 천랑도 그런 점을 느꼈는지 조금은 편안해진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하별에게 조용히 말했다.'“죄송합니다. 비록 당신을 욕심 낼 수는 없지만…… 진심으로 당신을 사랑하고 있습니다.”'천랑 또한 이런 자신의 감정에 혼란을 느끼고 있었다. 하별을 사랑하지만 그 이상의 발전이 없는 자신의 감정. '너무나 괴로웠다.'사랑하지만 더 이상의 욕심은 낼 수 없는 바보 같은 자신의 마음이 괴롭고 답답했지만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저 이것이 하늘이 준 벌이니 어쩔 도리가 없다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았다. 그런 생각도 아마…… 욕심이 없어져서 생겨버린 생각인지도 모르겠다.'“죄송합니다. 이런 저라…….”'하별은 더 이상 그의 죄송하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세차게 도리질을 치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더 이상 죄송하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말 대신 이번엔 눈으로 자신에게 그 뜻을 전하는 것 같았다. 그런 그의 눈빛에 하별은 미간을 찌푸리며 발끝을 올려 그의 미간에 입을 맞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