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야! 다리 가만히 있어. 걸레 주제에 울긴 왜 쳐 우는데?”'블라우스를 거칠게 벗기며 서리의 가슴을 탐하기 시작했다. 서리는 반항하려 했지만 양쪽 팔을 강하게 잡고 있는 남자의 일행 두 명 때문에 벗어날 수가 없었다. 무섭게 그를 노려보며 울지 않으려고 애를 썼지만 이 무서운 상황에서 눈물이 안 난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학교에서 걸레취급 받기 시작한건 3학년 초 부터였다. 서리는 학교에서 꽤나 예쁘다는 축에 껴있었지만 모난 성격 때문에 다른 여학생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렇게 어느 샌가부터 서리가 걸레라는 말이 돌기 시작했고 남학생들이 하나 둘 서리를 건들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차갑게 서리를 그 남학생들을 무시했지만 결국 이런 사태까지 오고야 말았다. 무시하는 게 그 남학생들을 더 자극시키는 일이 되어버린 듯 했다.'블라우스의 단추를 풀어낸 남학생이 서리의 가슴을 보고 흥분 되었는지 작은 탄성을 내질렀다. '“야, 얘 생각보다 더 글래머인데?”'남자는 능글맞은 표정을 지으며 브래지어를 벗기지 않은 서리의 가슴을 손에 움켜쥐었다. 서리는 눈에 더 힘을 주며 그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전혀 서리의 시선에는 관심 없는 듯 서리의 가슴만 뚫어져라 바라볼 뿐이었다. '“야, 빨리하고 나도 좀 하자.”'“알았어. 씨발. 망이나 좀 잘 봐.”'근처 망을 보고 있던 다른 남학생이 슬쩍 고개를 돌려보고는 서리의 가슴을 붙잡고 있는 남자에게 말했다. 그가 인상을 구기며 알았다고 말하며 낮게 욕을 내뱉었다. 그리고는 거칠게 브래지어를 잡아 위로 올렸다. 남자는 서리의 맨 가슴을 보고 히죽 웃는다. 그런 남학생이 경멸스러운 듯 서리는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웬만해서 어떤 것에도 두려워하지 않는 서리가 지금 이 상황은 매우 두려운 듯 보였다. 하지만 잠시 뒤, 서리는 입술을 꾹 깨물더니 살짝 미소를 입술에 그렸다. 서리의 팔을 잡고 있던 남자가 변한 서리의 표정을 보고 살짝 고개를 기웃거렸다. 서리는 한숨을 푹 내쉬며 앞에 서 있는 남자를 빤히 바라보았다. 서리의 가슴에 시선이 향했던 남학생이 슬쩍 서리의 얼굴을 보며 당황한 듯한 목소리로 서리에게 말했다.'“뭐야, 웃어? 너도 이 상황을 즐기냐?”'그의 말에 서리를 실소를 터트리며 고개를 좌우로 내저었다. 자기를 무시한다고 생각한 남학생은 이를 바드득 갈며 짐승처럼 서리의 얼굴을 잡고 거칠게 입술을 탐하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누군가가 서리와 남학생의 얼굴 사이에 큼지막한 손이 남학생의 시선을 막았다. 서리를 살짝 자리 잡고 있던 웃음 끼가 그쳤다. 남학생은 당황한 듯 자신의 시선 앞에 있는 손을 바라보다가 슬쩍 팔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검은 수트를 입고 살짝 오른쪽으로 삐딱하게 든 그의 얼굴. 입에서 불을 붙이지 않은 흰 담배를 물고 있었고 새까맣고 살짝 긴 머리칼이 그의 시선을 살짝 덮고 있었다. 하지만 머리칼에 가려진 그의 시선은 너무나 강렬하게 느껴졌다. '“뭐, 뭐야?”'당황한 남학생이 살짝 뒷걸음질 치며 말했다. 서리를 붙잡고 있던 다른 남학생들도 놀라 서리의 팔을 놓고 뒷걸음질 쳤다. 그가 바닥을 바라보며 살짝 픽 하고 웃는다. 그리고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바닥에 떨어트렸다. 그는 고개를 들어 남학생을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대체 어떤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인간이 내 여자를 탐하려 드는 거지?”'그는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빛만은 그렇지 않았다. 팔을 잡고 있던 남학생들은 겁에 질려 잽싸게 도망가 버렸다. 남은 건 서리의 가슴을 탐하고 있던 남학생뿐이었다. 서리는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브래지어를 내리고 블라우스를 잠갔다. 떨지 않으려고 해보지만 역시 이 상황에서 떨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자꾸 떨리는 손 때문에 블라우스 단추가 잘 채워지지 않았다.'그는 슬쩍 서리에게 시선을 옮기고는 떨고 있는 그녀의 손을 보았다. 화가 치밀어 올랐는지 무섭게 다시 남학생을 바라보며 성금성금 다가섰다. 그리고는 거칠게 남학생의 머리칼을 움켜쥐고는 자신의 얼굴 가까이 끌어당겼다. 그는 뒷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어 남학생의 목에 갖다 대었다. 칼이었다, 남학생은 그가 꺼낸 칼을 보고 겁에 질려 떨리는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사, 살려 주세요…….”'그는 남학생의 행동에 재밌다는 듯 피식 웃어버리고는 한숨을 푹 내뱉으며 말을 이어갔다.'“난 말이지. 그렇게 착한 녀석이 못되거든?”'“제, 제발 살려 주세요…….”'“심성이 원래 삐딱한 사람이라서,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애들 보면 자꾸 더 죽여주고 싶어져.”'“…….”'“더욱 더 고통스럽게…….”'그가 살기 어린 눈빛이 남학생을 위협했다. 서리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두 눈을 질근 감았다. 그는 망설임 없이 남학생의 양쪽 팔을 칼로 그어냈다. 그리고는 남학생의 목에 칼을 갖다 대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의 목에 선명한 칼자국을 새겨냈다. 살짝 그었을 뿐인데 남학생의 목에서 새빨간 피가 흘러내렸다. 그는 흘러내리는 피를 보며 사악하게 웃었다. 남학생은 다리의 힘이 풀려 자리에 주저 앉아버렸다. 하지만 거기서 그는 멈추지 않았다. 남학생의 팔을 잡고 꺾어내며 남학생의 허벅지를 향해 칼을 내던졌다. 남학생의 시끄러운 비명소리가 골목을 쩌렁쩌렁 울렸다.'서리는 그의 비명소리에 더욱 더 눈을 꼭 감았다. 더 이상 보고 싶지도 그 광경에 서리는 가만히 눈을 감고 서 있었다. 터벅터벅 서리 쪽으로 그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리자 그제야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그러자 서리 앞에 선 그가 묘한 웃음을 지으며 바라보고 있었다.'서리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가 별로 내키지 않은 듯 말이다. 하지만 그는 뭐가 그리 좋은지 휘파람을 불며 핏방울이 튄 손으로 그녀가 잠그다 만 블라우스 단추를 채워주기 시작했다. 서리를 저항하지 않았다. 가만히 그의 손길을 바라보다가 낮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엘.”'그가 서리의 부름에 단추를 잠그던 손길을 멈췄다. 그리고는 슬쩍 고개를 들어 서리의 얼굴을 응시하곤 단추를 잠그던 손을 서리의 뺨으로 가져다 댔다. 살짝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있었다. 그는 손가락으로 그의 눈 밑을 살짝 쓰다듬었다. 그는 서리의 뺨을 자신의 손으로 감쌌다. 화장기 하나 없는 서리의 뺨은 정말 보드라웠다.'“그렇게 부르지 말랬지.”'“…….”'“이 한.”'“…….”'“그게 내 이름이야. 윤서리.”